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혼자 결정…이준석 대표와도 사전논의 안해

당안팎 경쟁자들 공세집중 예상… “본격 검증대 올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지난달 29일 대선 도전을 선언한 지 한 달 만이다. 야권 지지율 선두인 윤 전 총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제1야당행’을 택하면서 국민의힘 내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1시50분께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과 만난 뒤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윤 전 총장은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해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해가는 게 도리이고, 보편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입당 이유를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야권이 하나가 돼야 하고, 저 자신이 국민의힘 초기 경선부터 참여해야 공정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제가 늘 공정과 상식을 주장하면서, 다른 대안을 생각하긴 어려웠다”고 했다.

 

윤 “입당 결심한 지 몇시간 안 됐다”

 

무엇보다도 궁금증을 자아낸 것은 전날까지도 “조금 더 지켜봐 달라”며 입당 시점을 밝히지 않았던 그가 갑자기 ‘기습 입당’을 결심한 배경이었다. 그는 “이제 더이상 입당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계속 가지고 가는 것이 오히려 정권교체와 정치활동을 해 나가는데 어렵다고 생각했다. 국민께도 제가 입당을 분명하게 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혼선과 누를 끼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서 결심했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스스로 “입당을 결심한 지 몇시간 안 됐다”고 밝힌 것처럼, 그는 이날 아침 입당을 혼자 결심한 뒤 캠프와 측근들에게 알렸다고 한다. 국민의힘 쪽에도 이날 아침 야권 후보 단일화의 ‘셰르파’ 역할을 맡은 권 위원장에게 알렸을 뿐 이준석 대표 등 당 지도부에게도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다. 이 대표는 이날 호남을 방문 중이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중이었다.

 

윤 전 총장이 이처럼 갑자기 입당을 마음 먹은 데는 최근 격화된 네거티브 공방과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처가 리스크’, 지지율 정체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허를 찌르는 신속한 결정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했다는 해석이다. 윤 전 총장이 “이제 논란을 좀 종식하고 본격적으로 더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편으론 국민의힘 울타리 안에 들어가서도 경쟁력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윤 전 총장 입당에 주요한 역할을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지지율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끼다가, 그 뒤 며칠간 큰 변동이 없다는 게 확인되니까 국민의힘에 들어가서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입당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빠른 입당으로 국민의힘은 8월 말 ‘경선 버스’ 정시 출발이 가능해졌다. 여야 모두와 거리를 두고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제외하곤, 야권의 주요 주자들이 모두 당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슈퍼 경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날 호남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주장한 (8월) 경선버스론에 대해서 윤 전 총장이 화답해줬고, 심지어 버스 출발 한 달 전에 먼저 앉아있겠다고 했다. 그것에 대한 의미가 상당하다”고 추어올렸다.

 

2일 초선 모임 강연 예정…당내 스킨십 강화 나서

 

윤 전 총장의 입당이 대선 판을 어떻게 움직일지도 관심사다. 국민의힘 경쟁 주자들의 견제와 검증이 당분간 윤 전 총장 쪽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역량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날 <한겨레>에 “당 안팎의 검증 압박이 동시에 벌어질 것이다. 관련 이슈가 정쟁화되면서 지지율이 출렁이는 강도나 폭이 더 커질 것”이라며 “국민의힘 소속 세력과의 관계 구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중도층의 지지 흐름이 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진 ‘회동 정치’였다면 앞으론 당내 노선 투쟁, 강도 높은 검증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고 짚었다.

 

윤 전 총장은 일단 다음달 2일 첫 당내 행보로 초선 모임 ‘명불허전보수다’ 강연자로 나서 스킨십 강화에 나선다. ‘윤석열이 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주제로 1시간 30분분 가량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당내 주자들은 입당을 환영하면서도, 은근한 경쟁심리를 드러냈다. 홍준표 의원은 “야권 분열 카드가 소멸되고 불확실성이 해소된 기쁜 날”이라며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상호 검증하고 정책 대결을 펼쳐 무결점 후보가 본선에 나가 원팀으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도록 하자”고 밝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당원과 국민의 걱정을 크게 덜어주셨다”며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또 정권교체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하겠다.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선에 대한 관심이 당분간 국민의힘으로 쏠릴 것이 예상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긴장도도 높아졌다. 이용빈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정치검찰의 커밍 아웃” “정치적 파산 선언”이라고 규정하면서 “정치를 바꾸겠다는 포부는 온데간데없이 현 정부를 비난하며 교체만을 부르짖다가 결국 보수 본당에 몸을 의탁한 것을 국민께서 납득하실지 의문스럽다”고 비난했다. 김미나 배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