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출신 72살 소설가

35년 만에 아프리카·비백인 수상자

 

                  202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압둘라자크 구르나. 스웨덴 한림원 자료 갈무리.

 

2021년 노벨문학상은 탄자니아 출신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2)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7일 “구르나가 식민주의의 영향과 난민들의 운명에 대한 타협 없고 열정적인 통찰을 보여줬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아프리카의 비백인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1986년 나이지리아 작가 월레 소잉카 이후 35년 만이다.

 

구르나는 1948년 당시 영국 식민지이던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섬에서 태어나 열여덟살 때 영국 유학길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영국에서 지내며 영어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켄트대학에서 영문학과 탈식민주의 문학을 가르쳐오다 최근 은퇴한 그는 식민주의 이후 글쓰기와 식민주의 관련 담론을 주로 탐구하며, 지역적으로는 아프리카, 카리브해, 인도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켄트대학이 소개했다. 그는 식민주의 이후 시대 작가들에 관한 <아프리카 글쓰기에 관한 논문들>을 두권 편집해 출간하기도 했다.

 

구르나는 1987년 첫 장편 <출발의 기억>을 내놓은 이래 지금까지 10권의 장편소설과 다수의 단편을 발표했다. 그의 소설들에는 난민이 겪는 세계의 붕괴라는 주제가 일관되게 관류하고 있다.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그의 네번째 장편 <낙원>(1994)이 대표작으로 꼽히는데, 1차 세계대전 당시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삼은 이 소설은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을 비틀어 쓴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최근작인 대작 <내세>(2020)는 <낙원>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낙원>과 마찬가지로 20세기 초를 무대로 삼아 <낙원>의 주인공 ‘유수프’를 연상시키는 청년 ‘함자’가 독일군으로 전쟁에 참전하고 그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장교에게 의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스웨덴 한림원은 “구르나는 엄청난 공감과 굴하지 않는 책임감으로 개인들의 운명을 좇으면서도 진실에 헌신하고 단순화를 혐오하는 태도 때문에 비관적이고 무자비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며 “그의 소설은 정형화된 묘사를 거부하고 동아프리카의 문화적 다양성을 향해 우리의 시야를 틔워준다”고 평가했다. 최재봉 기자,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