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대, 시한부 환자에 이식

‘동물 장기, 인체 이식 시대 오나’ 기대감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센터의 의사들이 7일 돼지의 심장을 인체에 이식하고 있다. 볼티모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인체의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이식 받은 환자가 사흘째 회복 중이다. 이 수술이 성공으로 결론나면, 만성적인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의료센터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심장질환자인 데이비드 베넷(57)이 7일 8시간에 걸친 수술을 통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돼지 심장을 이식 받고, 10일 현재까지 자력으로 호흡하며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수술이 최종 성공으로 결론 나면, 동물의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려는 수십년간의 노력이 중요한 결실을 맺게 된다. 또 만성적인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 해결에도 큰 진전이 예상된다. 다만, <에이피>(AP) 통신은 이 수술이 성공인지 확인하려면 몇주 동안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이뤄진 동물 장기 이식 시도는 인체의 거부 반응으로 인해 대부분 때문에 실패했다. 그 때문에 의료진은 수술에 사용된 돼지의 유전자를 조작해 인체가 거부반응을 보일만한 요인들을 사전에 제거했다.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환자 상태가 아주 좋으며 오늘은 미소를 지었다. 이 환자로부터 매일 많은 걸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피스 박사팀은 이번 수술에 앞서 지난 5년 동안 돼지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50회 가량 시도했다. 뉴욕대에서 돼지 신장 이식을 이끌었던 로버트 몽고메리 박사 역시 “이번 수술은 진정 주목할 만한 진전”이라며 “나도 심장을 이식 받은 사람으로서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술이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이식 수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예외적인 긴급 수술 허용을 통해 이뤄졌다. 식품의약국은 다른 선택지가 없어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에 대해 실험적 의약품 사용을 허용하는 ‘동정적 사용’ 조항을 이번 수술에 적용해줬다. 베넷은 수술 받기 하루 전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것밖에 길이 없다. 성공 가능성을 알 수 없지만, 이것이 나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뜻을 밝혔다고 의료진이 전했다.

 

미국 통계를 보면 현재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는 11만명에 달하며 매년 6천명 이상이 장기 이식을 받지 못해 숨진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뉴욕 타임스>도 “망가진 장기를 가진 수십만명의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험적 의료 행위에 대한 윤리와 정책을 연구하는 캐런 마슈크 박사는 동물 장기 이식을 확대하기에 앞서 이번 이식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보를 확보하지도 않은 채 인체에 대한 동물 장기 이식을 서두르는 것은 권할 만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