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HSBC챔피언십 후반 ‘뒷심’ 17언더파

15R 연속 60대 타·30R 연속 언더파 신기록

고진영 “내가 자랑스럽고, 꿈만 같다” 소감

 

고진영이 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18번홀(파4) 페어웨이 안착부터 버디 퍼팅까지…. 당대 최고 선수의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은 역사를 만들었다. 우승컵까지 확보해 기쁨은 더 컸다.

 

세계 1위 고진영(27)이 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7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올랐다. 상금25만5천달러. 지난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에 이은 2연승이며, 최근 엘피지에이 10개 대회 중 6개 대회 석권이다. 엘피지에이 통산 13승.

 

고진영은 우승뿐 아니라 엘피지에이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30라운드 연속 언더파 행진 신기록도 세웠다. 60대 타수는 지난해 BMW 챔피언십 2라운드부터 시작된 것이고, 언더파 성적은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 4라운드부터 이어져 왔다. 안니카 소렌스탐과 유소연(32)의 14라운드 60대 타수, 소렌스탐과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29라운드 언더파 기록을 각각 넘어섰다.

 

이날 1타차 공동 2위로 출발한 고진영은 전반부 파 행진을 하다가, 8번~9번홀 연속 버디로 타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어 12번홀(파4) 보기로 주춤했지만, 특유의 뒷심으로 13번~16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고진영은 17번홀(파3)에서 이정은(22), 전인지(28) 등 같은 조 선수들과 파로 마무리한 뒤 18번홀(파4)에 들어섰다. 이때 이정은과는 16언더파로 공동 1위였고, 전인지보다는 1타를 앞서는 상황이었다.

전인지 선수

이정은 선수

 

먼저 티박스에 오른 고진영은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켰다. 반면 이정은과 전인지의 드라이버 샷은 러프로 들어가면서 명암이 갈리기 시작했다. 페어웨이에서 고진영이 먼저 아이언샷으로 올린 공은 핀 뒤쪽 가까이에 떨어졌고, 이정은과 전인지가 시도한 두 번째 샷은 각각 핀 근처 벙커와 러프로 들어갔다. 결국 고진영은 이 홀에서 버디를 추가해 우승을 확정했고 이정은은 더블보기로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전인지는 파로 막아냈다.

 

고진영은 경기 뒤 두 개의 신기록을 작성한 것에 대한 질문에, “자랑스럽다.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날 3타를 줄인 전인지가 이민지(호주)와 공동 2위(15언더파 275타), 역시 3타를 줄인 이정은이 공동 4위(14언더파 274타)에 올랐다. 양희영(33)이 공동 6위(13언더파 275타), 6언더파를 친 김아림(27)이 공동 9위(11언더파 277타)를 차지했다. 박인비(34)는 공동 17위(8언더파 280타)로 대회를 마감했다. 김창금 기자

 

'신기록 2개+시즌 첫 우승' 고진영 "행복하다…연습 더 해야"

 

우승 트로피를 들고 흐뭇해 하는 고진영. [AFP=연합뉴스]

 

시즌 첫 출전 대회에서 우승하고 신기록 2개까지 챙긴 고진영(27)은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면서도 "연습을 더 하겠다"고 마르지 않는 의욕을 드러냈다.

 

고진영은 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일에 6타를 줄여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그는 특히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와 '30라운드 연속 언더파'라는 두 가지 신기록을 세웠다.

 

우승 기자회견에서 고진영은 "신기록을 세워서 자랑스럽고 너무 행복하다"면서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는) 작년에 부산에서는 긴장해서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은 압박감 속에서 경기하면서도 해내서 내가 한 단계 성장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내가 기록을 깼지만 누군가가 또 깰 것"이라면서도 "내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해나가고 싶다"고 이 두 기록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우승 회견에 앞서 열린 시상식에서도 "꿈만 같다. 자신과 싸움에서 이긴 내가 자랑스럽다"고 신기록 달성에 뿌듯한 감정을 나타냈다.

 

이날 선배 전인지(28)와 후배 이정은(26)과 챔피언조에서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인 끝에 역전 우승을 거둔 고진영은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한국 선수 2명과 경기하는 건 늘 어렵다.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다. 그래도 다들 친한 친구"라고 말했다.

 

12번 홀(파4)에서 이날 유일한 보기를 적어내 우승 경쟁에서 뒤처지는 듯했던 고진영은 13번 홀부터 16번 홀까지 4개 홀 연속 버디로 승기를 잡았다.

 

"12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수한 나한테 화도 났다"는 고진영은 "6개 홀이 더 남았으니 버디를 더 잡아낼 수 있다고 나를 다독였다"고 그 순간을 돌아봤다.

 

그는 "마침 다음 13번 홀이 파5라서 버디로 만회했고 14, 15번 홀 버디는 운이 좀 따랐다. 18번 홀 버디도 행운이었다"면서 "어쨌든 최대한 버디를 많이 잡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8번 홀에서는 버디를 꼭 잡겠다고 노렸다"면서 "이런 (덥고 습한) 날씨에 연장전을 치르고 싶지는 않았다"고 18번 홀에서 보인 공격적인 플레이의 배경을 밝혔다.

 

이번 대회 내내 전반보다 후반에 더 좋은 스코어를 냈던 고진영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알고 싶다"면서 "전반에는 늘 스윙이 불편했다. 그래서 후반이 되면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했기에 더 좋은 경기가 나왔다"고 자평했다.

 

7일 귀국하는 고진영은 한국에서 뭘 하면서 지낼 것이냐는 질문에 "연습"이라고 답했다.

 

고진영은 "겨울 훈련이 끝나고 나온 첫 대회였다. 어떤 것이 부족한지 스스로 잘 알았기 때문에 1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뭘 해야 할지 깨달았다. 한국에 돌아가서 열심히 연습할 생각"이라며 "골프를 좀 쉽게 치면 좋겠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회견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