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수송기 타고 인천공항 도착…나머지 13명도 조만간 들어올 듯

코로나 음성이면 진천 인재개발원으로 이동…장기체류 자격 부여 예정

 

[아프간 협력자 이송] 창밖 내다보는 아프간 협력자들= 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탑승한 우리 공군의 KC-330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가 26일 오후 인천공항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인 협력자와 그 가족 378명이 한국군 수송기를 타고 마침내 탈레반 위협에서 벗어나 '희망의 땅'에 발을 디뎠다.

 

정부가 분쟁 지역의 외국인을 이처럼 대규모로 국내 이송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을 태운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은 26일 오후 4시24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53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출발해 약 11시간을 비행했다.

 

전체 입국 대상인 391명 가운데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남아있는 13명은 다른 한국군 수송기를 타고 조만간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 수년간 주아프간 한국 대사관, KOICA(한국국제협력단),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 등에서 의사와 간호사, 정보기술(IT) 전문가, 통역, 강사 등으로 일한 전문인력과 그들의 가족이다.

 

 

아프간 협력자 한국 도착= 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2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가족 중에는 신생아를 포함해 5세 미만의 영유아도 상당수 포함됐다.

 

상황 점검을 위해 인천공항을 찾은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현지 대사관 보고에 의하면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된 신생아도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항 내 별도 장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 방역 절차를 거친 뒤 공항 근처 임시시설에서 대기하다 음성이 확인되면 27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들은 인재개발원에서 6∼8주간 머물며 2주 격리 뒤 정착 교육을 받을 예정이며, 그 이후엔 정부가 마련한 다른 시설로 옮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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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이번 입국자들에게 우선 최장 90일간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단기비자(C-3)를 발급하고, 이후에 장기체류 비자로 일괄 전환할 예정이다. 인재개발원에서 임시생활 단계를 마치면 취업이 자유로운 거주(F-2) 비자가 발급된다.

 

정부는 아프간에서 탈레반의 공세가 거세진 8월 초부터 민간항공기를 이용해 한국을 도운 아프간인들의 국내 이송을 준비했지만, 상황이 급박해지자 지난 23일 한국군 수송기 3대를 현지에 보냈다.

 

 

한편 파키스탄에 있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 13명이 탑승한 군 수송기(C-130J)가 26일 오후 6시 58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서 한국으로 출발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수송기는 27일 오후 1시2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가 아프간 카불에서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으로 데려온 협력자와 가족 391명 중 378명은 공간이 더 넓은 공중급유수송기(KC-330)를 타고 이날 오후 한국에 도착했다.

 

나머지 13명은 탑승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급유기에 타지 않고 다른 수송기를 타기 위해 쉬고 있었다.

 

정부는 협력자 이송을 위해 지난 23일 새벽 KC-330과 C-130J 2대 등 수송기 총 3대를 현지로 투입했다.

 

작전요원이 탑승한 마지막 수송기(C-130J) 1대도 곧 이륙할 예정이다.

 

C-130J 2대가 한국에 도착하면 정부가 이달 초부터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준비한 이송 작전이 마무리된다.

 

법무부 "아프간 협력자들 장기체류 자격 부여"

단기방문비자 발급후 장기체류로 전환… 출입국법 시행령 개정

박범계 장관 "생계비·정착지원금·교육 등 난민보다 배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아프간 현지 조력자 및 가족들 한국 이송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법무부는 탈레반을 피해 국내에 입국한 아프가니스탄인 협력자와 그 가족들에게 난민 인정자에 준하는 장기체류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법무부가 한국 정부와 기관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난민 인정자에 준하는 장기체류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6일 오후 아프간 협력자와 가족들이 입국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부는 수차례의 토론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특별입국을 수용하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며 "아프간인 특별입국자들에게 단계별로 국내 체류 지위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번에 들어오는 분들은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에) 기여했던 조력자들"이라며 "난민보다는 생계비나 정착지원금, 교육 등 측면에서 더 배려가 있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우선 이날 한국 땅을 밟은 아프간인들에게 공항에서 단기방문(C-3) 도착비자를 발급해 입국시켰다.

 

입국 후 곧이어 장기체류가 허용되는 체류자격(F-1)으로 신분을 변경해 안정적인 체류 지위를 허용하고,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임시생활 단계를 마치면 취업이 자유로운 거주(F-2) 비자를 발급해 자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현행 법령상 아프간 협력자와 가족들에게 거주비자를 발급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이날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대한민국에 특별한 기여가 있거나 공익 증진에 이바지한 외국인에게 거주비자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난민 심사를 통과한 난민 인정자를 비롯해 우수 외국인·한국인의 미성년 외국인 자녀·외국인 투자자 등에게 발급되는 거주비자는, 1회 체류기간이 5년으로 계속 연장이 가능하고 취업·학업에 제한이 없다. 심사를 거쳐 영주권(F-5)도 받을 수 있다.

 

박 장관은 법령 개정에 대해 "대한민국에 협력했던 분들을 염두에 두고 하는 개정 작업임은 틀림없으나, 추후 아프간 국익 기여자들 외에도 다양한 사례의 좋은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에 정착할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아프간인들에 대해 입국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하고, 입국 후에도 격리기간 중 2차례 더 검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입국한 아프간인들이 임시로 생활하는 공무원인재개발원에는 의료진이 상주하고 외국인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법무부 직원 40명이 파견된다.

 

법무부는 관계기관을 통해 입국자들에 대한 신원 검증을 이미 철저히 했고 이후로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시생활 시설에서는 아프간인들이 원활하게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 등 적응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프간 협력자들의 수용 절차와 구체적인 처우 등에 대해서는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27일 브리핑을 통해 추가로 설명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이분들은 모두 우리 대사관, KOICA(한국국제협력단), 한국병원, 한국직업훈련원, 한국 기지에서 일하며 우리 정부의 아프간 재건 사업에 협조했던 분들"이라며 "거리상으로만 먼 나라에 살았을 뿐 실제로는 우리와 함께 생활했던 이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한때 우리도 전쟁으로 피난하던 때가 있었고,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았다. 이제는 우리가 도움을 줄 때"라며 "이로써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옹호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국제 대열의 한 축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를 도와준 이들을 저버리지 않는 포용적이고 의리감 넘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깊은 이해와 지원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