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윤 전 총장과 검사 2명 고발 의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수사에 들어갔다.

공수처는 지난 4일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윤 전 총장과 검사 2명을 2019년 5월 이른바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부실 수사한 의혹이 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3월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혐의를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기소를 방해했다며 윤 전 총장과 조남관 당시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같은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김한메 사세행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수처로부터 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부실수사로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윤 전 총장 사건을 공제7호로,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및 기소 방해를 했다며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제8호로 지정했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수사 착수 등과 관련한 물음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사세행이 직권남용 혐의로 윤 전 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한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한메 대표는 윤 전 총장 재직 시절 대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의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여부, 취미 등을 기록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과 관련해 지난 7일 윤 전 총장과 검사 5명을 고발했다.

 

지난 4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사건과 관련해서도 윤 전 총장 등을 같은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전광준 기자

대법, 2심 유죄 근거 증언 신빙성 문제 삼아

성접대 등 뇌물 혐의 끝내 면소 · 무죄 확정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대법원 판결로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건설업자 윤중천씨한테 2006~2008년 뇌물 1억3천만원과 13차례 성접대를 받은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면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내놓으면서 김 전 차관이 신청한 보석을 받아들여 그를 8개월 만에 석방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사람을 특별한 사정 없이 소환해 면담하고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경우, 검사가 증인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으로 법정 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돼야 그의 법정 진술을 믿을 수 있다”며 “검사가 일방적으로 증인을 사전 면담함으로써 그가 법정에서 왜곡된 진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회유나 압박이 없었다는 점은 검사가 법정 진술이나 면담 과정을 기록한 자료를 통해 증명”해야 하지만 항소심에서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사업가 최아무개씨가 법정 증언 전 검사를 만난 뒤 종전 진술을 번복하고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전 차관은 윤씨에게 1억3천만원 및 성접대를 받고, 2003~2011년 최씨한테 49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전부 무죄 또는 면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지난해 10월 최씨한테 받은 4900만원 가운데 4300만원은 유죄로 인정하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손현수 기자


김학의 수사 ‘롤러코스터’ 8년…결국 ‘성접대’는 처벌 못했다


  사건 발단 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로 면소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뇌물도 무죄 가능성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뇌물수수' 의혹에는 언제나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부실수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2013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고위공직자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뒤 경찰의 초기 부실수사와 뒤이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결합해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다.

 

8년이 지났지만, 사건의 발단이었던 ‘별장 성접대 의혹'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이 확정됐고,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뇌물 혐의도 10일 대법원이 “다시 재판하라”고 돌려보내면서 이마저도 무죄 판결이 날 가능성이 커졌다.

 

사건은 김학의 법무부 차관 임명 직후인 2013년 3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자신의 원주 별장에서 고위인사들을 성접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의혹 제기 뒤 성접대 동영상을 확보하고 윤씨 별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초기 경찰 수사 때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데다, 성접대가 아닌 특수강간 등 성범죄 혐의로만 입건·송치하면서 첫 단추가 잘못 꿰졌다. 이는 훗날 검찰의 봐주기식 수사로 이어진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검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지 않았고, 경찰에도 보완수사 요구 등 제대로 된 수사지휘를 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신청된 김 전 차관의 체포영장 등도 모두 검찰이 기각해 수사를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의혹 제기 7개월여만인 같은해 11월 피해 여성의 진술과 반대되는 내용의 증거 및 진술 등을 바탕으로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다음해 7월 성범죄 피해 여성이 다시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검찰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5개월 뒤 해당 사건을 다시 무혐의 처분했다.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묻혔던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8년 4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로 재조사가 시작됐다. 김 전 차관은 진상조사단의 출석 요구에 계속 불응하다 문 대통령이 김학의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한 뒤인 2019년 3월22일 한밤중에 타이 방콕으로 기습 출국을 하려다 제지당했다.

 

이후 검찰은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지 5년만인 2019년 6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다. 김 전 차관은 1심 재판에서 “가르마 방향이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동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사진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마지막 성접대 행위가 종료된 시점인 2008년 2월경으로부터 공소시효 10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했다.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만료 및 증거부족으로 인한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020년 10월 2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사업가 최아무개씨로부터 4300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받은 점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 및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별장 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면소 판결을 받았지만, 스폰서를 자처한 다른 건설업자에게 받은 뇌물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날 2심 유죄 부분을 파기환송한 대법원의 결정은 ‘법정에 나오기 전 검찰을 만난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은 것이어서,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무죄가 날 경우 이번에도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학의 전 차관의 해외 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며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전격 기소한 상황이다. 성접대라는 본안 사건은 처벌 못 하고, 수사 절차의 위법 여부가 더 논란이 된 모양새다. 옥기원 기자


대법, 김학의 ‘뇌물·성접대’ 사건 파기환송…“2심 재판 다시하라”

2심 유죄 근거 증언 신빙성 문제 삼아..성접대 등 혐의 면소·무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대법원 판결로 2심 재판을 다시받게 됐다. 검사가 재판 전에 증인을 만나 면담하는 과정에 회유나 압박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다만 성접대 뇌물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 돼 처벌이 어렵다는 이유로 끝내 면소 판결이 확정됐다. 면소 판결이란 사건의 실체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 없이 소송을 마무리하는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1억3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06∼2007년에는 원주 별장과 오피스텔 등에서 13차례 성접대를 받은 혐의도 있다. 그는 또한 2003∼2011년 사업가 최아무개씨로부터 49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김 전 차관에게 면소 또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최씨로부터 받은 4900만원 가운데 4300만원은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개월에 벌금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3천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강원도 원주시 별장 등에서 13차례에 걸쳐 성접대를 받은 혐의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면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최씨가 재판 전에 검사를 만난 뒤 법정에서 진술을 변경한 점을 문제로 삼았다. 검사가 최씨를 회유·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2심은 최씨 진술을 바탕으로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사람을 특별한 사정 없이 소환해 면담하고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경우, 검사가 증인을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으로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돼야 그의 법정진술을 믿을 수 있다”며 “검사가 일방적으로 증인을 사전 면담함으로써 그가 법정에서 왜곡된 진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등이 없었다는 점은 검사가 법정진술이나 면담과정을 기록한 자료를 통해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검사는 1,2심 증인신문 전에 최씨를 소환해 면담했다”며 “면담 직후 최씨는 증인신문에서 종전 진술을 번복했고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구체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씨가 검찰에 소환돼 면담하는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 영향을 받아 진술을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사가 이같은 의문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최씨의 법정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날 김 전 차관의 성접대 등 뇌물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면소 판결한 1, 2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뒤 이뤄진 증언의 신빙성을 평가하고 판단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검사의 일방적인 증인사전면담을 규제하는 기틀을 마련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손현수 기자

 

김학의 사건 파기환송 왜?…대법, ‘검사 일방적 증인 사전면담’에 제동

검찰, 항소심 증인신문 앞두고 사업가 최씨 소환해 면담
1심과 달라진 최씨 진술이 김학의 뇌물죄 결정적 근거 돼

 

대법원이 10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성접대 사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배경은 항소심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사업가 최아무개씨의 진술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에 앞서 최씨를 만난 검사가 그를 회유·압박해, 최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변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다. 검찰은 앞으로 열릴 파기환송심에서 최씨를 회유하거나 압박하지 않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 전 차관의 혐의는 크게 3가지다.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1억3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와 △2006∼2007년에는 원주 별장과 오피스텔 등에서 13차례 성접대를 받은 혐의, △2003∼2011년 사업가 최씨에게 4900여만원을 받은 혐의 등이다.

 

1심은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김 전 차관에게 면소 또는 무죄를 선고했다. 면소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법령 개정·폐지 등의 이유로 사건 실체에 대한 사법적 판단 없이 소송을 마무리하는 판결이다.

 

반면 2심은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이 갈린 지점은 김 전 차관이 최씨에게 받은 현금 등 4900만원이다. 2심은 이 가운데 4300만원을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가 일부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증거로 채택한 것이 바로 ‘최씨의 법정진술’이었다.

 

대법원은 유죄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된 이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사가 2심 재판 증인신문에 앞서 최씨를 소환해 면담하는 과정에서 그를 회유·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최씨는 검사와 면담 뒤 증인신문에서 검찰 진술과 1심 재판에서 한 진술을 뒤집고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구체적으로 했는데, 대법원은 이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사람을 특별한 사정 없이 소환해 면담하고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경우, 검사가 증인을 회유·압박했는지 등이 담보돼야 그의 법정진술을 믿을 수 있다”며 “검사가 일방적으로 증인을 사전 면담함으로써 그가 법정에서 왜곡된 진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는 증인의 법정진술이나 면담과정을 기록한 자료 등을 통해 사전면담 시점과 이유, 방법, 구체적 내용 등을 밝혀 회유나 압박 등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최씨의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인정받으려면 검찰이 최씨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검사의 일방적인 증인사전 면담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검찰은 향후 열릴 파기환송심에서 ‘사전 면담을 통해 최씨를 회유하거나 압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를 적극 입증한다면 재판부가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를 2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한 검찰 수사팀은 이날 증인을 회유하거나 압박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판결 직후 “증인 사전면담은 ‘검사는 증인신문을 신청한 경우 증인 및 관계자를 상대로 사실을 확인하는 등 적절한 신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89조에 근거한 적법한 조처”라며 “증인을 상대로 한 회유나 압박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를 입증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손현수 기자

국민의힘 새 당대표에 30대 이준석 당선

● COREA 2021. 6. 11. 12:1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전당대회서 43.8% 득표… 나경원을 6%p 격차로 따돌려

최고위원은 조수진· 배현진· 김재원· 정미경 등 4명  당선

 

당선연설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새 당 대표에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1일 선출됐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14만9194명 선거인단 가운데 5만5820표를 얻었고, 여론조사에서 58.76%를 기록해 최종 합산 9만3392표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나경원(6만1077표) 후보에 밀렸지만, 국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나경원 후보가 7만9151표, 주호영 후보 2만9883표, 조경태 후보 5988표, 홍문표 후보 4721표를 각각 기록했다. 당원 선거인단 투표 7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가 합산된 결과다.

신임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여러분이’ 저를 당 대표로 만들어 주셨다. 저와 함께 이 역사에 발을 들여놓으셨고, 우리가 지금부터 만들어나가는 역사 속에 여러분의 지분이 있다”며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 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은 초선의 조수진(초선, 비례대표) 의원이 10만253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배현진(서울 송파을) 의원과 김재원 전 의원, 정미경 전 의원 순으로 당선됐다. 청년최고위원에는 김용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선출됐다. 선거인단 투표율은 당대표 45.36%, 최고위원 44.54%, 청년최고위원 43.52%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나래 오연서 기자

강제징용 배상 '각하' 재판부, 일 소송비용 추심도 불가 결정

대법원 판례를 1심서 잇달아 뒤집어 ... 판결문엔 외교문제까지 언급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이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까지 일본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 잇달아 제동이 걸리면서 피해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피해자 85명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6년을 끈 끝에 이날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승소로 확정지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같은 법원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가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이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2차 소송으로, 1차 소송의 피해자들이 지난 1월 일본 정부에 승소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정반대 결론을 내린 것이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각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과 법률적 의미는 다르지만, 청구가 인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사실상 같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은 1965년 한일 양국 정부간 체결한 청구권협정이 개인의 배상청구권에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2차 소송은 일본에 '국가면제'(주권면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국가면제란 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을 뜻한다.

이유는 다르지만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나 기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결론은 동일하다.

 

게다가 위안부 1차 소송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조차 실제로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소송에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도 걸림돌이지만 당초 배상 판결을 내린 재판부까지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1차 소송에서 승소한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의 한국 내 재산을 파악해 배상금을 추심하기 위해 올해 4월 재산 명시를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1차 소송에 패소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우리 정부가 소송비용을 추심할 수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려 논란을 낳고 있다.

 

소송비용은 일반적으로 패소한 측이 승소한 쪽에서 낼 금액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할머니들이 소송구조 제도를 이용해 소송이 끝날 때까지 비용 납부를 유예받은 상태여서, 절차대로라면 패소한 일본 정부가 할머니들의 소송비용을 우리 정부에 대신 물어야 하는데 법원에서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같은 추심 불가 결정을 내린 재판부는 다름 아닌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각하한 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다. 이 재판부는 앞서 지난 1월 위안부 1차 소송에서 배상 판결을 내린 뒤 재판장이 교체된 상태다.

 

이 재판부는 지난 4월 일본의 소송비용 추심을 면제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비엔나 협약 27조에 따라 위안부 합의 등 조약의 효력이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강제징용 배상 각하 판결에서 한일 청구권협정을 내세워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13년 걸린 강제징용 대법 판결, 2년8개월만에 뒤집혀

 재판부, 2018년 당시 소수의견 추종…논란 확산할 듯

 갑자기 선고일 사흘 앞당겨…"법정 평온 · 안정 위해"

 "국제재판 패소하면 문명국 위신 추락" 표현도 논란

 

대법원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판결을 확정한 지 2년 8개월 만에 다시 이를 뒤집는 1심 판결이 나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7일 강제징용 피해자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이는 앞서 2018년 10월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정면 배치된다.

 

법원 각하 결정에 '항소' 의견 밝히는 '강제징용' 피해자: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다.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장덕환 대표(오른쪽)가 공판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항소 의견을 밝히고 있다.

 

◇ 판례 세우는 데 13년 걸렸는데 2년 8개월 만에 뒤집어

재판부는 "이번 판결은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 2018년 10월 30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 의견과 결론적으로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전원합의체 판결은 여운택·신천수·이춘식·김규식 할아버지가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의 재상고심 판결로, 대법원은 "원고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당시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봐야 하므로 (일본 기업이 아닌) 대한민국이 피해자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의 의견이 재판부가 이날 각하 판결과 동일한 취지라고 언급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 의견이다.

당시 사건 피해자들은 2005년 국내 법원에서 소송을 내 1·2심에서 패소했다가 2012년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고, 파기환송심을 거쳐 2018년 10월에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 확정 판결은 국내 법원에서만 13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지는 등 극심한 진통을 낳았다. 연합뉴스

 

징용손배 1심 “한강의 기적·문명국 위신” 이유로…대법 판례 역주행
       법조계 “대법 전합 소수의견을 그대로 따와…
       판사가 법리아닌 외교적 마찰 언급 부적절”
       피해자쪽 “언제까지 이렇게 울어야 하는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유족 임철호(왼쪽)씨와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장덕환 대표가 공판이 끝난 뒤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임씨의 아버지인 임정규 씨는 일제 치하 당시 일본 나가사키로 강제 노역을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연합뉴스

 

법원이 7일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피해자들에게는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배상 판결을 확정한 지 2년8개월 만에 이를 뒤집는 하급심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한강의 기적’을 언급하고, 피해자가 승소하게 되면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표현을 기재한 점을 두고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뒤집은 하급심…“전합 판결은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는 이날 강제노역 피해자 송아무개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해당한다”며 각하 이유를 밝혔다.

1965년 박정희 정부가 체결한 한·일 청구권협정에는 “두 나라와 그 국민 간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부 판단은 강제노역 피해자 개인이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개인청구권 또한 이 협약에서 말하는 ’청구권‘에 포함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일본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런 판단이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의 다수의견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일본제철 강제노역 피해자 이춘식씨 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전합은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국가 간 협정으로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 쟁점이었던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는지’를 두고 전합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며 피해자 쪽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관 7대6의 의견이었다. 다만, 소수의견(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 재판부도 전합 판결의 소수의견과 결론적으로 동일한 판단을 한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심 재판부가 전합과 다른 판결을 내리면서 내놓은 논리가 빈약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강제동원 사건에서 피해자 쪽을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는 “하급심이 전합 판결과 다른 판결을 내놓을 수 있지만, 전합 판결을 반박할 수 있는 충분한 논리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 전합 소수의견과 동일한 것으로 법리가 앙상하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 재판부는 전합 판결을 두고 도리어 “국내 최고재판소의 판결이지만,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이에 터잡은 징용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러한 판결은 단지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징용의 불법성은 유감스럽게도 모두 국내법적 해석”이라며 “일본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자신들의 식민지배 불법성을 인정했다는 자료가 없고, 국제법적으로도 그 불법성이 인정한 자료가 없다. (중략)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이사건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일괄 보상하기로 합의한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제노역 판결문에 등장한 “한강의 기적”,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

재판부가 판결문에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외화 덕에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재판 과정에서 강제노역 피해자들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타결된 3억 달러는 과소하므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재판부가 “당시 낙후한 후진국 지위에 있던 대한민국과 이미 경제대국에 진입한 일본국 사이에 이뤄진 과거의 청구권협정을 현재의 잣대로 판단하는 오류”라며 “당시 대한민국이 청구권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되는 세계 경제사에 기록되는 눈부신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며 원고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한·일 관계가 꼬인 매듭을 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식민지배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한 한·일 청구권협정이 꼽히는 상황에서, 재판부는 이 협정으로 한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일 외교갈등을 우려하는 듯한 표현을 담은 것도 불필요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판결이 선고돼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질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역효과”가 있다며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책임을 거부하는 일본기업들에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의 국내 자산을 압류하는 등 강제집행 절차로 나갈 수 있는데, 이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에 해가 된다며 외교적 갈등상황을 우려하는 듯한 문구를 써넣은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전합 판결이 국제사법재판소로 간다면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 손상”, “문명국으로서의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분단국이 현실과 세계 4강의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대한민국으로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국가들 중 하나인 일본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한미동맹으로 우리 안보와 직결된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대목도 담았다.

 

민변 “일본 보복 걱정에 법관 양심 저버려”…선고기일 당일 바꾼 것도 논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15개 시민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 사건 판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법원에서 최근 정립된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에 대해 특별히 새로운 법리적 논거 없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서, 오히려 비본질적·비법률적 근거를 들어 판결을 선고했다는 점”이라며 “일본의 보복과 이로 인한 나라 걱정에 법관으로서의 독립과 양심을 저버린 판단을 했다.

민사소송 원고의 권리를 인정하면 ‘대한민국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가 위태로워진다는 금시초문의 법리를 설시하면서 개인보다 국가가 우선이라는 논리를 별다른 부끄러움 없이 판결문에 명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이번 판결은 항소심에서 파기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정부가 만들어낸 현실에 굴복한 1심 재판부의 비상식적, 비법리적 판단은 중대한 비판을 받아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쪽은 울분을 터트렸다. 장덕환 일제 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회장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 결과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며 “정말 가슴을 치고 통탄할 일이다.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울어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쪽을 대리한 강길 변호사는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애초 이 사건 선고기일은 오는 10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날 재판부가 갑자기 선고기일을 변경하면서 혼란이 일었다. 갑작스러운 기일 변경으로 지방에 사는 피해자들 다수는 법원에 나오지 못했다. 재판부는 “법정의 평온과 안정을 고려해 판결선고기일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고령의 원고들이 다수 모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였다”고 해명했다. 신민정 기자

 

강제징용 소송 각하 판결, 한-일 관계 변수 안될 듯

1심 판결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 전면 부정
전문가들, 법원이 ‘외교’ 고려한 “이례적 판결”

 

정부가 7일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 제동을 건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일본 정부와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판결에 대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정부로서는 앞으로도 사법판결과 피해자 권리를 존중하고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양국 정부와 모든 당사자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데 대해 열린 입장으로 일측과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민사부(재판장 김양호)는 강제징용 피해자 송아무개씨와 유족 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스미세키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모두 각하했다.

 

재판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2조)이 “개인청구권의 완전한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비엔나협약(27조)를 들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면서 청구권협정에 배치되는 발언이나 행위는 “국제법상 금반언의 원칙(禁反言·이미 표명한 자신의 언행에 대해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비록 1심이지만 이는 2018년 10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자료 청구권’이어서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3다61381)과 배치되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당시 대법원은 일본기업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서울고법의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이번 판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재판부가 ‘외교적 고려’를 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청구가 인용돼 강제집행까지 갈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역효과 등까지 고려해 보면,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뒤 일본 정부의 반발로 한-일 관계가 곤두박질쳤으며 지금껏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모양새다. 재판부는 설명자료에서 “(법원이) 헌법기관으로서 헌법과 국가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위와 같이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여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했다.

 

이와 관련해 한-일 전후보상 소송에 오랫동안 참여해 온 이상희 변호사는“대통령과 외교부가 고민해야 할 일을 재판부가 한 것”이라며 “아주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판결 결과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그대로 따라 했다”며 “금반언이라는 일반 법리를 가지고 소를 각하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도 “20년 전 일본 최고재판소가 판결했던 논의와 같다”면서도 “1심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항소하면 (사안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에서는 이번 판결이 한-일 관계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오는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또는 한미일 정상회의 추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그럴 개연성은 적다”는 게 정부 관계자 설명이다.

 

정부에서는 이번 판결 자체가 한-일 관계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에서 다소 안도하는 모양새지만, 어차피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딱히 호재로 작용할 일도 아니라는 판단이다. 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