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영입·가족 역할·경선 룰 놓고 사사건건 충돌 '위험수위'

상대 '실언 · 망언' 리스트 25건 작성해 공개 공방전

유승민 "피장파장·도긴개긴" 싸잡아 비판…윤석열 당원문자 비판 가세

 

윤석열-홍준표= 국민의힘 윤석열 (오른쪽),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5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1대1 맞수토론'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양강'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사이의 공방이 24일 난타전을 방불케 할 만큼 최고조로 치달았다.

 

특히 상대방 부인을 경선판으로 끌어들여 공세의 소재로 활용할 만큼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는 등 양측의 충돌이 점입가경이다.

 

최종 후보 선출을 약 2주 앞두고 승부에 쐐기를 박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의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영입에 대해 "광역단체장 공천을 미끼로 중진 출신들을 대거 데려간다"며 "줄 세우기 구태정치"라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국민의힘 김태호·박진 의원과 심재철 전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을 겨냥, "공천 미끼에 혹해 넘어가신 분들은 참 측은하다"고 저격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국회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답변할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윤 전 총장 측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원팀 정신을 해치는 자해행위"라며 "과거에 공천을 무기로 줄 세우기를 해봤다는 홍 후보의 자기 고백"이라고 반격에 나섰다.

 

논란의 '개 사과' 인스타그램 글을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 씨가 게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여진도 이날까지 이어졌다. 이례적으로, 서로의 부인을 겨냥한 설전이 날카롭게 오갔다.

 

이번엔 윤 전 총장이 취재진에게 "어떤 분들은 가족이 후원회장도 맡는데, 제 처는 다른 후보 가족들처럼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며 홍 의원에게 먼저 날을 세웠다.

 

홍 의원의 대선 예비후보 후원회를 부인 이순삼 씨가 맡은 점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개 사과' 논란과 관련, 김건희씨 관여 논란이 불거지자 홍 의원 쪽에 화살을 돌리며 역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소환 대기 중 공식 석상에 못 나오는 부인보다 유명인사가 아닌 부인을 후원회장으로 두는 것이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쏘아붙였다.

 

윤 전 총장 부인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끄집어낸 것이다.

 

경선 룰을 둘러싼 신경전도 계속됐다.

 

홍 의원이 전날 페이스북에서 "기상천외한 여론조사를 고집한다면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윤 전 총장이 이날 기자들에게 "중대 결심을 하든 말든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받아치면서다.

 

윤 전 총장 측은 가상 양자 대결 방식, 홍 의원 측은 4지 선다형 방식의 여론조사를 각각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 측은 이날 "윤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가슴 졸이는 자세로 윤 후보 입만 쳐다봐야 할 것"이라며 앞서 윤 전 총장이 구설에 오른 사례를 '실언·망언 리스트 25건'으로 작성해 배포하기도 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측은 "'욕설은 이재명, 막말은 홍준표'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라며 홍 후보의 '망언·막말 리스트 25건'을 배포해 맞불을 놨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논란이 된 발언을 총망라했다.

 

공방이 과열되자 유승민 전 의원은 "정말 가관"이라며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을 싸잡아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상대방의 전과, 비리, 막말, 망언을 두고 이전투구하는 모습"이라며 "피장파장이고 도긴개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유 전 의원 측은 윤 전 총장이 이날 책임당원들에게 보낸 지지 호소 메시지에서 "어떤 것도 저들의 공격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한 대목을 문제 삼으며 공방에 '참전'했다.

 

이수희 캠프 대변인은 논평에서 "결국 '전두환 정치 잘했다'는 발언은 잘못한 게 아니고, 본인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공격거리로 트집 잡은 것이라고 계속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홍준표 ‘친박계 모시기’ 과열…단체장 공천 미끼 비판도

윤 캠프, 김태호·심재철·유정복 등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

홍 캠프는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 “공천 미끼가 새 정치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선대위원장 및 공정과혁신위원회 위원장 영입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상진 공존과혁신위원회 위원장, 박진ㆍ김태호 공동선대위원장, 윤 후보, 심재철ㆍ유정복 공동선대위원장.

 

다음달 5일로 다가온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선두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세 불리기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전·현직 중진 의원 중진들을 영입하자 홍 의원은 “광역단체장 공천을 미끼로 한 줄 세우기 구태정치”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경선 국면에서 친박 정치인까지 득세하면서 당내에서는 ‘새누리당 회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태호(3선)·박진(4선) 의원과 심재철(5선) 전 의원, 유정복(3선) 전 인천시장을 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신상진(4선) 전 의원은 캠프 내 공정과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은 유 전 시장을 거론하며 “친박 좌장영입이라는 상징적 의미 갖는 이번 인선으로 화합형 캠프로 위상을 높였다”고 자평했다. 유 전 시장은 2007년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 비서실장, 2014년 박근혜 정부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이었다.

 

당원투표 비중이 50%로 늘어나는 본경선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열성 당심을 공략하기 위한 ‘친박계 모시기’가 치열해진 모양새다. 윤석열 캠프는 유 전 시장 외에도 지난 17일 옛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을 총괄특보단장으로 영입했다. 홍준표 캠프는 이에 맞서 친박계 핵심이었던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를 영입해 ‘반윤석열’ 목소리를 높였다.

 

홍문종 대표는 지난 22일 홍 의원 지지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우파 인사들을 감옥에 보내고 박 전 대통령에게 45년을 구형했는데 탄핵에 대해 한 번도 국민 앞에 사죄하지 않았다. 탄핵 검사 출신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론 정권교체가 힘들다”며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앞서 지난 15일 박사모 등 박근혜 지지단체 총연합회는 홍 의원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최종 경선을 앞두고 친박 세력의 표심을 놓고 양쪽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2030 자원봉사단 ‘홍카단’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뒤 자원봉사단의 환영을 받으며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홍준표 캠프 제공

 

하지만 징역형을 선고받거나 재판 진행 중인 친박 인사들이 마구잡이로 영입되면서 이들의 활동이 대선 본선에서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문종 대표는 지난 2월 사학재단 경민학원 이사장과 총장 재직 당시 뇌물수수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은 피한 채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도 지난해 10월 ‘함바왕 선거공작’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선 전 유죄가 확정되면 대선 판도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친박계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활동할 공간이 열리면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친박계가 전면에 나서는 게 우리 당으로서는 중도층 표심을 고려했을 때 절대 유리한 구도가 아니다”라며 “당장은 당원 표가 급하겠지만 결국에서 본선을 생각하면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중진 전·현직 의원들을 캠프 중책에 기용한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광역단체장 공천을 미끼로 중진 출신들을 대거 데려가면서 선대위에 뒤늦게 영입하는 것이 새로운 정치냐. 줄 세우기 구태정치의 전형이 돼버렸다”며 “각종 공천 미끼에 혹해 넘어가신 분들은 참 측은하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 비판에 윤 전 총장은 이날 캠프 인선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답변할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장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