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와 싸우는 美 등 금리인하에 걸림돌…WTI, 12일 한때 87.67달러

비트코인 가격 급락했다 낙폭 줄여… 이스라엘 주가지수 보합세

이스라엘, 재보복에 확전여부 달려…중동, 세계 원유생산 3분의 1

 

                        14일(현지시간) 이란 미사일·드론 공격을 요격하는 이스라엘 방공망 [신화 연합뉴스]

13일(이하 현지시간) 이란이 그동안 예고해온 이스라엘 보복 공격에 실제로 나서면서 중동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제 유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동시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인하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번 충돌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존재하며, 공격 이후 문을 연 이스라엘 증시에서 주요 주가지수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운전자 [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 이란-이슬라엘 충돌 확대 위기…호르무즈 봉쇄시 유가 급등 가능성

이란은 13일 밤 무인기(드론)와 순항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란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을 단행했다. 이란은 지난 1일 발생한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보복을 예고해왔다.

앞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장 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고 전장 대비 0.64달러(0.75%) 상승한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고 종가는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였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만큼, 이번 충돌의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 유가는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난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이번 공격에 앞서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CIBC프라이빗웰스의 레베카 바빈은 "이란의 직접적인 (분쟁) 개입시 중동 지역의 공급 혼란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원유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매수 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유가 상승, 美 금리 인하에 악재…"유가에 큰 영향 없을 것" 관측도

국제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요인인 만큼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지속 중인 미국 등 세계 경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가뜩이나 늦어지고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더 뒤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다른 국가들의 금리 인하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간 전쟁 초기였던 지난해 10월 충돌 확대에 따른 여파를 우려하면서, 유가가 10% 상승 시 글로벌 생산이 0.15%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1973년 '오일 쇼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당시 아랍 산유국들이 중동 전쟁 과정에서 석유를 무기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1970년대 10% 안팎의 고성장을 구가하던 한국도 2차 오일 쇼크의 영향으로 1980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IMF 상임이사회 이사를 지낸 호세인 아스카리는 스푸트니크통신 인터뷰에서 중동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일시적일 것으로 관측하며 원유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봤다.

그는 "이란이 유조선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그런 만큼 원유 수출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이란은 원유 수출을 계속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이란산 원유를 수송하는 유조선을 공격할 경우 이란도 유조선 공격에 나서면서 유가가 급등할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 기념주화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스라엘 증시 보합세…비트코인 가격 출렁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이스라엘 증시에서 14일 주요 주가지수 TA-35는 보합세다.

TA-35는 이란 공격에도 불구하고 장 초반 플러스로 개장했으며, 이후 하락 전환했다가 다시 양전하는 등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시간 오후 5시 21분 기준 전장 대비 0.01% 오른 채 거래되고 있다.

주말을 맞아 주요 전통 자산 시장의 거래가 멈춘 가운데, 24시간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이란의 공격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급락했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한 상태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6만7천달러 선 위에서 움직이다 이란 공격 소식이 알려진 뒤 한때 6만1천달러선으로 수직 낙하했지만, 이후 6만4천달러대로 올라온 상태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번 공격 이후 SNS 게시물을 통해 이란의 이번 공격은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히면서 "그 문제는 종결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 정권이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른다면 이란의 대응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면서 미국에도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이란 측 입장 발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회복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금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과 미국 뉴욕 증시의 흐름도 주시하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국제 금 가격은 12일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천400달러선을 넘어선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금 가격이 올해 들어 13% 넘게 오른 만큼 랠리가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지정학적 우려 고조 시 2천500달러 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12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1.24%)를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1.46%), 나스닥지수(-1.62%) 등이 모두 1% 넘게 하락했다.

마켓워치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및 유가 상승 시 주식 매도세가 심해질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지정학적 사건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연합=차병섭 기자)

드론·미사일 동원해 보복 단행…헤즈볼라 등 이란 대리세력도 동참

이스라일 "강력한 대응" 언급하며 반격 시사…'키사스'식 보복 악순환 우려

이란, 확전은 피하려 했나…민간인 대신 군 시설 표적,   "드론 보내 격추 시간도 벌어줘"

 

                   13일 이란의 보복 공습에 대응하는 이스라엘 방공망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벼르고 있던 보복 공격을 감행함에 따라 중동 상황이 확전의 중대 갈림길에 놓였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전면적인 군사 공격을 단행한 것은 1979년 이슬람혁명을 기점으로 양국이 적대관계로 돌아선 이래 처음이라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한 뒤 이슬람혁명 전까지는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한 이란의 첫 대규모 공격으로 볼수 있다.

여기에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국면에서 이란을 대리해 '그림자 전쟁'을 벌이던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등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까지 이란의 보복에 속속 '참전'함에 따라 중동은 일촉즉발의 확전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6개월을 넘기며 계속되는 가운데 중동의 숙적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보복의 악순환'으로 전면 전쟁으로 치달을 경우, 1973년 시리아와 이집트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시작된 4차 전쟁 이후 50년 만에 5차 중동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범죄를 처벌하겠다면서 이날 '진실의 약속'이라고 명명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 7명의 군인을 제거한지 12일 만이다.

이란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인 기업이 운영하는 선박을 나포하면서 보복 공언 후 첫 대응에 나선 뒤 이날 이스라엘 본토 타격을 목표로 무장 무인기(드론)를 대규모로 날리고 순항미사일까지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이 100여기의 드론이 이란에서 발사됐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언론은 행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400∼500개의 드론이 발사됐다고 전했다.

드론 대부분은 이란에서 발사됐지만 일부는 이라크, 시리아, 남부 레바논, 예멘에서도 발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국가는 위치적으로 이란보다 이스라엘에 훨씬 가깝게 있으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 무장 대리세력들이 활발히 움직이는 지역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주변의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지역 내 전운이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래 최고조로 높아졌다.

확전의 관건은 일단 이스라엘 대응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강력한 재보복에 나설 경우 중동은 다시 한번 전화에 휩싸일 수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보복을 천명한 점이 우려스런 대목이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현지 언론에 이란 공습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뒤따를 것이며 재보복을 예고했고 이란 역시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방어조치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는 확전을 막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가 이번 공격에 대한 규탄 속에 확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4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키사스식 보복의 악순환시 후폭풍을 감안, 이란이 세밀하게 계산된 범위 내에서 공격 수위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은 오랫동안 이스라엘과의 직접 충돌을 자제해왔다.

지난 몇 년간 자국 내에서 벌어진 핵시설 사보타주(파괴 공작), 핵 과학자 암살과 관련해서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배후로 지목하면서도 직접 보복에 나서지 않았다.

해외에 있는 군사·외교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정면 대응은 자제했다.

이스라엘의 도발에 전면적으로 맞설 경우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과의 정면 대결을 감수해야 하고 그 결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13일 소집된 이스라엘 전시내각 회의[AFP=연합뉴스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이번에도 이란은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피습에 급하게 대응하지 않고 12일 만에 보복을 감행하면서 이스라엘과 미국 등이 대비할 시간을 준 측면이 있다.

이란이 보복에 나서면서 이스라엘에 도달하기까지 몇시간이나 걸리는 무인기를 이용하고 민간시설이나 종교시설이 아닌 군·정부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도 이란의 의중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ABC 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이스라엘의 군사, 정부시설만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이란 정부가 선택한 무인기 샤헤드-136은 이스라엘과 그 동맹국들이 폭탄을 실은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연합= 신재우 김동호 기자]

 

 

'반 트럼프 상징' 헤일리, 사퇴…트럼프 지지 표명은 안해

 

헤일리  "잘 되길 바라… 당과 당 밖 지지 얻는 건 트럼프에 달려 있어"

트럼프, 중도층 지지 확장 관건…바이든, 지지층 이탈·고령리스크 '숙제'

 

미 공화 대선후보 사퇴 발표하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찰스턴[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로이터=연합]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6일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으며, 그 결과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로 짜졌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11월 선거에서 다시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이게 됨에 따라 미국의 대선 시계는 4년 전으로 다시 돌아갔다.

헤일리 전 대사는 '슈퍼화요일' 다음날인 이날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경선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붉은 원피스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헤일리 전 대사는 사퇴 연설에서 "그간 보내준 열렬한 지지와 성원에 감사하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경선을 중단해야 할 때"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후회는 없다"며 "비록 나는 더 이상 경선 후보가 아니지만, 우리 나라가 궁극적으로 가야할 방향에 대한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정치적 재기를 다짐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표명 없이 "트럼프는 7월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라며 "축하하고, 그가 잘되기를 바란다"고만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차이로 분열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하다"면서 "나는 항상 공화당원으로서 당의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 문제에 대해 마거릿 대처는 '대중을 따르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라'는 좋은 말을 했다"고 언급했다.

또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가 우리 당과 우리 당을 넘어서 지지를 받을지는 이제 트럼프에 달려 있으며 그가 그러기를 바란다"면서 "최고의 정치는 사람들과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끌어안는 것이다. 이제 그가 선택할 때"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경선의 유일한 여성 후보였던 헤일리 전 대사는 사퇴 직전까지 공화당의 '반(反) 트럼프' 구심으로서 기대를 모았지만 강경 보수층을 중심으로 확실한 지지세를 결집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전날 버지니아와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15개주에서 동시에 진행된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버몬트주에서만 승리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출마 당시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을 부각하며, 상대당 소속인 바이든 대통령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립각을 세워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EPA 연합]

 

헤일리 전 대사의 사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례없이 이른 시점에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굳히게 됐다.

이에 따라 11월 대선을 244일 앞둔 시점에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선 경쟁이 조기 점화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슈퍼화요일' 대승 이후 연설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복수 의지를 다지는 한편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우리는 통합을 원한다"며 "우리는 통합할 것이며 이는 매우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헤일리 전 대사는 당내 경선 때 대부분 주에서 20~40%에 이르는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선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층인 온건·중도 성향당원과 여성, 무당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본선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과제다.

'마가' 극우층을 중심으로 확실한 지지 세력을 거느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를 최종적으로 거머쥐기 위해서는 경합주에서 중도 표심을 어느 정도 확보하느냐가 결국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날 경선에서 미국령 사모아를 제외한 15개주를 석권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본선 구도 조기 확정은 예견된 결과인 동시에 긴 안목으로 볼 때 나쁘지 않은 대결구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화당의 컨벤션 효과를 조기 차단하고 본선까지 남은 기간 '트럼프 피로' 효과를 노려볼만하다는 점에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연합]

 

바이든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의 연설 직후 성명을 통해 "오늘날 공화당에서 대선 출마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며, 헤일리는 트럼프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자 했다"면서 "트럼프는 헤일리 지지자들이 필요없다고 분명히 했다. 여기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중도 보수층에 구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예정된 국정 연설에서 집권 2기 비전을 공개한 뒤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본선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이스라엘 전쟁 이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아랍계를 비롯한 유색인종 및 진보, 젊은층 등 이탈을 막아 내부 지지층을 결속하고 고질적 약점인 고령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헤일리 전 대사의 경선 포기로 이미 후보 자리가 확실시됐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권 가도가 한층 선명해졌다"며 "헤일리의 패배는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된 트럼프의 당 장악력 확대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 연합= 김경희 기자 >

1970년대 일본 전범기업들에 폭탄 테러 무장조직원
“마지막은 가명 아닌 본명으로” 말기암 투병 중 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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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일본 전범기업 폭파에 관여한 신좌파 무장단체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 조직원 기리시마 사토시. [연합]

 

1970년대 일본 전범 기업의 본사나 공장을 연속으로 폭파했던 신좌파 무장투쟁 단체인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의 조직원으로 보이는 용의자가 49년 만에 자수했다.

27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방송은 경찰이 1975년 4월 도쿄 긴자에 있던 ‘한국산업경제연구소’ 건물 폭파 사건을 일으킨 용의자 기리시마 사토시(70)라고 주장하는 남성을 찾아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폭발 사건으로 지명수배된 기리시마가 가나가와현 내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정보를 지난 25일 입수해 병원을 찾았다. 이 남성은 자신이 기리시마 사토시라고 밝히고는 사건 당시 상황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말기 암에 걸려 입원 중인 이 남성은 “마지막은 (가명이 아니라) 본명으로 맞고 싶다”며 “나를 체포하라”고 병원 관계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밝혔고 이 정보가 경찰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입원할 당시에는 가명을 사용했다.

교도통신은 이 남성이 범인밖에 알 수 없는 사건 정보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사 당국은 이 남성이 입원하기 전 가나가와현 내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디엔에이(DNA) 등을 통해 용의자가 맞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 남성은 현재 말기 암으로 병세가 심각해 용의자 본인으로 확인돼도 체포나 구류를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기리시마는 공소시효가 정지된 상태라 이 남성이 진범으로 밝혀지면 처벌될 수 있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1974년 8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폭파 사건, 같은 해 10월 미쓰이물산 본사 폭파 사건 등 1974∼1975년 일본 기업 본사나 공장을 연속으로 폭파한 신좌파 무장투쟁그룹이다. 대학 중퇴생, 한국 근현대사 전공 대학원생, 회사원 등으로 구성됐던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 지배로 성장한 주요 기업들을 폭파하며 일본의 무반성과 무책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을 요구했다.

기리시마는 1972년 4월 메이지가쿠인대학 법학부에 진학해 대학 재학 중에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결성한 뒤 기업 폭파 사건에 관여했다. 조직원들은 대부분 당시 체포돼 수감 중 사망했거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했지만, 기리시마는 붙잡히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사건 발생 5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열차역이나 파출소 등에 그의 지명수배 전단이 붙어 있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한국산업경제연구소를 일본 전범 기업에 한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아시아 침략 봉사 활동의 거점이라고 보고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 고명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