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미 제재 묶인 계좌서 1800만달러 납부

분담금 못 내면 유엔 총회 투표권 잃는 탓 유엔·미국 등과 협의

 

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 둘째)은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 대표들과 협의하려고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방문한 계기에 지난 6일 현지에서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교차관(맨 오른쪽)과 만나 “동결자금 이전과 관련한 실무적 현안 논의를 위해 양국 전문가들 간 실무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유엔 분담금을 내지 못해 투표권을 잃은 이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의 금융기관에 묶여 있는 ‘이란 동결자금’을 활용해 분담금을 냈다.

 

외교부와 기획재정부는 23일 “국내 이란 원화 자금을 활용한 이란의 유엔 분담금 1800만달러(약 222억원) 납부를 21일 완료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3일 이란 정부는 유엔 분담금 미납에 따른 총회 투표권 상실 등을 우려해 국내 이란 동결 자금으로 유엔 분담금을 납부해 줄 것을 우리 정부에 긴급 요청했다”며 “유엔 분담금 납부로 이란의 유엔 총회 투표권은 즉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이란의 유엔 분담금(1600만달러, 약 184억원)을 원화 자금으로 납부한 경험을 토대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 유엔 사무국, 금융기관 등 관계기관과 이란 자금 이전 절차를 신속하게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납부한 금액은 이란이 내지 못한 유엔분담금 6400만달러 가운데 투표권을 되찾는 데 필요한 최소 금액에 해당한다. 정부가 밝힌 대로, 이란이 원화 동결자금으로 유엔 분담금을 낸 사례는 이번이 두번째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따른 ‘이란 동결 자금’ 문제는 한국-이란 관계의 오랜 난제다. 이란은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이란 중앙은행 이름으로 원화 계좌를 열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는데, 미국이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려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한국 금융기관에 묶여 있는 이란 자금은 약 70억달러(8조3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란의 국외 동결자금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한-이란 정부는 이 문제의 완화·해소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 대표들과 협의하려고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방문한 계기에 현지에서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교차관과 만나 “동결자금 이전과 관련한 실무적 현안 논의를 위해 양국 전문가들 간 실무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란에 코로나19 백신 100만회분을 공여했고, 지난 6일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한테서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와 관련해 다야니에 배상금 송금을 위한 특별허가서를 발급받았다.

 

이란 동결자금 문제는 이란핵합의 복원 협상이 마무리돼야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란핵합의 당사국들은 2월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