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모디-푸틴 정상회담 열어 AK소총 60만정 등 협력 합의

미 ‘적성국제제’ 경고 안 먹혀 미-중-러 갈등에 인도 변수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인도 뉴델리에서 만나고 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인도가 정상회담을 열어 군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미국, 인도는 중국과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열린 이번 회담으로 인해 얽히고설킨 미-중-러의 3각관계에 인도까지 가세하는 복잡한 방정식이 만들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했다. 두 정상은 이 만남에서 인도가 구매를 결정한 러시아제 방공 미사일 체계인 S-400, 공격용 소총인 AK-203 60만정 공급 등 군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뒤 “우리는 인도를 열강, 우호 국가, 오랜 세월 동안 입증된 우방으로 여긴다”고 말했고, 모디 총리는 “지난 몇십년 동안 세계는 많은 근본적인 변화를 했고 다른 지정학적 방정식이 나타났지만 인도와 러시아의 친선은 영원히 유지됐다”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초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6월 이뤄진 첫 방문에선 제네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러시아는 이 회담을 통해 인도가 포함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의체인 ‘쿼드’를 공고화하는 데 공을 들이는 미국과 인도와 오랜 긴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중국을 동시에 견제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7일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담판을 앞두고, 인도와 오랫동안 쌓아온 전통적 우의를 뽐내는 데 성공했다. 인도는 냉전 시대엔 소련과 우호관계를 유지했지만, 2000년대 이후엔 미국과 관계를 확대해왔다. 최근 들어선 미국의 반중 포위망으로 해석되는 ‘쿼드’에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와 발을 담그고 있다. 중국과는 지난해 5월 히말라야 국경 지대에서 무력충돌을 벌이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인도는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2018년 계약한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체계 도입을 확정지으며 양국 군사협력이 다시 강화되는 계기를 잡았다. 하르시 바르단 슈링글라 인도 외교장관은 S-400 도입과 관련해 “공급이 이번달에 시작됐고, 계속될 것이다”라고 확인했다.

 

미국은 인도가 54억달러(약 6조3600억원) 규모의 S-400 도입을 강행하면, 러시아 무기를 구매하는 국가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근거인 ‘적성국가제재법’(CAATSA)에 따라 제재하겠다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의 핵심 고리인 인도를 제재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무부는 11월 말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린 인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러시아는 또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 군사 합작회사를 설립해 향후 10년 동안 AK-203 소총 60만자루를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 소총은 인도군이 30년 동안 사용해온 낡은 ‘인사스’(INSAS) 소총을 순차 대체할 예정이다. 인도는 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파키스탄 등 주변국과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 무기를 요구해왔다. 라지나트 싱 국방장관은 “지난해 여름 이후 코로나19의 유행, 주변국들의 유례없는 군사화와 무력 증강, 정당한 이유 없는 국경선 침범이 몇가지 도전이 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군사기술 협력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인도는 세계 방위산업 교역에서 10%의 비중을 차지하는 세계 2위의 무기 구매국이다. 냉전 시대엔 전체 70%를 모스크바에서 수입하다 40%대까지 줄였다. 최근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접근해오는 것을 계기로 미국과의 군사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과 30억달러 규모의 군사협력 계약을 맺었다. 정의길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