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 수사 마무리 수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가 3일 새벽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월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체포영장과 두 차례 구속영장이 모두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공수처 수사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석 달 동안 수사인력의 60%가량을 투입하며 이 사건 수사에 ‘올인’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야권의 정치적 공세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3일 법원이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핵심 사유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0시10분께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손 검사 쪽에 오는 6일 오전 10시에 출석을 요청했다. 신병 확보는 실패했지만, 수사는 이어나가겠다는 취지다. 손 검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일하던 지난해 4월께 소속 검사 등에게 범여권 인사와 언론인 등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관련 자료 수집 등을 지시하고, 이렇게 작성된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앞서 지난 10월20일 손 검사의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사흘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같은 달 26일 이를 기각했다. 당시 공수처가 체포영장이 기각됐는데도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놓고, ‘무리한 수사’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체포영장이 기각된 뒤 제대로 된 보강 수사를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인신 구속을 시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손 검사의 신병 확보를 위한 시도가 ‘3전 3패’로 끝나면서 공수처를 향한 ‘부실수사’ ‘수사력 부족’ 등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당장 고발사주 의혹의 정점으로 거론된 윤석열 대선 후보가 소속된 국민의힘은 이날 “개혁 대상일 뿐”이라고 공수처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그동안 국민의힘 쪽은 공수처의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야당 대선 후보 탄압’ 프레임을 강조해왔다.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해 이를 지렛대 삼아 고발장 작성 지시자 등 ‘윗선’ 수사로 나아가려던 공수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손 검사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공수처가 고발사주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 검사의 혐의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탓에 당시 검찰 조직의 수장이었던 윤석열 후보에게 칼끝을 겨눌 동력은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고발사주 의혹은 공수처가 벌인 사실상 첫 ‘대형 사건’으로 상당수의 수사인력을 투입하며 전력을 쏟았지만, 핵심 피의자의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세 번이나 기각당한 것은 수사기관으로서 뼈아픈 대목”이라며 “수사는 손 검사만 재판에 넘기는 수준에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수처 무용론이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