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보좌관 “명확히 규정된 안보 필요”

 

 

러시아와 4차 평화협상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러시아 쪽이 언급한 ‘오스트리아·스웨덴 모델’을 거부했다.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 중 한 명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평화협상은 우크라이나 주권을 지키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16일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지금 러시아와 직접 전쟁 중이다”며 “따라서 오직 우크라이나 모델이어야 하고 법적으로 보장되는 안보를 토대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른 모델이나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아침 우크라이나가 오스트리아나 스웨덴과 같은 중립국이 되는 평화 협상에 열려있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도 이날 러시아 매체 <아르비시>(RBC)인터뷰에서 협상에서 일부 조항은 합의에 근접하고 있음 “중립국 지위가 안전보장 조치와 함께 지금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포돌랴크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가 강력한 동맹이 필요하고 “명확히 규정된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주장하는 중립국 모델은 거부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국가가 참가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형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기원 기자

 

폴란드 · 체코 · 슬로베니아 총리, 키이우 ‘깜짝’ 방문…“우크라 지지”

    젤렌스키 대통령 “강력한 지지의 증거”…감사 표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왼쪽부터)와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폴란드 부총리, 페트라 피알라 체코 총리가 1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가는 열차 안에서 함께 지도를 들여다 보고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 EPA 연합뉴스

 

폴란드·체코·슬로베니아 3국 총리가 함께 러시아군의 포탄이 날아드는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했다. 동유럽 국가 정상들의 ‘깜짝’ 방문은 러시아군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15일(현지시각) 저녁 소셜미디어에 ‘자신과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폴란드 부총리,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가 함께 키이우에 왔다’며 함께 둥근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여기 전쟁으로 찢긴 키이우에서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서 자유가 독재의 세계에 맞서 싸우고 있고, 우리 모두의 미래가 줄타기하고 있다”고 썼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페이스북에 이들과 함께 앉아서 당국자들의 전쟁상황 브리핑을 받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이들의 방문에 대해 “강력한 지지의 증거”라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들의 키이우 방문은 며칠 동안 준비된 것이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비밀리 추진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폴란드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폴란드 국경에서 함께 기차로 7시간 이상 여행해 키이우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이 이번 방문을 함께 추진한 구체적인 경위와 여행 경로 등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이들 3국 총리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키이우를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그들의 키이우 방문이 유럽연합의 동의를 받았고 유엔(UN)에도 통보됐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당국자들은 3국 총리의 키이우 방문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는 유럽연합과 무관한 개별적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관련 질문을 받자 이들의 방문을 공적으로 인정하진 않는다면서도 “나토 회원국과 유럽연합의 지도자들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방문은 러시아군이 최근 며칠 사이 키이우와 주변 도시에 대한 폭격과 공세를 강화하며 키이우 진입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지의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세 나라와 우크라이나는 특히 과거 냉전시절 동유럽의 공산권 국가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연대감이 더욱 각별한 것으로 보인다.

 

얀사 총리는 이번 방문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언젠가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질 유럽 국가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위터에 러시아의 침공이 유럽의 핵심 가치와 삶의 방식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며 “우크라이나의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며 우리는 함께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젤렌스키 “우리는 1초도 포기 생각 않아” 연설에 미 의원들 기립박수

9·11테러 등 들며 미국인에 지원 호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화상으로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해 키이우 포기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에 더많은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한 연설에서 러시아군의 수도 키이우(키예프) 공습이 날마다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키이우) 포기는 1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전했다. 녹색 티셔츠를 입고 그가 등장하자 미국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쳤다. 그는 연설의 상당부분을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금지 구역 설정 또는 방공무기 지원 호소에 할애했다. 그는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이나 2001년 9·11 테러를 들며, “우리나라는 같은 일을 매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하늘을 죽음의 원천으로 만들었다”며 “나는 우리의 하늘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캐나다 의회 연설에 이어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금지 구역설정을 다시 호소했다. 그는 비행금지 구역 설정이 “너무 많은 요구냐?”고 되물은 뒤, 그렇다면 방공 무기와 전투기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금지 구역 설정을 요청하고 있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와의 나토의 전쟁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수용하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중간에 아이와 여성이 울부짖는 등의 광경이 담긴 1분 30초 가량의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 기계가 멈출 때까지” 대 러시아 제재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모든 미국 기업은 러시아 시장에 즉시 떠나야 한다. 왜냐하면 그곳은 피가 흘러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고도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바이든 대통령, 나는 대통령이 세계의 지도자 되기를 기원하다. 세계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평화의 지도자가 된다는 뜻이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 부분은 통역 없이 영어로 말했다. 조기원 기자

 

러시아를 꿇린 31살 우크라 장관의 사이버 전투 

 

땅, 바다, 하늘에 이어 사이버 공간을 제4의 영토로 선언하고 사이버군대를 창설한 국가가 여럿이다. 미국은 2009년, 한국은 2010년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해 정보전쟁을 대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보전이 또하나의 최전선이 되는 현대전 양상을 드러낸다. 러시아는 2016년 미국 대선 때 조직적으로 허위정보를 퍼뜨려 체제 불안을 유도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케이지비(KGB) 출신의 정보전 전문가다. 러시아는 미사일과 폭탄을 쏟아붓고 있지만 사이버전에서는 패퇴하고 있다.

 

이 전선의 선봉엔 31살의 우크라이나 최연소 장관 미하일로 페도로우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 장관이 있다. 침공 이튿날 페도로우는 사이버 공간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시도에 나섰다. 소셜미디어에 구글, 애플, 넷플릭스, 인텔, 페이팔 등을 상대로 메시지를 올려 ‘참전’을 요구했다.

 

애플은 러시아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와 서비스 전면 중단으로 호응했다. 스페이스엑스(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페도로우의 요청 이틀 만에 자사의 위성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 장비와 서비스를 공급했다. 구글은 러시아에 악용될 수 있는 지도의 교통정보를 중단하고 페이스북은 러시아 국영 매체의 접속을 차단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푸틴에게 죽음을”과 같은 침략자들을 향한 폭력적 혐오 표현도 한시 허용하기로 했다. 페도로우의 호소에 따라 사이버 공격을 수행할 ‘아이티(IT) 민병대’가 수십만명 단위로 조직됐고, 저항 지원을 위한 암호화폐 펀드도 6000만달러(740억원) 이상 모금이 이뤄졌다.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때 28살 장관이 된 페도로우는 디지털마케팅 기업가 출신이다. 그는 취임 뒤 ‘스마트폰 정부’를 내걸고 2024년까지 정부 서비스를 100% 온라인화하고, 20%를 사람 개입 없이 자동 제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 앱을 이용한 속도 위반 벌금이나 세금 납부 서비스가 제공 중이다. 디지털은 세대별로 서비스 경험과 이해 수준이 다른 영역이다. 대만의 오드리 탕, 프랑스의 플뢰르 펠르랭, 세드리크 오 등 30대 디지털 담당 장관들이 나이가 아니라 혁신과 실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새 정부의 디지털 정책 책임자도 젊은 전문가가 맡을지 관심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언론인…일단 벌금형, 추가처벌 위험

 

러 국영방송 편집자에 34만원 상당 벌금형

시위 전 반전영상 제작관련이라 추가처벌 가능성

대표 야권인사 나발니에 새 혐의로 13년형 구형도

 

러시아 국영 방송 &lt;채널1&gt;의 편집자 마리나 옵샨니코바가 14일(현지시각) 저녁 뉴스 생방송 도중 스튜디오에 들어가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생방송 뉴스가 진행되는 스튜디오에 들어가 전쟁 중단을 촉구한 러시아 여성 언론인이 벌금형을 받았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 <채널1>의 편집자 마리나 옵샨니코바는 14일 저녁 이 방송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 ‘브레먀’가 진행되는 동안 스튜디오로 들어가 “전쟁 반대, 전쟁을 중단하라, 선전선동을 믿지 말라, 그들은 여기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쓴 종이를 들었다. 그녀는 ‘전쟁 반대’ 등을 외치기도 했다. 매일 밤 9시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수백만명이 시청하는 인기 뉴스 방송이다.

 

옵샨니코바는 이에 앞서 전쟁 반대를 촉구하는 동영상도 만들었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그녀는 동영상에서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거짓말을 하도록 놔두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러시아인들이 좀비가 되도록 방치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우리는 조용히 비인도적인 정권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옵샨니코바는 사건 직후부터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고, 3만루블(약 34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 벌금형은 반전 동영상 제작에 대한 처벌이며, 생방송 도중의 행동에 대해 따로 처벌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러시아는 최근 전쟁과 관련된 ‘가짜 뉴스’를 엄하게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 시행에 들어가, 옵샨니코바가 더 엄한 처벌을 받을 우려도 있다.

 

옵샨니코바는 재판 뒤 기자들에게 “이 행동은 내 개인의 반전 결심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싫어하기 때문에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를 받는 동안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 변호사도 만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우크라이나 사람인 옵샨니코바는 평소 정치 문제를 논하지 않았고 자신의 아이들, 반려견, 가정 이야기를 주로 하던 사람이라고 <비비시>는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녀의 행동을 찬양한 반면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난동(훌리거니즘)’으로 규정했다.

 

러시아 정부의 주민 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대표적인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새로운 범죄 혐의로 추가 처벌될 위기에 몰렸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검찰은 이날 나발니에 대해 사기와 법정 모독 혐의로 13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2020년 8월 러시아 정부 소행으로 추정되는 독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나발니는 지난해 2월 사기 혐의 등으로 2년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나발니는 이날 법정에서 “전쟁에 맞서는 것은 독재에 맞서는 것이다. 이는 또 푸틴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기섭 기자

 

젤렌스키 이번엔 미-캐 의회 화상연설…바이든 유럽 방문 검토

 

우크라 지원 적극적 의회 · 여론에 호소

 전투기와 방공 무기 지원 요청 예상

 처칠 인용 영 의회 연설 땐 기립박수

“바이든, 폴란드 등 방문 검토” 보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 페이스북에 올릴 동영상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인터넷 동영상으로 항전과 지지를 호소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아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 캐나다 상·하원 화상 연설을 하고 16일은 역시 화상으로 미국 상·하원 연설을 한다. 피침략국 지도자가 인터넷 연결로 원조국 의회에 직접 호소하는 이례적 장면이 또 펼쳐지게 됐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14일(현지시각)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런 계획을 밝히면서 “용감하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지하는 우리의 뜻을 전달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연설은 텔레비전으로도 중계돼 미국 여론에도 직접 호소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5일에도 미국 의원 280여명을 상대로 인터넷 화상회의 서비스를 이용해 지원을 호소했다. 이번에는 미국 의원들 전원을 대상으로 공식적 연설을 하는 셈이다. 러시아의 제공권 우위에 맞서기 위해 자국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거나 전투기를 달라고 요청해온 그는 이번에도 전투기나 방공 무기 등 군사원조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옛 소련제 미그-29 전투기 28대를 독일의 미군기지를 경유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전투기 제공 가능성을 띄우던 미국은 입장을 바꿔,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주면 러시아가 지나치게 도발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뒷걸음쳤다.

 

하지만 신중한 행정부와 달리 미국 의회에서는 전투기 제공 요구가 상당한 편이어서 이번 연설이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국 의회는 안보 문제는 ‘대통령의 영역’으로 여겨온 전통과 달리 석유 금수나 ‘정상무역관계’ 단절 등 강경한 대러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이번 연설은 수도 사수를 외치며 키이우를 떠나지 않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설 솜씨와 인터넷을 효과적 항전 수단으로 쓰고 있음을 재확인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립박수를 받은 9일 영국 의회 화상 연설에서 연설 상대에 맞춰 셰익스피어의 문장 “죽느냐 사느냐”를 인용했다. 또 “우리는 숲에서도, 벌판에서도, 해안에서도, 거리에서도 싸울 것”이라고 했다. 2차대전 때 윈스턴 처칠의 연설(“우리는 해변에서 싸워야 한다. 우리는 활주로에서 싸워야 한다. 우리는 벌판과 거리에서 싸워야 한다. 우리는 언덕에서 싸워야 한다.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에서 착안한 표현이다. 그는 15일 캐나다 상·하원 화상 연설도 한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과시와 나토 회원국들에 대한 안보 공약 재확인을 위해 유럽 방문을 검토 중이라고 <엔비시>(NBC) 방송이 보도했다. 이 방송은 검토가 초기 단계라면서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동유럽 방문(9~11일) 수행원들 일부가 잔류해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엔엔>(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폴란드 등을 들르는 것을 백악관이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나토의 유럽 쪽 정상들이 이르면 다음주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유엔 "300만명 국외 탈출…어린이 난민 1초에 1명“

"민간 사망자 691명…러시아 TV서 반전 시위 벌인 여성에 보복 안 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0일째인 15일(현지시간) 난민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어린이로, 아동 난민은 1초에 1명꼴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는 개전 일인 지난달 24일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나 국외로 탈출한 난민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폴 딜런 IOM 대변인은 유엔 제네바 사무소의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이는 관계국 당국이 제공한 수치를 합산한 결과라며 여기에는 제3국 국적자 약 15만7천 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중 약 140만 명이 어린이인 것으로 집계됐다.

 

제임스 엘더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대변인은 "지난 20일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매일 평균적으로 어린이 7만 명 이상이 난민이 됐다"고 전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이는 "1초당 거의 1명꼴"이라며 "이번 위기는 속도와 규모 면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도"라고 알렸다.

 

특히 국경 지역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이산가족, 폭력, 성 착취, 인신매매 같은 범죄에 노출돼 있다면서 "그들은 안전과 보호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난민과 함께 사상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전 4시부터 이날 0시까지 민간인 사망자는 어린이 48명을 포함해 모두 691명이라고 밝혔다.

 

부상자는 어린이 62명을 포함해 1천143명으로 집계됐다고 인권사무소는 전했다.

 

러시아 국영 채널1 TV 뉴스 방송 중 벌어진 반전 시위

 

한편, 인권사무소 대변인은 전날 러시아 국영 TV 뉴스 방송 도중 반전 시위를 벌인 여성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대변인은 러시아 당국에 "표현의 자유 권리를 행사한 데 대해 어떠한 보복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 국영방송 뉴스 생방중 ‘반전시위’한 직원…“전쟁 멈춰라”

 국영 채널1 직원, 뉴스 진행자 뒤로 불쑥

“전쟁을 멈춰라. 프로파간다 믿지 마라”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생방송 도중에 한 여성이 끼어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방송 화면을 보면, 14일 밤 9시31분께(모스크바 시각) 러시아 국영 채널1 텔레비전에서 진행자가 생방송 뉴스를 진행하던 중 갑자기 한 여성이 진행자 뒤에 나타나 전쟁 반대를 주장하는 내용의 종이를 펼쳐 들었다.

 

종이에는 “전쟁은 안 된다. 전쟁을 멈춰라. 프로파간다(선전)를 믿지 마라. 그들이 여기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영어와 러시아어로 써 있었다. 맨 마지막 줄에는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이라고 적혀있다. 이 여성은 진행자가 황급히 다른 뉴스 화면으로 넘기기 전까지 “전쟁 반대! 전쟁을 멈춰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여성은 이 방송사 직원인 마리나 오브샤니코바라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오브샤니코바는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오브샤니코바는 이 기습 시위 직전에도 반전 영상을 촬영했다. 그는 이 영상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범죄”라고 부르면서 “이 침략의 책임은 오직 한 사람, 블라디미르 푸틴의 신념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 스스로 지난 몇 년 동안 텔레비전 화면에서 거짓말을 하도록 한 게 부끄럽다. 러시아인들이 좀비가 되도록 한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인들만이 “광기를 막을 수 있다”며 전쟁 반대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비판적 독립언론을 폐쇄하고, 이 전쟁과 관련해 뉴스에서 “침공”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언론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 황준범 기자

 

'186조 국가부도' 향해 가는 러시아…100여년만의 처음

16일 달러화 국채 1천450억원 이자 만기…러 재무 "루블화 지급 준비"

 

러시아 루블화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의 직격탄을 맞고 100여년 만의 첫 국가부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 중 러시아의 달러화 표시 국채의 이자 7억3천만달러(약 9천억원)의 지급일이 도래한다. 우선 이 중 2건의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1억1천700만달러(약 1천450억원)의 이자를 오는 16일까지 지급해야 해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와 관련한 지급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관련 절차를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재무부는 이자를 달러로 지급할지 아니면 루블로 지불할지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로 달러화 결제가 불가능하면 채무를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실루아노프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가 루블화로 지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러시아 국영 TV 인터뷰에서 "그것이 디폴트(채무불이행)인가? 러시아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방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 계좌를 동결해 러시아를 '인위적 디폴트'로 몰아가려 한다고 비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가 16일 2건의 달러화 국채 이자를 루블화로 상환하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최초의 외화 디폴트가 된다. 당시 블라디미르 레닌이 이끈 볼셰비키는 혁명으로 차르(황제)를 몰아낸 뒤 제정 러시아의 채무 변제를 거부했다.

 

이달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합의된 통화가 아닌 다른 통화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디폴트로 간주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6일 이자 만기가 도래하는 2건의 달러화 국채는 모두 루블화 상환이 가능하다는 옵션이 없다.

 

이자 상환에 실패하거나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지급한다면 약 1천500억달러(약 186조원)에 이르는 러시아 정부와 가스프롬, 루크오일, 스베르방크 등 기업들의 외화 부채에 대한 연쇄 디폴트가 시작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래픽] 러시아 외화국채 만기 도래액

 

앞서 러시아는 1998년 금융위기 당시 루블화 국채의 디폴트를 맞았고,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모라토리엄(채무 지불 유예)를 선언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에 가담한 '비우호국가'의 투자자에게 루블화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한 대통령령을 내리자 러시아가 채무 상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우리의 전체 외화보유액은 6천400억달러(약 797조원)인데 그 가운데 3천억달러 가량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같은 날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라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빚을 갚을 돈이 있지만 (그 돈에) 접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로 인해 새로운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아니다"라고 말했다.

 

16일 이자 만기가 도래하는 2건의 국채는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있다. 채권자 또는 신용평가사,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 산하 위원회가 루블화 지급에 대해 신용 사건이라고 결정하고 유예기간 내에 달러화로 이자가 지급되지 않으면,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디폴트를 낸 것으로 결정된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은 "러시아 회사채 디폴트의 전주곡이 될 것이라는 점이 큰 위험"이라면서 "러시아 기업의 대외부채는 국가 대외부채의 4배 이상"이라고 AFP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