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12월 6일 알제리를 방문해 수도 알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알제리가 “프랑스 대통령이 알제리의 독립투사를 모욕했다”며 프랑스 주재 대사를 소환하고 프랑스 군용기의 영공통과를 거부했다고 <AP>가 3일 보도했다.

 

양국의 마찰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 알제리 독립전쟁(1954~1962)에 참전했던 양국 인사들의 후손들을 초청한 행사에서 한 자극적인 발언에서 비롯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알제리에 대해 “정치적·군사적 시스템”에 의해 통치된다고 비하했다. 그는 또 알제리가 쓴 “공식 역사”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 프랑스에 대한 증오의 담론에 기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알제리가 16~17세기 오토만 제국이 북아프리카를 지배했던 역사는 잊은 채 프랑스만 그들을 식민 지배한 유일한 나라인 것처럼 간주한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알제리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 건수를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한 조치에 대해서도 “정부 지도층 인사들을 힘들게 하려는” 것이며 학생이나 사업가 등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알제리는 “용납할 수 없는 내정간섭”이며 프랑스의 식민지배에 맞서 싸우다 숨진 알제리 독립투사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알제리는 곧바로 프랑스 주재 모하메드 안타르-다우드 대사를 본국을 소환한 데 이어 아프리카 사헬 지역을 오가는 프랑스 군수송기의 영공통과를 불허했다. 프랑스군 대변인인 파스칼 이안니 중령은 이날 “알제리가 사전 통고 없이 갑자기 군용기 2대의 영공 통과를 거부했다. 한 대는 샤헬발 프랑스행이고 다른 한 대는 프랑스발 사헬행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사하라 사막 이남 사헬지역에 군을 파병해 이슬람 무장단체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와 알제리는 식민지배의 과거사를 둘러싼 마찰이 이어져 왔다. 2005년엔 프랑스 의회가 “식민지배의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갈등을 빚었다. 논란이 커지자 법안은 폐기됐지만 그 여파로 알제리와 프랑스의 친선조약이 취소됐다.

 

프랑스는 과거 문제와 관련해 몇몇 전향적인 조처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프랑스 식민지배 시절 사살되거나 참수된 알제리 독립투사 24명의 유해를 알제리로 돌려보냈고, 앞서 3월엔 1957년 프랑스군이 알제리 변호사 알리 부멘젤을 살해하고 암매장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역사학자 벤자멩 스토라에게 양국간 화해를 위한 방안을 검토해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스토라는 올해 1월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상징적인 조치”와 함께 ‘기억과 진실 위원회’의 설립 등의 내용이 남긴 보고서를 마크롱 대통령에 제출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 알제리는 “프랑스가 130년간 알제리를 지배하면서 저지른 전쟁범죄와 인권범죄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