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측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행위라 황당"

 

지난해 12월24일 오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녀 입시비리’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 재판에서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PC) 등을 증거에서 배제한 재판부 결정에 반발해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다.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 김상연 장용범)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 부부 재판은 검찰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면서 1시간만에 중단됐다. 검찰 쪽은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가 편파적인 결론을 내고 이에 근거해 재판을 진행했다. 법관의 불공정 재판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검찰이 오전 11시7분 법정에서 나가자 재판부는 절차를 중단시키고, 기피신청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18조가 규정하는 기피신청은 재판부가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에 재판을 받는 당사자인 피고인이나 검사가 신청할 수 있다.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해당 재판부는 직무에서 배제된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1월 ‘피의자의 정보저장매체를 제3자가 제출한 경우,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등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재판 과정에서 ‘제3자가 제출한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 등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조 전 장관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동양대 휴게실에 있던 피시와 조 전 장관 부부 자산관리인이었던 김경록씨가 임의제출한 조 전 장관 자택 서재의 피시, 조 전 장관 아들 피시에서 나온 증거 등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동양대 조교와 김경록씨에 의해 각각 임의제출된 이들 피시가 실소유주이자 ‘실질적 피압수자’인 조 전 장관 부부의 참여 없이 임의제출돼 적법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검찰은 동양대 강사 휴게실 피시의 경우 2년9개월간 방치된 상태라 주인이 없거나 동양대 소유의 물건이라는 이유로 정 교수는 실질적 피압수자가 될 수 없어서 방어권이 침해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집에 있던 피시도 위임을 받아 김경록씨가 관리하던 기기여서 정 교수를 실질적 피압수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검찰쪽 입장이었다.

 

검찰은 이날도 법정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증거 능력이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1천 번 양보해 대법 판결이 재판부 결정과 같은 취지라면 (최근 상고 기각으로 판결된) 조 전 장관 동생의 위법수집증거에 대한 직권 심리나 파기환송이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최서원이 두고 간 태블릿을 제삼자인 기자가 가져가 검찰에 임의제출했지만, 대법원이 임의제출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박근혜·최서원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 이의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며 오후로 예정된 김경록 씨의 증인 신문에서 PC에서 확보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검찰은 "적법절차를 지키며 대법 판례와 관련해 충분히 말씀을 드렸음에도 이의 신청에 대해 아무런 결정 없이, 증거 제시 없이 증인신문을 하라고 하셨다"며 법관 기피를 신청했고, 재판은 파행됐다.

 

재판부는 "검사들의 기피 신청이 유감스럽긴 하다"며 "다음 기일은 추후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재판 이후 별도 입장문을 내 "구체적 근거도 없는 증거 불채택 결정에 이어 사실상 형해화한 증인신문 절차 강행 등 지금까지의 재판 진행 과정을 종합해 볼 때, 현 재판부가 편파적인 결론을 예단하고 그에 경도돼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와 피고인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등의 경우 재판부를 교체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기피 신청 자체에 대한 재판을 따로 열어야 한다. 기피 신청 사건은 별도 재판부에서 심리하고, 진행 중이던 원래 재판은 중지된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법관 기피 신청에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행위라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민영 기자

 

 정경심 대법원 선고 이달 27일 나온다…2심 징역 4년

'입시비리 증거' 동양대 휴게실 PC 압수 적법성 판단 주목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오는 27일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업무방해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의 선고기일을 이달 27일 오전 10시 15분 연다.

 

정 전 교수는 남편 조 전 장관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2019년 9월 6일 딸 조민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로 처음 기소됐다.

 

당시 조 전 장관 부부는 공개된 재산보다 많은 액수를 사모펀드에 투자하기로 약정했다는 의혹과 자녀들의 입시 과정에서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서류를 꾸며냈다는 의혹도 받았다.

 

2019년 8월 강제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정 전 교수 기소 이후에도 조 전 장관 형제와 5촌 조카 조범동씨 등을 재판에 넘겼고, 같은 해 11월 구속기소 된 정 교수에 대해 14개의 혐의를 추가했다.

 

1심 재판부는 1년여의 심리 끝에 2020년 말 15개에 달하는 혐의 중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1억4천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지난해 8월 자녀 입시비리 혐의(업무방해 등)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2차 전지업체 WFM 관련 미공개 정보를 사전 취득해 이익을 본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일부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벌금과 추징금은 5천만원과 1천여만원으로 각각 감경됐다.

 

정 전 교수와 검찰은 모두 2심 판단에 불복해 지난해 8월 상고했고, 대법원은 최근까지 쟁점을 놓고 재판부 논의를 이어왔다.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정 전 교수는 이달 10일 건강 악화를 들어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근거로 검찰이 입시비리 혐의 입증을 위해 동양대 휴게실에서 압수한 PC 등이 위법한 증거라는 취지의 주장도 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