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독립 이후 첫 대통령 선임…영국 왕실과 관계는 유지

 

바베이도스 초대 대통령이 되는 산드라 메이슨 총독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AFP 연합뉴스 ]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가 독립 55년 만에 영국 여왕을 대신해 국가 원수 자리에 오를 초대 대통령으로 현 여성 총독을 선임했다.

 

이로써 영국 식민지였던 바베이도스는 영국 여왕을 국가원수로 둔 입헌군주국 시대를 지나 공화국 출범 채비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바베이도스 의회는 전날 상·하원에서 3분의 2 동의를 얻어낸 샌드라 메이슨(72) 총독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임했다.

 

미아 모틀리 바베이도스 총리는 메이슨 총독의 당선 직후 "바베이도스의 여정에서 중대한 순간"이라면서 초대 대통령 탄생을 반겼다.

 

메이슨 총독은 바베이도스 내 법, 정치, 외교 분야에서 여러 차례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입지적인 인물이다.

 

1978년 바베이도스 여성 최초로 판사로 임명된 그는 가정법원에서 근무하다가 1992년에는 베네수엘라 대사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어 2008년 바베이도스 여성 최초로 항소심 법원 판사로 임명됐으며, 2014년에는 바베이도스인 최초로 영연방 사무국 중재 재판소 위원이 됐다.

 

이후 4년 뒤 여왕의 추천을 받아 바베이도스 8대 총독으로 취임했다.

 

            바베이도스 초대 대통령이 되는 산드라 메이슨 총독 [AFP 연합뉴스]

 

메이슨 총독은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 첫발을 내딛는 내달 30일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11월 30일은 바베이도스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55주년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인구 28만 명가량의 섬나라 바베이도스는 과거 대서양 노예무역을 통해 형성된 국가로 17세기 영국에 점령됐다.

 

식민지 시절 영국 농장주와 흑인 노예들이 섬으로 이주했고, 지금도 인구의 90%가 아프리카계다.

 

1966년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으나 계속 입헌군주국으로 남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군주이자 국가 원수로 섬겨왔다.

 

앞서 1998년 헌법 검토 위원회가 공화국 선포를 권고한 이래 몇 차례 공화국 전환을 추진해온 바베이도스는 지난해 "식민지 과거를 완전히 뒤로 할 때"라며 올해 11월을 기점으로 공화국 전환을 선포했다.

 

이는 영연방 소속 입헌군주국 가운데 1992년 모리셔스에 이어 30년 만에 등장한 공화국 전환 사례다.

 

앞서 영국의 식민지였던 카리브해·남미 국가 중엔 가이아나가 1970년, 트리니다드토바고와 도미니카가 각각 1976년과 1978년에 공화국이 됐다.

 

바베이도스는 공화국 전환 이후에도 영연방 국가로 남아 영국 왕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