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통해 8월 한미 연합군사연습 반대

 

지난 1월 조선노동당 8차 대회 당시 주석단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김여정 당중앙위 부부장의 모습.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남조선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하여 예의주시해볼 것”이라고 1일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저녁 8시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담화’에서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 신뢰 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를 바라는 북남 수뇌들의 의지를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이달 중순께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하지 말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소통을 기반으로 지난달 27일 남북 직통연락선이 413일 만에 복원된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 강행은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절망의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한·미 군사연습의 연기 또는 축소·강행 여부가 앞으로 남북관계의 진로에 중대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강조하며 훈련 반대 의견을 다양한 방식으로 밝혔다.

 

우선 김 부부장은 “(직통연락선 복원 이후) 며칠간 나는 남조선군과 미군과의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며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직통연락선 복원 등 남북 관계 개선과 관련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친서 소통’을 포함한 남북의 물밑 협의 과정에서 북쪽이 한·미 군사훈련을 양해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부부장은 “통신연락선의 복원에 대해 단절됐던 것을 물리적으로 다시 연결시켜 놓은 것뿐 그 이상의 의미를 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남 수뇌들이 직접 두손을 맞잡고 공동선언과 같은 사변적인 합의를 만들어 발표한 후에도 북남관계가 바라지 않던 곡절과 파동을 겪고 위기로 치달았던 지난 3년 간의 과정을 돌이켜 본다면 내가 오늘 말하는 견해가 십분 이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8년 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했는데도 장기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환기하며, 한미 연합훈련을 하더라도 북쪽이 사실상 ‘묵인’하리라 기대하지 말라고 강조한 셈이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첨단군사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 중지”를 “북남 합의 이행 역행” 사례로 거론하며 한미훈련 반대 견해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

 

한-미 양국 정부는 국방장관 전화 협의(7월30일)를 했으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8월 한·미 연합군사연습의 규모와 방식 등과 관련해 최종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는 공식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군 당국은 한-미 양국 정부 차원의 최종 방침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일단은 ‘8월 중순 축소된 규모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 연합 훈련’ 진행을 염두에 두고 실무적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 직통연락선 복원을 “남북 정상의 신뢰에 기반한 우선적 실천 조처”로 규정하고는,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가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