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체르노빌보다 10배 피해”

러시아-우크라 교전지역 주변 원전에 불

우크라 재난당국 “소방관 40여명 진화 중”

”유럽 최대 원전 공격 러시아 처벌될 것”

 

4일 새벽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화재 상황. 유투브(Запорізька АЕС) 화면 갈무리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벌어지는 지역 인근에 있는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에 4일(현지시각) 새벽 화재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에 이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는 1986년 체르노빌 참사보다 “10배는 더 클 것”이라며 포격 중단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남부에 자리한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발전소가 이날 아침 불에 휩싸였다. 인근 도시인 에네르호다르 시장인 드미트로 오를로프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유럽에서 가장 큰 원자력발전소의 건물과 시설들에 대한 적들의 계속된 포격의 결과로 자포리자 핵발전소에 불이 났다. 이는 전세계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화재 상황을 보여주는 유튜브 계정(Запорізька АЕС)을 보면, 이날 새벽 1시50분께 원전 부속 건물의 하나로 보이는 건물에 불길이 솟아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주차장으로 보이는 도로 한 가운데 탱크나 장갑차인 듯한 차량들이 보인다. 방사선량 정보 공개 사이트를 보면 자포리자 원전과 주변 지역 등 15개 지점에서 측정하는 방사선 선량은 0.1μSv(시버트) 안팎으로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상태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청(한국의 재난안전관리본부)은 “불이 난 것은 주 원자로 시설 밖에 있는 연수용 건물”이라며 “오전 5시20분 현재 비상사태청이 화재에 대응하고 있다. 40명의 소방관과 10개팀이 화염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을 공격을 한 점령군은 엄한 처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6대의 원자로를 갖춘 유럽 최대 원전으로 주변을 흐르는 드니프로강을 끌어와 냉각수로 사용한다. 러시아군은 3일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남부 거점 도시 헤르손을 장악했고, 북진하며 에네르호다르 인근에서 교전 중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남긴 메시지에서 “러시아군이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인 자포리자를 을 향해 사방에서 포격을 하고 있다. 이미 불이 났다. 만약 폭발이 일어난다면 체르노빌보다 10배는 클 것이다(큰 피해가 날 것이다). 러시아는 즉시 포격을 멈추고 소방관들이 안전지대를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 사태를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 대응 태세를 갖추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소통 중이다. 미국 백악관도 자료를 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화재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와 통화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러시아에 “이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멈추고 소방관들과 긴급대응 요원들의 시설 접근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2일 러시아군을 상대로 원전을 지키기 위해 도로를 막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앞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군이 이 발전소를 점령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고, 탱크를 몰고 인근 마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발전소를 지키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며 대치 중이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을 보면, 2일 지역 주민들이 원전을 지키기 위해 대거 몰려와 도로를 막았고 차량·타이어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이들이 저항하는 모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상과 사진으로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자포리자 원전 자체의 통제권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의길 김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