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리아 레사와 러시아 드미트리 무라토프

 

202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왼쪽)와 필리핀의 마리아 제사. AP 연합뉴스

 

2021년 노벨 평화상은 필리핀과 러시아의 언론인인 마리아 레사(58)와 드미트리 무라토프(59)가 공동 수상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선정과 시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각) “민주주의와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전제 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대해 상을 수여하기로 했다”며 이들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의 베리트 레이스-안데르센 의장은 “이들이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점점 더 불리한 상황을 맞고 있는 세상에서 이상을 지키기 위해 나선 모든 언론인을 대표한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필리핀 언론인 레사는 지난 2012년 필리핀에 온라인 뉴스매체 <래플러>를 다른 기자들과 공동 설립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해왔다. 미국과 필리핀 이중 국적자로 <CNN> 특파원 출신인 레사는 현재 필리핀 정부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레이스-안데르센 의장은 레사와 <래플러>가 “두테르테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에 비판적인 초점을 맞췄다”며 “‘마약과의 전쟁’은 많은 사람을 숨지게 해 마치 자국민과의 전쟁을 방불케 했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레사는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에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며 이 상이 자신과 <래플러>의 동료들에게 “계속 싸워나갈 엄청난 에너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인 무라토프는 1993년 러시아의 독립신문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설립했으며, 1995년 이래 편집국장을 맡아왔다.

 

노바야 가제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보도로 유명하며, 설립 이래 각종 비리를 파헤치는 보도 등을 해왔다. 지금까지 여섯 명의 기자가 살해당했다. 이 중에는 ‘체첸 전쟁’의 잔혹한 실상을 파헤치는 기사를 썼던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도 포함돼 있다.

 

레이센-안데르센 위원장은 “온갖 살해 위협과 협박에도 무라토프는 신문의 독립성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라토프는 “이번 노벨평화상이 나 개인이 아닌 노바야 가제타와 함께 일하다 숨진 기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