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하사가 지난해 1월22일 오후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23) 전 하사가 3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변 전 하사가 이날 오후 5시49분께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출동한 소방대가 발견했다. 청주시 상당구 정신건강센터는 상담자로 등록된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되지 않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소방서에 신고했다. 아직 유서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육군에서 전역한 뒤인) 지난해부터 청주에 내려와서 살았으며, 가족과도 연락이 잘 닿지 않고 심리상담 과정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해 정신건강센터 쪽에서 중점 관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 출신인 변 전 하사는 2017년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뒤 2019년 11월 타이에서 성전환 수술을 했다. 그는 군에서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했으나 육군은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해 지난해 1월 강제전역을 결정했다.  당시 변 전 하사는 전역심사를 이틀 앞둔 지난해 1월20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부당한 전역심사 중지를 요청하는 긴급구제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인권위는 다음날인 21일 긴급구제 결정을 내리고 육군본부에 전역 심사위원회 개최를 3개월 연기할 것을 권고했으나, 육군은 전역심사를 강행했다. 변 전 하사는 육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14일 전원위를 열어 육군의 강제전역 조치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육군참모총장에 전역 처분을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국방부 장관에게는 이 같은 피해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육군의 결정은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며 “육군이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 요건으로 해석해 피해자를 전역 처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 전 하사의 건강 상태가 ‘현역으로 복무하기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볼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저녁 “오늘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전 하사가 세상을 떠나셔 소식을 전한다.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군인권센터 상근자들이 자택으로 가고 있다. 추후 소식 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제주의 성소수자 운동 활동가였던 김기홍(38)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 숨졌다. 논바이너리(이분법적 성별구분에 속하지 않는 사람) 트랜스젠더 김씨가 주변에 남긴 마지막 글은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였다.

 비정규직 음악교사이자 플루트 연주자이기도 했던 김씨는 녹색당에서 두차례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정치인이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자신처럼 트랜스젠더 정치인인 임푸른 정의당 예비후보를 위한 찬조연설에 나선 김씨는 미래 자신의 모습을 예감이라도 한 듯 최근 몇달 사이 친구 2명을 떠나보낸 사실을 고백하며 “성소수자 사회에서 자살기도, 죽음 소식은 특별한 일이 못됩니다. (…) 마주하는 장벽이 그만큼 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국가인권위는 “고인의 죽음은 성소수자가 겪는 혐오와 차별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더 이상 성소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김기홍 씨를 애도했다. 오윤주 기자

부동산 투기 특수본 “37건, 198명 내사 · 수사”

지난 12일 16건 · 100명 대비 두 배로 늘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임직원들의 새도시 사전 투기 의혹과 전국 각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내사·수사 대상이 5일 만에 두배로 늘었다.

특수본은 17일 오전 “현재(오전 9시 기준)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사건 37건과 연루된 198명에 대해 내사 및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부터 운영 중인 ‘부동산 투기 신고센터’와 관련해선 “182건의 신고가 접수돼 신고 내용을 검토하고 수사 필요성을 따져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 16건(100여명)을 내사·수사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비하면 규모가 두배로 커졌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지난 1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내 특별수사단에서 규모가 격상된 특수본은 770명의 인원을 동원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호 기자

 

민주당, LH 악재 정면 돌파 시도
국힘당은 부동산 심판론 키우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의 진상규명 방법을 놓고 연일 입씨름만 벌여온 여야가 16일 특별검사제, 국회 국정조사, 국회의원 등 전수조사 세가지 모두 추진하기로 했다. 4·7 재보궐선거를 20여일 앞두고 터진 대형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정면 승부를 택한 더불어민주당과, 보선 이후에도 ‘부동산 심판론’을 밀고 가려는 국민의힘의 치열한 수싸움이 시작됐다.

‘자정 노력’을 강조하면서 국회의원 및 선출직 부동산거래 전수조사를 주장해왔던 민주당은 지난 12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특검 제안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엘에이치 특검’을 당론으로 정했다. 아무리 빨라도 특검 수사가 궤도에 들어가려면 4·7 재보선 이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간을 확보하면서 경찰 수사에 의구심을 표하는 여론도 달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줄곧 검찰 수사를 고집하며 ‘특검을 하더라도 검찰 수사가 먼저’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여당의 선출직 부동산 전수조사 주장에도 ‘우리 당 차원에서 먼저 조사할 일’이라고 했다. 4·7 재보선을 앞에 두고 지지율 하락세가 확연한 민주당이 내놓은 잇따른 제안엔 ‘물타기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특검과 의원 등 전수조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이 이날 입장을 급선회한 배경엔 특검 논의에 불을 붙여 4·7 재보선 이후까지 엘에이치 이슈를 끌고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또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대상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 102명 전원이 전수조사에 동의한 것처럼 174명 의원 전원의 동의를 빨리 확인해 (전수조사) 검증대로 올라서라”며 “우리의 청와대 전수조사 요구도 고의로 누락하지 말라. 국회의원 전원과 직계 존비속,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공공기관 단체장과 청와대(비서진) 전수조사를 거듭 요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수조사 방식으로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고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3기 신도시 6곳의 토지거래자 전원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한겨레>에 “우리로서는 검찰에 계속 아우성쳐봐야 실익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특검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게끔 국정조사 등으로 이중 삼중 조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17일 국조 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도 곧 관련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태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특검 수사 대상으로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등을 언급하며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전국의 공공택지개발지구도 협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기회에 공직자의 불법 투기는 발본색원을 해야 한다. 야당과 협의를 통해 수사 범위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엔 “만약 지역을 중심으로 수사하다 보면 누가 들어가고 누군 빠지는데, 그와 같은 성역은 없다”며 “청와대도 전수조사 했다고 하고 국회 검증도 필요하면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와 관련해 “소환자들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어서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거 같다”며 국정조사를 서두르는 야당과 결을 달리했다. 허영 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국정조사를 할 경우 “국무총리·장관 불러서 호통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김미나 서영지 기자


‘부동산 신고센터’ 하루 만에 제보 171건…LH 직원 소환 ‘임박’

 

합수본 신고센터 “LH 직원, 공무원, 의원까지 다양”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직원들의 새도시 투기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땅 투기 의혹 신고가 쏟아지고 있다. 특수본은 곧 투기 의혹을 받는 엘에이치 직원들도 소환할 예정이다.

특수본은 16일 전날 업무를 개시한 신고센터를 통해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제보 171건(오후 5시 기준)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특수본 관계자는 “엘에이치 직원과 정부 공무원, 시·도의원 등의 투기 의혹 등 신고내용이 다양하다”며 “전부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아니고, 내용을 분석하고 선별한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투기 의혹을 폭로한 3기 새도시 시흥·광명 지구를 관할하는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9일 경남 진주 엘에이치 본사와 수도권 엘에이치 사업본부, 직원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 한 뒤 압수물 분석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남부청은 압수한 엘에이치 직원의 휴대전화, 태블릿 피시(PC) 등 모바일기기 18대를 포렌식 분석하고 있다. 직원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용과 카카오톡·문자메시지를 분석하면 비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단서가 나올 것으로 특수본은 기대하고 있다.

특수본은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엘에이치 직원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 합동조사단은 국토교통부와 엘에이치 직원 1만4천여명을 전수 조사해 투기 의심 사례로 확인된 LH 직원 20명을 특수본에 수사 의뢰했다. 특수본은 이 중 16명은 경기남부청, 2명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 1명은 경기북부청, 1명은 전북청에 배당해 내사·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수본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내사·수사를 받는 대상이 100여명(16건)이라고 지난 12일 밝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상자가 늘어나고 있어 수사는 확대될 전망이다. 이재호 기자

 

LH 의혹에 제보 봇물… ‘공직자 투기’ 전국서 압수수색

세종 · 광명 · 포천 · 부산 등 전국 일제 수사

투기 관련 경찰신고센터 개설, 제보 이어져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 일부 직원들이 3기 새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에 땅 투기 목적으로 샀다고 알려진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한 토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기 새도시 백지화 등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전국에서 부동산투기 관련 제보가 잇따르면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부동산투기 관련 제보를 접수하는 경찰신고센터를 개설해 운영에 들어갔다.

15일 세종경찰청은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산단) 땅투기 의혹을 받는 세종시 4급 공무원(서기관) ㄱ씨 등 공무원 3명을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일반인 4명도 입건하는 등 세종 스마트 국가산단 투기 의혹 관련 수사를 본격화했다. 가족 공무원인 ㄱ 서기관 등은 스마트 산단 확정 전 부동산 취득 사실이 확인돼 지난 14일 업무 배제됐다.

경기 광명·시흥 3기 새도시 후보지에서 부동산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시흥시의원과 광명시청 공무원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투기 사범 특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흥시의회 ㄴ시의원(더불어민주당)의 의회사무실, 광명시 6급 공무원 ㄷ씨의 자택과 광명시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ㄴ시의원과 관련해 “딸(30)과 공모해 3기 새도시 개발 예정지역인 시흥 과림동 일대 토지를 매수하고 상가를 신축해 투기이익을 취득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고발장이 접수됐으며, ㄷ씨는 가족 3명과 공동으로 지난해 7월 초 광명시 가학동 임야 793㎡를 4억3천만원에 매입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투기 사범 특별수사대도 이날 포천시 간부 공무원 ㄹ씨의 시청 사무실과 거주지를 압수수색했다. 도시철도 연장사업 업무를 했던 ㄹ씨는 40억원을 대출받아 지난해 9월9일 부인과 공동명의로 도시철도 연장 노선의 역사 예정지 인근 땅 2600여㎡와 1층짜리 조립식 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ㄹ씨는 “해당 지역에 철도역사가 생기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정보였고 사전에 법률 상담도 받았다”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부산도시공사 전 직원 ㅁ씨가 2018년 기장의 한 도시개발사업 용지 분양 업무를 하면서 비리를 저질렀다는 첩보와 관련해 부산도시공사를 압수수색했다. 부산경찰청은 부동산투기 사범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정부 공식발표 전 거래가 급증한 강서구 대저지구 등지의 투기 의혹을 살피고 있다.

한편, 특수본은 이날 신고센터(☎ 02-3150-0025)를 개설하고 △공무원·공공기관 직원 내부정보 부정 이용 △부동산투기 △부동산시장 교란행위 등과 관련한 제보 접수·상담을 시작했다. 오윤주·이재호 기자

 

LH 투기의혹 1차조사 7명 추가…정부 “부동산 범죄와 전쟁”

       국토부·LH 1만4300여명 조사…수사대상 총 20명

       창릉· 왕숙 등에 땅 소유 7명 확인…모두 LH 직원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3차 정례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직원의 광명·시흥 새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엘에이치 재직자 본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투기 의심자가 7명 추가로 확인돼 수사 대상이 총 2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3기 신도시 공직자 토지거래 정부 합동조사단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 공무원 4500여명과 엘에이치 직원 9800여명 등 총 1만43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투기 의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인원은 20명으로 모두 엘에이치 직원이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의혹 제기로 광명·시흥 지구에서 초기 확인된 13명에 7명이 추가된 것이다.

추가로 토지 소유 및 거래가 확인된 7명은 광명·시흥(2명), 고양 창릉(2명), 남양주 왕숙(1명), 하남 교산(1명), 과천 과천(1명)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조사 지역이었던 인천 계양, 부천 대장, 안산 장상에서는 토지 거래 내역이 없었다. 특히 이들이 거래한 토지 22개 필지 가운데 대다수인 19개 필지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공고일 2년 전 매입한 것으로 개발 정보를 이용한 투기가 의심되는 거래였다.

수사 대상이 된 20명 가운데 11명의 투기 의심 거래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엘에이치 사장 재임 시절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 총리는 “변 장관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국민적 걱정과 심정을 잘 알고 있다”며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를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합수본)로 넘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법 투기 여부 등을 따지는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정 총리는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허위매물, 기획부동산, 떴다방 등 부동산 시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특단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의 병폐를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해체 수준의 엘에이치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과 직계가족 368명의 토지거래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3기 새도시에서 부동산 투기로 의심할 만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행정관 이하 전 직원과 배우자 및 직계가족 3714명의 토지거래 내역도 조사를 마치는 대로 추가 발표할 방침이다. 진명선 노지원 이완 기자

 

‘LH 발 땅투기’ 총력 대응…전수조사 · 특별수사단 구성

"투기의혹 깨끗이 털고 가야" 청와대 직원 가족도 조사, 제도개선도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유영민 비서실장에게 청와대 수석·비서관·행정관 등 전 직원 및 가족에 대한 3기 새도시 토지거래 여부를 신속히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는 이날 투기사범 전담 검사 지정 등 부동산 부패범죄 엄정 대응을 검찰에 지시했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새도시 사전 투기 의혹 등을 수사할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진상조사와 제도 개선 등을 약속하고 나서는 등 정부와 여당 모두 전방위로 움직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자체 조사에 착수한 상태”라며 “상황을 총괄 점검해 나가기 위해 유영민 비서실장을 단장으로 한 티에프를 가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도 전 엘에이치 사장으로서 이 문제에 비상한 인식과 결의를 갖고 조사에 임해줄 것을 지시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날 △각 청별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 검사 지정 △범죄수익 철저한 환수 등을 검찰에 지시했다.

또 경찰청 국수본 특별수사단은 국수본 수사국장을 수사단장으로 하고, 수사국 반부패수사과·중대범죄수사과·범죄정보과와 3기 새도시 예정지를 관할하는 경기남부청·경기북부청·인천청 등 3개 시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등을 편성했다.

경기남부청에서 수사 중인 ‘엘에이치 임직원 투기 의혹’ 사건은 국수본이 수사 전 과정을 총괄 지휘할 계획이다. 또 각 시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전담팀을 만들어 △공직자의 내부정보 이용 행위 △명의신탁·농지법 위반 등 부동산 부정 취득 △조직적 불법거래를 통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공익감사 청구를 받은 감사원도 감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재보선을 한달 앞두고 엘에이치 직원들의 새도시 투기 의혹으로 인해 가뜩이나 악화한 부동산 민심에 불을 지를까 우려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변창흠 국토부 장관과 장충모 엘에이치 사장 직무대행을 만나 경과 등을 보고받았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변 장관에게) ‘본인이 누구보다도 먼저 조사받길 자청할 정도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추후라도 조직을 두둔하는 인상을 주는 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민주당 소속 모든 국회의원과 보좌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및 가족의 3기 새도시 토지거래내역을 정밀조사하도록 당 윤리감찰단에 지시했다. 이 대표는 “공직자가 업무와 관련된 정보를 이용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반사회적 범죄이며 국민 배신 행위”라며 “당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엘에이치 직원들의 3기 새도시 사전투기 의혹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합동조사단은 전수조사 결과를 다음주 중 발표할 계획이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포함하면 전체 조사 대상만 20개 기관에서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영지 장예지 진명선 이재호 기자


청와대 신도시 토지거래 전수조사 지시…“투기 의혹 싹 털고 가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한 뒤 당 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참모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3기 신도시 토지거래 여부 전수조사를 지시하는 초강수를 뒀다. 문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직후 “국토교통부·엘에이치 직원·가족 토지거래 전수조사”(3일) “뿌리깊은 부패구조 발본색원”(4일) 등 강도 높은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엄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이번 사건이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정책의 신뢰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티타임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이 사안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아파트값 급등 등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민심이 악화되자 문재인 정부는 변창흠 엘에이치 사장을 긴급 투입해 지난달 4일 2025년까지 전국 대도시권에 약 83만호의 주택을 건설하는 “특단의 공급대책”을 내놨다. 그런데 2·4 공급 대책을 집행하는 기관의 전·현직 직원들이 후속 조처로 발표된 광명·시흥 신도시 땅을 사전에 매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당장 2·4 부동산 대책의 근본이 흔들릴 위기에 놓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이 국민들의 신뢰를 못 받으면 효과가 없다. 게다가 주무부서, 주무기관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드러난 만큼 이 문제를 싹 털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4·7 재보궐선거도 청와대가 신속하게 움직인 이유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2·4 부동산 대책으로 악화된 부동산 민심을 잠재운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봤는데, 이 사안이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부동산 관련 여론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74%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참모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은 청와대만 ‘예외’로 해 굳이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앞서 청와대가 국토부, 엘에이치, 관계 공공기관 등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자 야당은 “이 정부는 재보궐선거를 앞둔 서울시 관계자, 청와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를 미리 (전수조사에서) 제외해드리는 예우를 빼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솔선수범’하겠다고 나선 데엔 혹시 모를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제거하겠다는 뜻이 담긴 셈이다.

파문을 서둘러 수습하지 않으면 정권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구의역 김군 발언’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변창흠 장관을 내세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했지만 정작 변 장관은 투기가 벌어진 당시 엘에이치 사장을 맡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상조 정책실장을 통해 변 장관에게 ‘전 엘에이치 사장으로서 이 문제에 비상한 인식과 결의를 가지고 임해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전수조사를 통해 이 사안이 엘에이치의 구조적인 문제로 드러날 경우 변 장관이 취임한 지 두달여 만에 책임론을 넘어 경질론까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정권 내내 부동산에 발목 잡힌 정부’로 남는 것만은 어떻게든 피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서영지 기자

 

‘고양이에 생선’ ... LH 직원들 100억원대 땅투기 의혹

경기남부경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 고발 사건 수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 명이 경기 광명·시흥 새도시 지정 전 해당 지역에서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3일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모두 10필지를 100억원가량에 매입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우선 이날 오후 2시께 시민단체 활빈단 홍정식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당초 고발장은 전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접수됐으나, 논란이 된 개발 예정지 관할인 이곳으로 오늘 이첩됐다”며 “아직 수사 초기 단계여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 직원 10여 명이 지난달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된 광명·시흥 새도시 내 토지 2만3천여㎡(약 7천평)를 신도시 지정 전에 사들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는 14명 중 12명은 현직 직원이고, 2명은 전직 직원으로 확인됐다며 12명에 대해서는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는 인사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투기 의혹을 받는 전·현직 직원 대부분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서울·경기지역본부 소속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중에는 신규 택지 토지 보상 업무 담당 부서 소속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새도시 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한 농지(전답)로,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김기성 기자


문 대통령 “국토부·LH 직원 토지거래 전수조사”

부동산 정책 신뢰 하락 우려 … 엄중 대응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광명·시흥 새도시 지구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와 엘에이치 등 관계기관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와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광명·시흥 새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전수조사 등 3가지 사항을 이날 오전 정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먼저 광명·시흥 뿐만 아니라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와 엘에이치, 관계 공공기관 등의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했다. 전수조사는 총리실이 지휘하되, 국토부 합동으로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게 강도높이 조사하고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수사의뢰 등 엄중히 대응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신규 택지개발과 관련한 투기의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대책도 신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날 투기 의혹 지역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이 전수조사 범위 및 대상을 3기 신도시 전체와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직원은 물론 가족까지로 넓힌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는 엘에이치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신도시 건설 정책과 나아가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3기 신도시 건설은 문 대통령의 부동산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다. 청와대 관계자는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서 투기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총리실이 전수조사 지휘를 맡은 것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참여연대와 민변이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사원과 정부가 합동조사를 한 사례들이 있다. 다만 감사원과 합동으로 하면 착수 시기가 지연될 수도 있어서 우선 총리실, 국토부가 1차 조사를 신속하게 해서 객관성, 엄정성을 담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에이치 사장을 역임했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책임론에 대해선 “이번에 엄정한 조사를 통해 리더십과 신뢰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변창흠표 공급대책은 차질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광명‧시흥 신도시 조성 관련 일부 엘에이치 직원들의 사전 땅투기 의혹 등은 추후 정확한 사실관계가 가려지겠지만 확인되는 불공정행위, 시장교란행위 등에 대해서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무관용으로 엄정 대응해야 할 것”이라면서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제도 개선조처를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주 부동산관계장관회의때 재차 면밀히 논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기도 자체적으로 경기주택도시공사(GH) 및 유관부서를 대상으로 전면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더이상 공직자의 자발적 청렴이나 선의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주택시장 정상화의 첫 단추로 ‘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방안을 내놨다.  이완 기자

윤석열 “특권 없애는 데 의미있는 역할” 주장
문민정부 이후에도 정치검찰-부패검찰 흑역사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알면서 눈감아
이명박 정부 땐 법원의 조정을 배임으로 기소

 

윤석열 검찰총장 신문 인터뷰를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받은 인상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역시 검찰주의자”라는 것입니다.

윤석열 총장이 검찰의 잘못에 대해 한 말은 딱 한 마디였습니다.

“물론 검찰에게 그동안 과오도 있었다.”

그 이외의 인터뷰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검찰이 잘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민정부 이후 검찰의 반부패 활동이 우리 사회 특권을 없애고,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힘 있는 자도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생각한다.”

“범죄 방식이 전형적인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바뀔 때 입증이 어려워 무죄가 선고된 사례들이 있었다.”

그동안 검찰이 기득권 세력의 범죄나 부패한 검사들의 범죄를 눈감아준 것에 대한 반성은 없었습니다. 정치권력의 주문에 따른 무리한 ‘청부 수사’와 무리한 ‘청부 구속’과 무리한 ‘청부 기소’로 억울한 피해자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낸 ‘전과’에 대한 반성도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자신과 검찰은 ‘정의의 사도’였다는 주장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반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 총장 스스로 ‘문민정부 이후’라는 시점을 제시했으니,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에서 검찰 수뇌부와 일부 정치 검사들이 ‘독재의 주구’로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아니, ‘검찰 공화국’으로 불렸던 노태우 정부에서 검찰 수뇌부와 일부 정치 검사들이 출세를 위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문민정부 이후 최근까지 검찰 수뇌부와 일부 정치 검사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2016~2017년 촛불 혁명에서 검찰이 왜 ‘적폐청산 1호’로 떠올랐는지 기억을 환기해드릴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검찰에게 그동안 과오도 있었다’는 한 마디로 퉁치고 넘어갈 수는 도저히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17년 9월에 펴낸 <문제는 검찰이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검찰개혁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2011년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후속편입니다. 박근혜·이명박 대통령 시절 검찰의 흑역사를 정리했습니다. 중요한 몇 대목만 인용하겠습니다.

“2016년 10월에 터진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국민들은 검찰의 실상을 다시 확인했다. 정치검찰과 부패검찰의 행태가 극단적으로 확대되어 정치검찰은 대한민국을 장악했고 부패검찰은 한국 부패의 상징이 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검찰을 장악함으로써 행정부 전부를 장악했다. 국정농단 세력은 정치검사 김기춘, 우병우와 함께 검찰을 장악했다. 검찰 장악을 바탕으로 정부를 사조직처럼 이용했다.”

 

“수많은 공무원의 불법행위, 범죄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게 된 메커니즘의 핵심에 정치검찰이 있었다. 정치검찰은 불법행위, 범죄행위를 묵인했고 불법행위를 직접 감행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범죄행위를 보호하고 또 조장했다.”

 

“검찰은 오래전부터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알고 있었다. 최순실 사건 이전에 정윤회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 1월 5일, ‘정윤회 문건’은 증권사 정보지에 근거한 허위이며, 박관천과 조응천이 박지만을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박관천은 구속 기소, 조응천과 문서 유출에 참여한 한모 경위는 불구속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검찰이 국정농단 사태의 전조를 힘으로 덮어버렸던 것이다.”

 

“본분에 충실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2016년 7월 22일 우병우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당시 우병우의 비리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었던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8월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우병우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한다.”

 

“검찰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수사하면서 8월 29일 특별감찰관실을 압수수색한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사표를 제출하고 그 사표는 2016년 9월 23일 전격 수리된다.”

 

“홍만표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시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으로서 이인규 중수부장의 지휘를 받아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했다. 그는 당시 피의사실 공표 등 무리한 수사를 벌여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수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종결되었다.”

 

“홍만표는 2016년 6월 2일 변호사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되었다.”

“홍만표 변호사의 타락은 정치검찰의 윤리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진경준의 재산에는 늘 의혹의 눈길이 쏠렸다. 그럼에도 진경준은 검사장으로 승진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검증을 해야 하는 민정수석실을 우병우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정치검찰과 부패검찰로 요약된다. 서로 달라 보이는 두 얼굴은 사실 한 뿌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뿌리는 초집중 되어 있는 막강한 권한이다. 검찰은 형사사법에 관한 한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수사권의 독점,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의 결과다.”

 

“이 권한 때문에 정치권력은 검찰을 이용했고, 검찰은 그 대가로 정치권력의 일부가 되었다. 정치권력과 결탁한 검찰은 정치검찰이 되어 나라를 통치했다.”

 

“정치검찰의 복원과 검찰권력의 남용은 노무현 대통령 수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정치적 반대자를 형사범 또는 정치범으로 몰아 처벌하는 것은 정치검찰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검찰은 2009년 박연차 비리 수사를 빌미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마치 중계방송을 하듯 혐의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정치검찰이 노무현 대통령 수사에서 노린 것은 재판 이전의 재판, 여론재판이었다. 여론재판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세력을 파렴치범으로 몰아세웠고 재기 불능의 상태로 만들려고 했다.”

 

“검찰은 정연주 사장의 합의를 배임으로 기소했다. <케이비에스>에 국세청으로부터 환급받지 못한 1,892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범죄가 될 수 없는 사건이다. 법원의 조정 권유와 법률회사의 검토, 경영회의의 의결을 거친 결정이 어떻게 <케이비에스>를 배신한 행위가 될 수 있겠는가? 만일 정연주 사장이 배임을 했다면 조정을 권유한 항소심 재판부, 변호사는 배임의 교사범이 되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로 위기에 몰렸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피디수첩> 제작진을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수사를 하고 기소했다. 정국의 변화를 <피디수첩> 수사와 재판으로 돌파하고자 한 것이었다. 검찰은 임수빈 검사가 밝힌 대로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기소했다. 전형적인 수사권과 공소권의 정치적 행사 사례다.”

 

“검찰은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논객의 글이 정부를 비판한다고 해서 수사, 구속, 기소했다. 혐의는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 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법률을 이용한 처벌은 1961년 법률 제정 이후 처음이었다.”

 

김인회 교수는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에 검찰이 저질렀던 ‘흑역사’를 주로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은 어떠했을까요?

윤석열 총장의 말대로 ‘대한민국 사회의 특권을 없애고 국민의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을까요?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힘 있는 자도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을까요?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물고, 물지 말라면 안 문다.”

이런 말 들어보셨습니까? 김영삼 정부 시절 정치권력에 철저하게 예속된 검찰 수뇌부의 행태에 비판적인 검사들이 자조적으로 했던 말입니다.

김영삼 정부에서 검찰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쿠데타 사건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공소권 없음’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박계동 의원이 노태우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5·18 특별법 제정을 지시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자, 특별수사본부를 가동해 재빨리 재수사에 나섰습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했습니다. “우리는 개다”라는 한탄이 나온 배경입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김영삼 정부 출범 뒤인 1993년 당시 검찰은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박태준 포항제철 전 회장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포항제철 계열사와 협력업체에서 수십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였습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박태준 전 회장은 1995년 풀려났습니다. 청와대는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특별사면은 법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검찰이 박태준 전 회장에 대한 공소를 취소한 것입니다. 저는 검찰이 공소를 제기했다가 취소했다는 얘기를 그 전이나 뒤에 들어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처럼 검찰은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절 못지않게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정치권력에 철저히 예속되어 있었습니다. 검찰이 정치권력에 달려든 것은 대통령 임기 말에 김영삼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 사건이 불거진 뒤의 일이었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 검사들끼리 권력 암투가 벌어졌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의 신경전이 5년 내내 이어졌습니다.

 

문민정부 이후 검찰이 ‘대한민국 사회의 특권을 없애고 국민의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거나,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부를 가리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면 힘 있는 자도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윤석열 총장의 말에 제가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검찰의 권력이 너무 강하다’는 비판은 윤석열 총장도 수용하겠다고 밝힌 점입니다.

윤석열 총장은 2일 다른 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법무부 장관 산하에 둬도 좋으니 수사·기소권을 가진 반부패수사청·금융수사청·안보수사청을 만들어 중대범죄 수사 역량을 유지·강화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두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첫째, 윤석열 총장의 ‘쪼개기’ 대안을 검찰 조직 전체와 검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검찰 전체가 찬성한다면 윤석열 총장의 제안대로 검찰의 권한을 그렇게 영역별로 쪼개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합니다.

그동안 검찰의 ‘만행과 횡포’는 일부 검사들이 모든 분야에 대한 수사권을 한손에 쥐고 ‘표적 수사’와 ‘별건 수사’를 마음대로 휘둘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검찰 권력을 세로로 쪼개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면, 가로로 쪼개는 방법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얘깁니다.

둘째, 검찰이 검찰총장 지휘권을 정말로 포기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반부패수사청을 법무부 장관 산하에 설치하면 앞으로 검찰의 특수수사는 검찰총장이 아니라 반부패수사청장이 지휘하게 됩니다. 검찰총장은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보호 본능이 있기 때문에 운명적으로 ‘검찰주의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의 반부패 수사 지휘에서 검찰총장을 배제할 수 있다면 이런 형식의 검찰 권력 분산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아예 더불어민주당이 검토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에 검사를 두는 방안은 어떨까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를 따로 뒀듯이, 중대범죄수사청 검사를 따로 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현재 검찰에서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수사관들을 모두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보내면 됩니다.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낸 검찰개혁 공약에 그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수사청 설치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수사는 제3의 기관인 수사청이 담당

-수사청은 검사(수사검사와 검찰 수사관)와 수사경찰로 구성

 

한 가지 쟁점은 중대범죄수사청 소속 검사에게 기소권을 줄 것인지 여부입니다. 유승민 후보의 공약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따라서 수사청 검사는 기소권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윤석열 총장의 제안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부분은 입법부에서 형사 정책적 차원의 토론을 거친 뒤에 정치적으로 결단할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검찰총장이나 검사들의 반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반부패 역량을 약화하지 않으면서도 무소불위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켜 민주주의 체제를 바로 세우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빼앗으면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를 수사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수준을 너무 우습게 보는 주장입니다.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책임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안 해도 공수처든 중대범죄수사청이든 경찰이든 더 철저히 수사할 것입니다.

문민정부 이후 검찰이 정치권력을 상대하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정권 초기에는 지난 정권의 비리를 파헤쳐서 정권의 신임을 얻고, 정권 말기에는 현 정권의 비리를 파헤친다는 명분으로 검찰개혁의 칼날을 피하는 것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나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검찰 권력이 정치권력의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권력은 유한하지만 검찰권력은 영원하다’는 말이 사실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좀 끔찍하지 않습니까? 성한용 기자


“한명숙 사건 모해위증 처벌 피하려?  대검 수뇌 갖은 꼼수”

임은정 ‘한명숙 사건’ 배제 파장확산…법무부-대검 입장달라

 

임 연구관 “대검 지시로 수사 못해”
대검 “배당한 적 없어…법 따져봐야”

임은정 부장검사가 2018년 2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이 ‘한명숙 수사팀 위증교사 의혹’ 사건에서 직무배제됐다고 밝힌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검은 애초 임 연구관에게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위증교사 사건을 배당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대검 감찰부가 “임 연구관이 주임검사로 사건을 맡아왔다”고 맞서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나서 “(임 연구관이) 수사를 못 하게 하는 건 부당하다”고 밝히면서,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임 연구관은 지난해 9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최근까지 한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관련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을 조사해왔다. 임 연구관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검 감찰부의 입장을 담은 글을 올렸다. 그가 올린 글을 보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지난해 5~6월 이 사건을 감찰3과에 배당하고 같은 해 9월에 임 연구관을 주무 연구관으로 지정했다. 이어 지난 2월26일에는 대검 감찰부가 법무부에 진상조사 경과보고서 등을 보고하고 수사 착수를 위한 내부 결재 절차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임 연구관의 수사권에 대한 이견이 제기됐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서면 지시로 감찰3과장이 최근 주임검사로 새로 지정됐다는 게 대검 감찰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대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윤 총장은 애초 임 연구관을 주임검사로 지정한 사실이 없다”며 “임 연구관이 위증교사 사건을 조사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검과 임 연구관의 갈등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 위증교사 사건의 공소시효 완성을 앞두고 계속해서 이 사건을 조사했던 임 연구관을 배제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범계 장관은 이날 “어느 쪽에 유리하든 불리하든, 검사는 혐의가 있으면 수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검의 조처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위증교사 의혹 사건의 공소시효는 오는 22일이다. 장예지 기자


윤석열 대구서도 강경발언… 정 총리 “직 내려놓고 처신하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구를 방문해 수사와 기소 분리 목적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와 관련해 “부패를 판치게 하고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청와대와 여권은 윤 총장의 반발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지만, 이날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서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처신하라”고 윤 총장을 질책했다. 행정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가 검찰총장의 거듭된 여론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당의 수사청 설치 입법안에 대해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 막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연이틀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간 것이다.

윤 총장은 이어 “정치·경제·사회 분야에 있어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며 “부정부패 대응이라고 하는 것은 재판의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가 되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장직 사퇴 의사나 향후 정치 활동 가능성 등에 관한 질문엔 “지금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윤 총장은 간담회에서도 “검찰의 수사권 폐지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후퇴”라고 강조하며, 검찰 조직 추스르기에 공을 들였다.

이날 윤 총장이 방문한 대구고검 앞에는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윤석열”을 연호했고, ‘우리의 영웅 힘내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화환 수십개도 청사 앞에 늘어섰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직접 윤 총장을 마중 나와 꽃다발을 전달하는 등 유력 대선후보의 지역 방문 행사를 방불케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윤 총장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이날은 정세균 총리가 윤 총장을 겨냥해 “정말 자신의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은 왜 국민이 그토록 검찰개혁을 열망하는지 자성해야 한다. 검찰만이 대한민국 정의를 수호할 수 있다는 아집과 소영웅주의로는 국민이 요청하는 검찰개혁을 수행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또 “국민을 선동하는 윤 총장의 발언과 행태에 행정부를 통할하는 총리로서 매우 유감스럽다. 행정부 공직자는 계통과 절차를 따를 책무가 있다”며 “직을 건다는 말은 무책임한 국민 선동이다. 이 상황을 엄중하게 주시하겠다. 총리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반발이 계속되면 총리로서 모종의 조처에 나서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윤 총장의 행보와 관련해 “검찰 조직을 이끄는 총장으로서 윤석열의 반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곤란하다”며 “공식적인 의견 표명이 아니라 연일 언론플레이하듯 반발하고, 마치 대선주자처럼 지방을 방문해 의견을 내는 것은 검찰개혁을 원했던 이들의 반감만 살 수 있다. 검찰 조직에도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짚었다. 옥기원 노지원 기자


마치 정치인?… “윤석열” 연호- “사퇴하라” 구호, 북새통

대구고검·지검 방문…대구시장은 꽃다발 안기는 ‘오버’도

 

윤석열 검찰총장(왼쪽 둘째)이 3일 오후 직원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방문한 대구고검·지검 앞은 시민들과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윤석열’을 연호하는 지지자들 사이로 윤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뒤엉켜 한때 아수라장이 빚어지기도 했다.

윤 총장이 탄 검은색 승용차가 이날 오후 2시께 대구고검 청사로 들어오자 ‘윤석열’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대한민국 검찰 만세’ ‘윤석열 대통령’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윤 총장 도착 전부터 다수의 보수 유튜버들이 ‘환영 중계방송’을 이어갔다. 유력 대선 후보의 선거 유세장에 버금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청사 앞에는 ‘우리의 영웅 힘내세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는 문구가 적힌 응원 화환 수십개가 늘어섰다.

청사 앞에서 ‘검찰개혁 완수’와 ‘윤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도 열리면서 지지자들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직접 대구고검을 찾아 윤 총장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권 시장은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총장님의 노력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하고 지지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윤 총장은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50명 이상의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윤 총장은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대구고검은 윤 총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초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외압 논란 뒤, 좌천성 인사 발령으로 근무했던 곳이다.

윤 총장은 이날 검사와 수사관 등 30여명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재판 대응이 어려워 지능화·조직화된 부패를 처벌할 수 없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후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중대범죄 대응 약화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등의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옥기원 김일우 기자

 

[사설] 윤석열 “법치 말살, 헌법정신 파괴” 발언, 도 넘었다

‘수사·기소 분리’ 글로벌 원칙 부정,‘과격 발언’ 정치적 의도

 

 

여권 일각에서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떼어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검찰개혁의 당사자로서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으나 수사·기소 분리라는 선진 형사사법의 원칙마저 부정하며 과격한 발언을 쏟아낸 것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태도다. 게다가 당정이 중수청 설치 여부를 아직 결론 내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찰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유례없이 특정 언론과의 인터뷰로 목소리를 낸 것도 정치적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데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그러나 윤 총장은 “법 집행을 효율적으로 하고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일체가 돼야 한다”고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검찰이 객관적인 위치에서 수사기관을 견제하기보다 스스로 수사기관이라는 정체성을 고수함으로써 인권침해와 증거조작이 걸러지지 않고 무리한 기소 끝에 무죄로 판명난 사건이 헤아릴 수 없다. 수사·기소 분리야말로 국민 권익을 위해 고안된 형사사법 체계다. 윤 총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반칙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도 수사·기소를 담당하는 여러 기관의 건강한 견제·협력관계를 통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수사·기소를 독점한 검찰이 과거 우호적인 정권이나 재벌 수사에서 솜방망이를 휘둘러도 아무런 견제 수단이 없었다. 권한 독점의 최대 수혜자는 비리를 저지른 검사들이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물론 윤 총장의 주장 가운데는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대목도 있다. 지능화·대형화하는 중대 범죄에 대응하려면 수사·기소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또한 거대한 단일조직인 검찰이 광범위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져야 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윤 총장 스스로도 “비대한 검찰권이 문제라면 검찰을 쪼개라고 말해 왔다”고 했다. 중수처 설치도 이런 맥락과 다르지 않다. 다만 부패·경제·마약 등 특정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이 수사·기소권을 동시에 가질지, 그마저도 분리할지는 외국의 경험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권 일각에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중수청 설치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게 윤 총장 반발의 빌미가 된 측면도 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말해주듯이 검찰개혁은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윤 총장이 ‘헌법정신 파괴’니 ‘법치 말살’이니 ‘형사사법 시스템 붕괴’니 하며 “중남미 국가들에서 부패한 권력이 얼마나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우리 모두 똑똑히 봤다”,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는 식으로 여권과 대립각부터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합리적인 여론 형성보다는 정치적 선동 효과나 존재감 과시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퇴임 뒤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현직 검찰총장이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윤 총장이기에 더욱 그렇다.

중수청 설치 문제는 형사사법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사안인 만큼 정치권과 검찰 모두 신중하면서도 절제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윤석열 “100번이라도 직 걸겠다”…‘수사-기소 분리’ 초강경 반발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 폐지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을 두고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며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1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며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이른바 ‘검수완박’)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검찰에게 부여된 직접 수사권 폐지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여권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을 거론하며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다.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또한 자신이 수사한 대선자금 사건, 대기업 비자금 사건,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 국정농단 사건을 예로 들며 “이 사건들이 ‘수사 따로 기소 따로 재판 따로’ 였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윤 총장은 “거대한 이권이 걸린 사건일수록 범죄는 교묘하고 대응은 치밀하다. 수사와 공소유지가 일체가 돼 움직이지 않으면 법 집행이 안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지금 검찰을 정부법무공단처럼 만들려고 하는데, 이는 검찰권의 약화가 아니라 검찰 폐지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법 집행을 효율적으로 하고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일체가 돼야 한다”며 “나날이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하는 중대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지금의 검찰 시스템이 국민 권익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의 영향력이 커서 문제라면, 오히려 소추 기관을 쪼개 독립된 검찰청들을 만들라고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지휘 밖에 반부패검찰청 금융범죄검찰청 마약범죄검찰청 등을 두는 식으로 검찰 조직을 분리하는 방안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식보다 합리적이란 설명이다.

그는 다만 “‘살아 있는 권력’ 수사 때문에 (수사청 신설) 입법이 추진된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장예지 기자


윤 총장의 전례없는 언론 인터뷰…“지지층 결집 방식” 지적도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을 신설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려는 여권의 움직임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발하면서, 의견 표명 방식과 표현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총장은 1일 인터뷰에서 수사청 신설에 대해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고 여권을 맹비난했다. 특히 그는 수사청 신설을 위한 입법을 두고 “법치 말살” “헌법 정신 파괴” “검찰 해체” 등 과도하고 단정적인 표현을 써가며 날을 세웠다. 검찰총장의 개별 언론 인터뷰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의사 표현 방식이다.

애초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할 때 관련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대검찰청이 이날까지 수사청 신설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2일 윤 총장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검찰 내부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윤 총장의 의사 표현 방식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도 “검찰총장은 검찰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며 “공식적인 의견을 얘기할 땐 기자회견이나 공식 문서를 통해서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기자회견을 하면 정부와 여권에 정면으로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윤 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밝힌 것 같다”면서도 “수사청 신설이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총장이 나서려면 기자회견 등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윤 총장이 비판적 질문 등을 피하면서도 개인적 소회 등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윤 총장이 인터뷰에서 사용한 표현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은 “윤 총장이 특정 인터뷰를 통해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국민들께서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지켜보시길 부탁드린다’고 한 것은 검찰총장이라는 주요한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라며 “이는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정치인들이나 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김경욱 기자


수사-기소 분리를 “법치 말살” 규정…검찰총장의 여론전

수사청에 “헌법 파괴” 맞서 “윤 총장이 국회 설득 큰 벽”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을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수사권-기소권 분리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끌어모아 총장이 직접 여론 설득에 나선 것으로, 청와대·여권과 전면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윤 총장은 2일 인터뷰를 통해 “(여당의 수사청 신설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고 날을 세웠다. 윤 총장은 이어 “검찰이 밉고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을 무슨 재주로 대응하겠나”라며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반칙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며 여권의 수사·기소 분리 방안이 검찰개혁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어 “윤 총장의 인터뷰는 ‘중대범죄 대상 검찰 직접수사권 전면폐지’를 전제로 한 입법 움직임에 대해 우려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의 공개 여론전에 대해 검찰 내부는 대체로 총장의 의견에 동의하는 분위기이지만, 일부에선 ‘총장의 전면 등판은 실질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왔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총장 징계 사태와는 차원이 다른 중대한 사안이다. 구성원 대부분이 법안 내용이 사실상 ‘기관 폐지’라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선의 한 부장검사도 “그동안 검찰이 잘못한 일도 있지만 70년 수사 노하우를 축적해 기본권을 보장하려고 애써왔다”며 “기소만 하고 무죄가 나면 누가 책임지나. 국가 시스템을 죽이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검사들이 빠르게 추진된 검찰개혁에 지쳤고, 수사청 도입에도 분노하고 있지만, 정치권(여당)이 어차피 우리 의견을 받아주지 않을 거란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형식의 전면전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고검장 출신의 한 인사는 “스스로 인터뷰에서 인정했듯이 여권의 저런 속도전은 윤 총장이 초래한 면이 크다. 여권의 잘잘못을 떠나, 총장이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했어야 했다. 조직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이제 와서 저러는 건 좀 무책임해 보인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도 “국회를 설득해야 하는데, 윤 총장 존재 자체가 너무 큰 벽이 돼버렸다. 인터뷰로 역공할 게 아니라, 이 사안은 국민들을 위해서도 너무 중요한 문제라서, 내가 떠날 테니 검찰의 의견을 경청해달라고 했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검찰은 이날 인터뷰를 시작으로 당분간 조직적 대응을 이어갈 전망이다. 대검은 일선 검사들의 의견이 모이는 대로 이르면 3일 입장을 발표한다. 윤 총장도 3일 대구고검·지검 방문 때 공개 발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나 여권은 윤 총장을 공격하는 대신 수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구성원들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며 “저는 언제나 열려 있고 (윤 총장을) 만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검찰과 잘 얘기해 이해시키도록 하겠다”며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일찌감치 ‘속도조절론’을 주문한 바 있는 청와대는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며 인터뷰 형식의 반발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배지현 장예지 기자


공개 대응 자제한 민주 “수사청 의견 수렴… 급할 것 없어”

“검찰 저항 예견했던 것” 윤석열 발언에 별다른 대응 안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 법안을 강도 높게 비판한 데 대해 “예상했던 반응”이라며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생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윤 총장과 다시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정무적 판단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 총장의 반응과 상관없이 당내 의견이 모이지 않은 점을 들어 수사청 신설법 발의 시점 등에 대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 대부분은 “직을 걸어서라도 수사권 폐지를 막겠다”는 윤 총장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2일 “예상했던 반발”이라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남은 직접수사권을 떼어 내 수사청에 모두 넘기는 방안에 대한 검찰의 저항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검찰개혁특위 소속 한 의원은 “윤 총장 입장에선 임기도 몇 달 남지 않았는데 후배들한테 면을 세울 수 있는 게 이거 하나고, 본인 입장에서도 손해될 게 없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심한 듯한 윤 총장의 반발과 별개로 민주당은 ‘수사청 신설법안 3월 발의-6월 처리’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기류로 흘러가고 있다. 검찰개혁특위 일부 위원들 중심으로 처리를 서두르자는 목소리가 강했으나, 사법체계 변화와 관련해 당 내부와 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안착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가 군사 작전하듯 (3월에 발의하겠다고) 날짜를 꼭 잡아놓은 건 아니다”며 “당내 의견 수렴절차도 남았고, 당·정뿐 아니라 사회 각계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검찰도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도 신중한 분위기다.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수사청 법안 발의는) 사법체계를 많이 개편하는 작업인 만큼 법안 발의 시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법체계 변화와 관련해) 나름대로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당과 정부가 충분히 정책협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핵심 관계자는 ‘3월에 법안을 발의하냐’는 질문에는 “안 할 수도 있다. 더 숙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사청 신설 법안 등을 논의하는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도 이런 지도부의 의견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특위 관계자는 “언제 발의할지 아직 정해진 게 아니다”며 “지금까지 검찰 의견제시가 없었는데 윤 총장이 의견을 내놓았으니까 검찰 쪽 얘기도 들어보고 우리 입장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이 여당의 검찰개혁 방향을 ‘반헌법적’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검찰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검찰과도 잘 얘기해서 이해시키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김남국, 윤석열 비판…"임기 몇 달 남겨놓고 직 건다고?"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추진에 강하게 반발한 것과 관련해 "임기를 불과 몇 개월 남겨놓지 않고 직을 건다고 하면 우스운 일"이라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잘못된 수사 등에 대해 검찰총장이 책임지고 사과하거나 물러날 시기가 국면국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하나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과거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찬성했다"며 "그때는 검찰총장이 하고 싶어서 찬성하고, 이제 와서 직을 걸고 반대한다고 하면 결국 진심과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수청은 하루아침에 뚝딱 설치될 수 없고, 1∼2년이 걸린다"며 "지금 하는 수사를 빼앗아 중수청에 주려 한다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수청 추진에 대해 "힘 있는 세력에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