‘1%의 희망’…김홍빈 대장 구조 펼친 러시아팀이 전한 당시 상황

 

 

러시아 등반대 ‘데드존프리라이드’(deathzonefreeride)가 SNS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김홍빈 산악대장의 구조 상황 보고서.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8천m급 14개 봉우리를 등반한 김홍빈(57) 산악대장의 조난 당시 1차 구조를 펼쳤던 러시아 등반대가 구조 당시 보고서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했다.

 

21일 러시아등반대 ‘데드존프리라이드’(deathzonefreeride)는 자신들의 인스타그램에 김 대장을 구조했던 상황을 시간대별로 게시했다.

 

이들은 현지시각으로 17일 밤 11시 브로드피크 캠프3(해발 7100m)에 도착해 정상(8047m) 등반을 시도했다. 같은 시기 김 대장의 한국팀을 포함한 5개 팀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정상 등정을 할 수 있는 기상상황이 이틀간 지속된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모두 서두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18일 오후 4시30분 이들은 등정을 포기했고, 오후 8시 캠프3에 도착해 일주일 뒤 두번째 시도를 하기로 했다. 같은 시간 한국팀과 다른 러시아팀은 등반을 이어갔다. 이튿날 새벽 0시께 러시아팀의 아나스타샤 루노바(Anastasia Runova)가 7900m 지점 크레바스(빙벽 틈)에 추락했고 김 대장에게도 비상사태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5분 뒤 데드존프리라이드의 안톤 푸고프킨(Anton Pugovkin)과 비탈리 라조(Vitaly Lazo)는 의약품과 산소통을 모아 구조에 나섰다. 이들은 곧 아나스타샤 루노바가 포터(짐꾼)에 의해 구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같은 날 새벽 4시께 김 대장을 향해 산을 오르던 이들은 하산 중인 아나스타샤 루노바를 만났다. 안톤 푸고프킨은 아나스타샤 루노바를 데리고 캠프3로 향했고 비탈리 라조는 김 대장 구조를 이어갔다.

 

아나스타샤 루노바와 캠프3에 도착한 안톤 푸고프킨은 휴식을 취한 뒤 비탈리 라조가 있는 김 대장의 구조 현장으로 출발해 오후 1시30분 도착했다. 비탈리 라조는 크레바스 속 20m를 하강해 김 대장에게 고리를 걸었다. 김 대장은 등강기를 이용해 스스로 올라오던 중 갑자기 등강기가 고장나 멈춰 섰고, 등강기를 고치려고 움직이는 순간 김 대장은 경사 80도 암벽에서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비탈리 라조도 5m 정도 추락했으나 무사했다. 안톤 푸고프킨은 보고서에 “99% 확실하게 김 대장이 사망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적었다.

 

오후 5시20분 안톤 푸고프킨과 비탈리 라조는 눈보라 속에서 스키를 타거나 걸어서 캠프3으로 향했고 밤 9시16분 베이스캠프(4950m)에 도착했다.

 

김 대장은 18일 오후 4시58분(현지시각) 브로드피크 정상에 오르며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 한국인으로는 일곱 번째로 히말라야 8천m 봉우리 14개를 모두 올랐다. 하지만 하산 과정에서 조난해 실종 상태다. 한국 정부는 브로드피크가 있는 파키스탄과 중국 정부에 구조 협조 요청을 파키스탄 육군 항공구조대 헬기 투입이 결정됐지만 악천후로 인해 구조가 지연되고 있다. 김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