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은 감경...대법서 유무죄 가릴 듯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남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공모도 인정했다. 다만, 사모펀드 투자를 둘러싼 혐의 가운데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 등이 일부 무죄로 뒤집혀, 벌금과 추징금이 대폭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엄상필)는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선고한 벌금 5억원과 추징금 1억3800여만원은 각각 벌금 5천만원과 추징금 1천여만원으로 감형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7년에 벌금 9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딸 조아무개씨의 ‘스펙’을 위조한 혐의를 1심과 동일하게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이른바 ‘7대 허위 스펙’이라고 주장한 조씨의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전형에 제출된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한국과학기술원(KIST) 인턴십 확인서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모두 정 교수가 꾸며낸 ‘허위 서류’라고 결론지은 것이다. 재판부는 또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십 확인서 작성에 조국 전 장관이 가담했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조씨 친구인 장아무개씨의 증언 번복으로 관심이 모아진 서울대 공익법센터 인턴확인서 위조 혐의도 유죄로 거듭 인정했다. 재판부는 “(인턴십) 확인서 내용이 모두 허위인 이상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를 촬영한) 동영상 속 여성이 딸 조씨인지는 확인서의 허위성 여부에 영향이 없어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지난달 23일 조국 전 장관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2009년 5월15일 연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세미나에서 “조씨를 본 기억이 없다”면서도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은) 99% 조씨가 맞다”고 지난해 정 교수의 1심 때 증언을 번복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

 

재판부는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믿음이 훼손됐는데도 정 교수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범행의 본질을 흐리며 정 교수와 가족에 대한 최대한의 선의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작성해줬을 사람들에게, (인턴십) 확인서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 진실하다고 믿었을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사정 담당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수사기관이나 법정에 출석해 진술한 사람이 정 교수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떠나 사법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상황인데, 그들 일부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보이며 비난을 계속하는 것도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는 1심과 일부 유무죄가 갈렸다. 차명계좌로 주식투자 등 금융거래를 한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됐지만,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실질적으로 경영한 2차 전지업체 더블유에프엠(WFM)과 관련한 호재성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장외 매수한 혐의는 무죄로 보고 벌금을 대폭 낮췄다. 반면,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증거은닉 교사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조범동씨가 실질적으로 경영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피이(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직원들에게 (동생 정아무개씨) 관련 자료를 없애도록 지시했고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임박한 상황에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컴퓨터 본체 등 저장 매체를 들고 나가게 했다”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실제 그로 인해 수사와 재판이 방해됐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 쪽은 즉각 반발했다. 정 교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을 만나 “원심판결을 반복한 것이어서 대단히 아쉽고 유감”이라며 “10년 전 입시제도 아래에서 ‘스펙 쌓기’라고 하는 것을 현재 관점으로 업무방해가 된다는 시각이 여전히 바뀌지 않아 답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이어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가 어디 있었는지, 그 피시에서 직접 표창장을 출력했는지는 판단하지 않아 여전한 아쉬움이 있다”며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두 증인의 증언으로 (딸 조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에 참석한 것은 명확히 밝혀졌는데도, (인턴십) 확인서가 허위라고 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조윤영 신민정 기자

 

정경심 항소심, 1심 판단과 다른 점과 같은 점은?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1일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징역 4년형이 유지된 것은 자녀 입시비리를 비롯해 상당 부분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정 교수 쪽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검찰의 표적 수사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갈린 주요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미공개 중요정보 이용)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증거은닉교사 등 세가지다. 항소심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2차 전지업체 더블유에프엠(WFM)과 관련한 호재성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장외매수한 더블유에프엠 주식 12만주 가운데 10만주를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뒤집고 관련 혐의를 모두 무죄로 결론 내렸다. 조씨가 해당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매도자를 상대로 한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한 거래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또 장외매수한 주식에 대한 미실현 이익 2억2천만원도 무죄로 판단해 1심에서 선고한 벌금 5억원과 추징금 1억3800여만원을 각각 벌금 5천만원과 추징금 1천여만원으로 낮췄 다. 나머지 미공개 중요정보로 더블유에프엠 주식을 차명 투자한 혐의는 유죄가 유지됐다.

 

다만 항소심은 1심 무죄 판단을 뒤집고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정 교수의 집과 동양대 교수연구실에 보관하고 있던 피시(PC)와 저장 매체를 숨긴 자산관리인 김경록씨와 정 교수가 공범 관계라고 판단한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정 교수가 김씨에게 증거은닉을 지시한 교사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피이(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직원들에게 정 교수의 동생 정아무개씨와 관련된 자료를 없애라고 지시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항소심에서도 유죄로 인정됐다.

세가지 혐의에 대한 유무죄 결론이 뒤집혔지만, 상당 부분의 혐의가 1심 결론을 따르면서 징역 4년형도 유지됐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딸 조아무개씨가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시 전형에 제출한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한국과학기술원(KIST) 인턴십 확인서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허위성이 거듭 인정됐다. 정 교수 쪽은 “딸 조씨의 서울대 의전원 지원을 돕는 과정에서 표창장 분실 사실을 알고 동양대 직원을 통해 재발급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은 “표창장 원본이 분실된 상황에서 정 교수로부터 표창장 재발급을 부탁받은 동양대 직원이나 조교가 표창장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은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불과할 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추론이 아니다”라며 유죄로 인정했다.

 

정 교수가 딸 조씨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하는 데 사용한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 1호의 설치 위치와 사용자를 두고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공방이 이어졌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정 교수 쪽 변호인이 자체적인 포렌식 결과를 근거로 들어 강사휴게실 피시 1호의 사용 위치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구체적인 작성 방법과 과정을 다투고 있지만 변호인의 주장은 정 교수가 강사휴게실 피시 1호를 사용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없는 것들로 따로 판단하지 않겠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딸 조씨의 친구 장아무개씨의 증언 번복도 항소심 판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항소심은 딸 조씨가 세미나를 위해 고등학생 인턴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모두 허위인 만큼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는지, 세미나를 촬영한 동영상 속 여성이 조씨인지는 확인서의 허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세미나에 참석했더라도 인턴 활동으로 평가될 수는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장씨는 지난달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주최한 세미나를 촬영한 동영상 속 여성이 조씨가 맞다’는 취지로 정 교수의 1심 재판 당시 증언을 번복한 바 있다.

 

이 밖에도 항소심은 1심과 같이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씨에게 5억원씩 두차례에 걸쳐 건넨 10억원도 모두 투자금이라고 거듭 인정했다. 다만 정 교수 동생과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코링크피이 사이에 맺은 허위 경영컨설팅 계약의 수수료 명목으로 투자수익금을 회삿돈으로 건네받은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조 전 장관 가족이 투자한 블루펀드(블루코어밸류업1호)의 출자약정액을 부풀려 금융위원회에 허위 변경 보고한 혐의도 무죄가 유지됐다. 조윤영 기자

 

2심서도 ‘입시비리’ 혐의 유죄…조국 전 장관 재판 영향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 2심 재판부가 1심과 같이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조 전 장관의 자녀를 둘러싼 입시비리 관련 재판에서 줄줄이 유죄가 선고되고 있다.

 

정 교수의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엄상필)는 11일 조 전 장관 부부의 딸 조아무개(30)씨가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한 7가지 인턴십과 체험활동 증빙 서류를 모두 가짜라고 판단하고, 일부 혐의에 대해선 조 전 장관도 관여했다고 결론 내렸다.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실습수료증 및 인턴십 확인서를 직접 만들었고, 정 교수가 이 과정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확인서 관련해 “조 전 장관이 확인서를 작성하는데 정 교수가 가담했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해당 확인서에는 딸 조씨가 이 센터 주최 ‘동북아시아 사형제도’ 세미나를 위해 2009년 5월1~15일 인턴활동을 했고, 한인섭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이 이를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확인서 작성 과정에서 만들어진듯한 파일이 조 전 장관 컴퓨터에서 발견됐다는 점, 딸 조씨가 세미나를 대비해 한영외고 학생들과 스터디를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함께 공부한 학생 이름을 대지 못한 점, 실제 인턴십에 참여했던 이가 ‘그런 활동은 없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해 “확인서 내용은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이 딸 조씨가 맞는지 아닌지가 쟁점이 되기도 했는데, 재판부는 여기에 대해선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확인서 내용이 모두 허위인 이상, 동영상 속 여성이 조씨인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재판부 설명이다.

 

아쿠아펠리스 호텔 실습수료증 및 인턴십 확인서에 대해서도 항소심은 “기재된 활동경력이 모두 허위고, 조 전 장관이 이 서류를 작성하는 데 정 교수가 가담했다”고 판시했다. 해당 확인서에는 딸 조씨가 고등학생 시절인 2007~2009년 주말마다 부산에 있는 이 호텔 식음료팀 및 객실팀에서 일했다고 적혀 있다. 앞서 1심은 “호텔 직원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딸 조씨가 이 호텔에서 인턴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조 전 장관이 확인서 등의 내용을 임의로 작성한 후 호텔 법인 인감을 날인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항소심도 원심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함께 받고 있는 입시비리 1심 재판 결과도 주목된다. 이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은 대학원 입시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 위조공문서행사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정 교수는 대한원 입시에 대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딸 조씨의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참석 여부가 이 재판에서도 주요한 쟁점이고, 최근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은 조씨가 맞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날 판결처럼 조 전 장관 재판부가 다른 증거들을 바탕으로 조씨의 인턴활동 자체가 허위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조 전 장관 부부의 아들(24) 입시비리 관련 사건에서도 재차 유죄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시절인 2017년, 조 전 장관 부부의 아들 조씨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대학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지난 1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확인서에는 아들 조씨가 9개월간 주 2회, 총 16시간 사무보조를 했다고 기재돼 있는데, 재판부는 직원들의 증언 및 최 대표와 정 교수의 문자 내용 등을 근거로 인턴 확인서는 허위라고 판단했다.

 

최 대표가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조 전 장관 아들 조씨가 실제로 인턴활동을 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별도 재판에서도 재판부는 “조씨의 인턴은 허위”라며 최 대표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아들 입시비리에 관해 조 전 장관 부부는 대학원 업무를 방해한 혐의와 함께, 최 대표로부터 받은 확인서를 바탕으로 이듬해 활동 기간을 늘린 또 다른 확인서를 만들어낸 혐의(사문서위조)도 받고 있다.

 

이날 항소심 선고 뒤 정 교수 쪽 김칠준 변호사는 “10년 전 입시제도 하에서의 ‘스펙 쌓기’가 현재 관점에선 업무방해가 된다는 시각이 바뀌지 않아서 답답했다”며 “만약 오늘 재판부 논리로 그 시대에 입시를 치렀던 사람에게 랜덤 조사하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범죄로부터 자유롭겠는가”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