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만 대통령, 투명막 사방 두르고 행사

인구 1070만 나라에서 확진자 211만명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28일 아크릴 판으로 사방을 가린 보호막 속에서 페트르 피알라(왼쪽) 신임 총리 임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프라하/EPA 연합뉴스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체코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대통령이 사방을 가린 보호막 속에서 총리 임명식을 치렀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28일 대통령궁에서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우파 연합의 페트르 피알라를 총리로 임명했다. 제만 대통령은 모두 4명만 참석한 임명식에 투명 아크릴로 만든 상자 모양 보호막이 설치된 문으로 방호복 착용자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한 제만 대통령은 보호막 안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77살인 제만 대통령은 간 질환과 다른 알려지지 않은 병환으로 이미 몇주째 수도 프라하 외곽에서 치료를 받았다. 총선 이튿날 제만 대통령이 입원하자 차기 정부 구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지난 25일 퇴원했으나 당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보호막 안에 설치된 마이크를 이용해, 앞으로 2주간 피알라 총리가 지명한 장관 후보들을 인터뷰하겠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피알라 총리는 임명식 후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는 매우 복잡한 상황 속에서 많은 도전을 다뤄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촉구했다. 체코의 백신 접종률은 58.5%로 유럽연합(EU) 평균(65.8%)보다 낮다. 체코의 누적 확진자는 약 211만명으로 인구(약 1070만명)의 약 5분의 1에 달한다. 28일까지 3만2837명이 사망했다.

 

체코 정부는 26일 한 달 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방역 강화 조처를 취했지만 반대 시위는 28일에도 이어졌다. 프라하에서는 정치 세력 등과 연계된 수천명이 마스크를 끼지 않고 거리를 메운 채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