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쪽은 처음, 위협적으로 본 미국 반대의사 전해

 

 2017년 1월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남중국해에서 훈련하고 있다. 출처: 글로벌 타임스

 

미국이 대서양 방면인 아프리카 적도기니에 대한 중국의 상설 해군기지 설치 시도를 포착하고 이를 저지하려고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6일 중국이 적도기니에 해군기지를 설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이 미국 정보당국 기밀 보고서에 담겼다고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군 기지 설치 장소로는 중국 기업이 개발한 적도기니의 바타항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 기지가 무기 공급 등 병참과 군함 수리를 담당하는 본격적인 해군기지로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신문은 백악관과 국방부가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 동부 맞은편에 중국 해군기지가 설치되는 것을 상당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 때문에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수석부보좌관이 10월에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대통령과 그 아들인 테오도로 응게마 오비앙 망게 부통령을 만나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17년 동아프리카 지부티의 수에즈운하 입구에 첫 해외기지를 건설했다. 미군기지로부터 10㎞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부티 기지를 두고 중국군의 해외 영향력 투사를 위한 본격적인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를 포함해 그동안 중국군의 해외기지는 태평양과 인도양 방면에서 추진돼왔는데, 대서양 쪽 기지 건설 시도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티븐 타운센드 미 아프리카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4월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대서양 쪽에 해군기지를 만드는 것을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정보당국이 적도기니에서 중국군 기지 건설 의도를 처음 탐지한 것은 2019년이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적도기니를 방문해 ‘미-중 경쟁의 최전선에 스스로 놓이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설득 내지 압박이 통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파이너 수석부보좌관의 방문 뒤 아버지의 후계자로 일컬어지는 오비앙 망게 부통령은 백악관이 자신을 “양국 관계에서 수석 교섭 대상자”로 인정했다고 내세웠다. 하지만 1979년부터 적도기니를 통치해온 오비앙 대통령은 얼마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적도기니는 항상 중국을 가장 중요한 전략 파트너로 여긴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케냐, 세이셸, 탄자니아, 앙골라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