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람세스2세 신전 복원사업 맡기로

 

이집트 라메세움 신전 앞에서 김현모 청장을 비롯한 한국 문화재청 인사들과 이집트 현지 관계자들이 찍은 기념사진.

 

기원전 13세기 고대 이집트 문명 최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파라오(제왕)로, 거대한 신전과 기념상을 숱하게 세웠던 람세스 2세의 유적이 3200여년 만에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의 신전이 사상 최초로 한국 문화유산 전문가들의 손길 아래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지난 20일 한국-이집트 정상회담을 계기로 룩소르 카르낙 신전에서 두 나라 문화유산 기관 고위급 회담을 연 데 이어 다음날 수도 카이로에서 김현모 청장과 이집트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사무총장 모스타파 와지리가 만나 문화유산 교류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집트는 회담을 통해 람세스2세의 신전이자 세계유산인 룩소르 라메세움의 복원과 발굴되지 않은 투트모세 4세 신전의 조사·복원에 참여를 요청했으며 김 청장이 제의를 흔쾌히 수용했다고 청은 전했다.

 

라메세움 신전은 나일강 서쪽 기슭에 있는 람세스 2세 시대의 유적으로 일부만 남아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의 도움으로 1990년부터 발굴조사와 유물 복원 작업을 해왔다. 문화재청은 내년부터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전문가들과 한국전통문화대의 연구 인력을 파견해 신전의 탑문 전체를 복원하고 진입로도 정비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이집트박물관, 콥트박물관, 고고연구센터 등 현지 박물관·연구소 6곳이 소장한 유물들의 디지털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21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김현모 한국 문화재청장과 모스타파 와지리 이집트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사무총장이 문화유산 교류협력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이집트가 문화재 보호·보존 협정 체결을 요청한 이래로 현지 조사를 거쳐 한국의 국가 문화재기관이 처음 유적 복원 사업을 벌이게 됐다. 그동안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로 국한됐던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ODA) 지역을 아프리카까지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람세스 2세는 고대 이집트 제19 왕조의 3대 파라오(재위 기원전 1279~기원전 1213)였다. 고대 이집트 역사에서 선대의 소년왕 투탕카멘, 후대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더불어 가장 널리 알려진 제왕이다. 시리아와 리비아 등지에서 정복전쟁을 벌였으며, 생전 자신의 업적을 기리는 거대한 조각상과 아부심벨, 라무세움 등의 신전과 장례시설 등을 제국 도처에 세웠다. 이 유적들은 오늘날 이집트 문명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상징물들로 남아있다. 노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