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홍콩 입법회(국회) 의원들이 중국 국가모독금지법안(국가법)을 심의하고 있다. 이날 심의 도중 민주파 의원 2명이 본회의장에 오물을 뿌려 경찰과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의원들 자리에는 198964일 일어난 천안문 시위’ 31주년을 기념해 잊지 말자 6·4, 사람의 마음은 죽지 않는다는 글귀가 쓰인 팻말이 놓여 있다.

          

집회불허 속 1.5m 거리 두고 ‘64초 묵념홍콩서 타오른 천안문 촛불

무장경찰 3천명 도심서 삼엄한 경계 입 틀어 막는다고 힘·권위 안 생겨

       

1989년을 상징하는 4일 저녁 89분 홍콩섬 중심가 코즈웨이베이에 자리한 빅토리아공원이 침묵에 휩싸였다. <나우뉴스> 등 홍콩 매체가 전한 현장 화면을 보면, 모여든 인파는 64일을 상징하는 64초 동안 팔을 쭉 뻗어 손에 든 촛불을 들어올리고 고개를 숙였다. 198964일 천안문 민주화시위 유혈진압 31주년을 맞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묵념이었다.

홍콩 경찰은 이날 1990년 이후 해마다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리던 ‘6·4 촛불집회를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30년 만에 처음으로 금지했다. 진압장비로 무장한 경찰 3천여명이 도심 전역에 배치돼 하루 종일 삼엄한 경계에 나섰다. 주최 쪽인 애국민주운동 지지 홍콩시민연합회’(지련회)는 준법투쟁을 예고했다. 8명씩 1.5m 간격을 두고 공원에서 촛불을 들기로 했다.

<핑궈일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집회 예정 시간을 30여분 앞둔 이날 저녁 730분께부터 빅토리아공원 인근 지하철 코즈웨이베이역 부근이 인파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공원 앞 건널목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지하철역 부근까지 길게 늘어섰다. 검은 옷을 입고, 촛불이나 종이 손팻말을 든 시민들은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물밀 듯 공원으로 들어섰다. 홍콩섬 사이잉푼과 카오룽반도 몽콕·툰먼·타이와이 등지에서도 인도를 빼곡히 메운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앞서 이날 오전 홍콩 입법회 본회의장에서도 민주파 의원들이 64초간 묵념을 했다. 일부 의원은 인민은 잊지 않는다고 적힌 검은 티셔츠를 입었다. 홍콩 입법회는 이날 중국 국가모독금지법안(국가법)을 최종 심의했다. 친중파 챈 킨 의원이 국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시작하자, 묵념을 마친 민주파 의원들은 “6·4를 잊지 말자. 인민의 마음은 죽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친 뒤 퇴장했다.

홍콩 입법회는 이날 오후 민주파 의원들의 불참 속에 국가법안 처리를 강행해, 친중파 의원 41명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앞으로 홍콩에서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의 가사를 바꿔 부르거나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모독행위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만 홍콩달러(78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앞서 민주파 의원들은 국가법안 표결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에 오물을 뿌리며 저항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둘째)6·4 천안문 민주화시위 31주년을 앞두고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왕단(가운데) 등 시위 주역들을 면담한 사진을 3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했다.

내년부터 촛불집회가 아예 열리지 못한다 해도 달라질 건 없다. 천안문 유혈진압이 발생했고, 무고한 사람이 총에 맞았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둥팡 중국노동자통신’(CLB) 사무총장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 당시 철도노동자였던 한 사무총장은 광장 점거 시위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중국 최초의 독립노조설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1993년 홍콩에서 중국노동자통신이란 단체를 설립해 중국 내 노동조합운동 지원을 이어온 한 사무총장은 보안법은 홍콩인들의 머리 위에 걸린 커다란 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제, 누구에게든 날아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는 홍콩을 떠날 계획이 없다. 그는 사람들 입을 틀어막는다고 더 큰 힘과 권위가 생기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


 


4(현지) 케냐 나이로비에서 한 시민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벽화 앞에 앉아 있다.

                

부검 보고서 폐 손상 없는 무증상 감염사인은 목 짓눌림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플로이드의 유족이 공개한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의 부검 보고서를 보면, 플로이드는 사망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부검 결과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검시관은 플로이드가 무증상 감염자로 추정되며, 코로나19에서 회복한 뒤 바이러스가 몇 주 동안 몸 속에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사망에는 영향을 끼치진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플로이드의 혈액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성분이 검출됐다. 펜타닐을 투여할 경우 의식을 잃을 수 있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시관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플로이드는 무증상 감염자로서 폐 손상이 없었다사인은 목 짓눌림이라고 말했다. < 최현준 기자 >


     CEO “인종 폭력 선동하는 이들과 연관된 계정 홍보할 수 없어

     페이스북 초기 직원 33명도 트럼프 규제 방치에 반대 서한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이어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콘텐츠에 대한 홍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흑인 사망 항의 시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 차별적 발언이 계기가 됐다.

미국 <CNN> 등 보도를 보면, 스냅챗 모기업인 스냅은 3일 성명을 내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콘텐츠를 디스커버플랫폼에 소개하지 않고 있다. 인종 폭력과 불의를 선동하는 목소리를 증폭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냅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백악관 근처로 접근한 시위대를 향해 가장 사나운 개가장 험악한 무기를 만났을 것이라며 위협적인 발언을 한 이후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스냅챗은 디스커버라는 항목에 유명인이나 정치인, 언론사 등의 영상 콘텐츠를 뽑아 노출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콘텐츠도 이 부문에 종종 노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냅챗에 올린 콘텐츠 중 최근 흑인 사망 시위와 관련한 인종 차별적 발언 등은 아직 담기지 않았지만, 스냅챗은 제재를 결정했다. 앞서 스냅 최고경영자(CEO) 에반 스피겔은 지난 1일 회사 누리집에 쓴 글에서 인종 차별을 비판하면서 우리는 미국에서 인종적 폭력을 선동하는 사람들과 연관된 계정을 홍보할 수 없다. 그들이 우리 플랫폼 안에서 활동하든, 밖에서 하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2011년 미국에서 설립된 스냅챗은 사진이나 영상 등을 공유하는 모바일 메신저 앱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사용자가 23천만명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 쪽은 대선 조작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브래드 파스케일 트럼프 선대 본부장은 이날 성명을 내어 “(스냅챗이) 2020년 선거를 조작하려 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소셜 미디어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트위터는 지난달 말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가 시작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가 폭력을 미화하는 행위라며 해당 트위트를 보이지 않도록 조처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트위트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어, 회사 안팎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페이스북 초기 직원 33명은 이날 공개 서한을 통해 페이스북은 중립적이지 않고, 중립적인 적도 없었다. 사실확인은 검열이 아니다. 입장을 재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 최현준 기자 >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시 중심 로버트 리장군상 철거키로

흑인 등에게는 억압·증오 상징다른 곳에 설치할 듯

 

미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버지니아주가 1860년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리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했다.

민주당 소속 랠프 노섬 버지니아주지사는 4일 주도 리치먼드시 한복판에 있는 리의 동상 철거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AP> 통신이 3일 보도했다. 동상은 새로운 설치 장소가 정해질 때까지 창고에 보관될 계획이다. 러바 스토니 리치먼드 시장도 이날 시 소유지에 있는 다른 남부군 지휘관 동상 철거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권 활동가들은 그동안 버지니아주에 남부군 기념물들을 철거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제이 존스 버지니아주 의원은 리 장군 동상은 흑인 등에게는 과거 억압과 증오의 상징이라며 철거 결정에 목이 멘다고 말했다.

리 장군을 비롯한 5명의 남부군 지휘관 동상이 있는 리치먼드시 중심부는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숨진 뒤 항의 집회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장소다.

버지니아주 출신인 로버트 리는 1859년 버지니아주에서 노예제도 반대 활동가 존 브라운이 주도한 하퍼스 페리 봉기사건을 진압했다. 1861년부터는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군 소속으로 북군에 맞서 싸웠다. 그는 1865년 항복할 때까지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공격을 이끌면서 명성을 얻었다.

플로이드 사망 이후 남부 곳곳에서 남부연합군 기념물 철거 요구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자의 흑인 살해 사건이 발생한 뒤 남부연합군 기념물이 철거된 적이 있다. 2017년에는 버지니아주에서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사태 이후 기념물 철거가 이뤄졌다. < 신기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