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동일본 대지진 11년…‘오염수 방류’ 계획 ‘착착’

해저 특정지형엔 오염물질 쌓일수도…“방사능 바다 막아야”

 

[기고] 반 히데유키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일본 정부는 내년 봄부터 다핵종제거장치로 방사성 물질을 최소화해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AP 연합뉴스

 

<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해저에서 ‘불의 고리’가 꿈틀거렸다. 뒤틀린 지각판이 쓰나미(지진해일)를 불렀고, 거대 해일에 침수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안 핵연료봉이 녹아내렸다. 11년 뒤, 이곳에서 막대한 방사능 오염수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봄부터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다핵종제거장치(ALPS·알프스)로 방사성 물질을 최소화한다지만, 안전성에 대한 불안은 높아지고 있다. 일본 탈핵운동의 중심인 시민단체 ‘원자력자료정보실’ 반 히데유키 공동대표가 <한겨레>에 이런 우려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

 

도쿄전력 홀딩스(이하 도쿄전력)는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녹아내린(용융)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지금도 원자로에 물을 주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자로 건물 안으로 들어온 지하수가 모두 방사능 오염수가 되고 있다. 이른바 다핵종제거장치(알프스) 등을 통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다고 하나, 이것만으로 완전 제거는 불가능하다. 알프스 처리 뒤 잔류 방사성 물질 가운데 삼중수소(트리튬)가 특히 논란인데, 또 다른 수십 종의 방사성 물질도 남는다. 오염수는 현재 ‘처리수 탱크’에 저장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도쿄전력 발표를 보면, 처리수 양이 12만9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장 탱크가 가득 차면 이 처리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처리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정하고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에 트리튬 태스크포스를 통해 2016년 6월 바다로 희석방출하는 것이 가장 값싸고, 단기간 처리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마련했다. 경제산업성 산하 ‘다핵종제거설비 등 처리수 취급에 관한 소위원회’(알프스소위)는 2020년 2월 “해양 방출이 현실적”이라는 뼈대의 보고서를 만들었고,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폐로·오염수·처리수대책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기로 정부 방침을 확정했다.

 

어업자·시민단체의 거센 반대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에 당장 어민 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2015년 8월24일 경제산업성 장관이 후쿠시마현어업협동조합연합회 쪽에 “어업 관계자 등에게 설명을 포함한 필요한 조처를 하고, 관련자 이해 없이 어떤 조처도 않는다”는 것을 문서로 약속했다. 8월25일엔 도쿄전력이 어민들에게 같은 약속을 했고, 하루 뒤에는 경제산업성 장관과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가 ‘관계자 이해를 얻어 대책을 실시하고, 안이한 해양방출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의 문서를 교환했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해양 방출에 집착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11월17일 ‘해양 방출에 관한 방사선 영향 평가 보고서’에서, 처리수 배출에 따른 해양오염은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아울러 시민 의견도 모집했는데, 공모한 의견을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마감 3일 뒤인 12월21일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처리수 해양방출 설비 허가 신청을 냈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해양배출 방법은 다소 구체적인 계획이 나왔다. 시추기를 이용해 저장 탱크에서 바다 밑으로 이어지는 1㎞짜리 해저터널을 뚫은 뒤, 이 터널을 통해 처리수를 바다로 방출한다는 것이다. 하루 방출량 500㎥ 이하, 연간 배출 방사성 물질 22조베크렐 이하, 방출 기간은 약 30년이다.

 

탱크에 저장된 처리수 70% 이상이 여전히 배출가능 방사성 물질 기준을 웃돈다는 걸 도쿄전력도 인정한다. 오염수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알프스 필터 교환빈도를 낮춰 방사성 물질을 제대로 거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실제 오염수 방출 때 한번 더 알프스를 거쳐 기준에 맞추겠다는 식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해양 방출의 기본 전제는 오염수가 바닷물에서 희석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쿄전력 시뮬레이션은 과거 해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균일하게 넓은 바다로 퍼져나간다는 걸 전제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피폭선량 평가도 어업활동 등 과정에서 외부 피폭, 어패류 섭취에 의한 내부 피폭을 단순 계산한 뒤 지극히 낮은 피폭선량이라고 결론냈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이 특정 해저지형에 축적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플루토늄처럼 무거운 원소는 바닷물을 따라 확산하지 않고 비교적 좁은 범위에 쌓일 우려가 높다. 또 트리튬의 경우, 인체 내에서 유기결합형트리튬으로 바뀔 위험을 알프스소위에서조차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아예 없었다. 유기결합형트리튬은 체내에서 베타선을 뿜으며 사람의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 아울러 유전자를 두 가닥으로 끊어 발암 원인이 될 위험성도 부정할 수 없다.

 

오염수가 언제까지 증가할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도쿄전력은 ‘중장기 로드맵’에서 2025년에는 하루 증가량을 100톤 정도로 억제하고 싶다고 밝혔다. 거꾸로 말하면, 그 이전까지 매일 100톤 이상 오염수 증가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또 도쿄전력은 원자로 건물에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발전소 주위를 깊이 30m, 길이 1.5㎞ 얼음벽으로 둘러싸는 ‘동토차수벽’ 공사를 2014년 시작해 2017년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는 실용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애초 효과가 의문시됐다. 지하수 유입 억제 효과가 있다는 도쿄전력의 주장도 그나마 제한적인 범위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방사능 바다’로 오염시켜선 안돼

 

그나마 차수벽 온도가 0℃ 이하를 유지해야 효과를 낸다고 알려졌지만, 지난해 10월 언론 보도를 보면 일부 측온관 온도가 일시적으로 10℃에 이르렀다. 11월18일에는 13.4℃까지 상승했다. 후쿠시마 원전 4호기 쪽에 새 말뚝을 박아 지하수 유입을 막는 공사를 벌였지만, 동토차수벽의 기능 유지가 어려워지고 동결관 파손으로 오염수 발생량이 더 늘어날 우려도 있다.

 

도쿄전력의 ‘방사선 영향 보고서’를 보면, 오염수에 포함된 64종의 방사성 물질이 한해 수만에서 수십조베크렐에 이르는 방사능을 방출하게 된다. 특히 주요 방사성 물질 가운데 ‘트리튬’의 연간방출량과 반감기가 각각 22조베크렐-12년인 것을 비롯해 ‘스트론튬90’ 2500만베크렐-29년, ‘아이오딘(요오드)129’ 2억4천만베크렐-1600만년 등이다. 이것은 실증시험에 근거한 평가다. 심지어 오염수 방출이 이어질 30여년 동안 방사능 배출 총량은 아직 정확한 수치가 없다. 이게 드러나면 방사능 오염수에 따른 해양환경의 어두운 미래가 보일 수도 있다. 바다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키는 행위를 허용해선 안 된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 히데유키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

우크라 전쟁이 부른 지정학 폭풍

 

독, 강해지면 스스로 파괴세력화

힘 약해질 때 주변 강국이 발호해

우크라 전쟁 뒤 독일 재무장 촉발

이후 유럽 세력균형 재편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오랜 숙적 독일의 재무장을 부르고 있다. 6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이 베를린의 운터덴린덴 거리에 있는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평화 콘서트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 전쟁은 지난 세기의 프랑스혁명보다도 더 큰 정치적 사건인 독일혁명을 상징한다. (…) 휩쓸려가지 않은 외교적 전통이란 이제 없다. 여러분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갔다. 세력균형은 완전히 파괴됐다.”

 

1871년 프로이센이 프랑스를 상대로 한 보불전쟁에서 전격적으로 승리해, 빌헬름 1세가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 통일을 선포하며 독일 황제인 카이저에 즉위했다. 당시 영국의 야당인 보수당 대표였던 벤저민 디즈레일리 전 총리는 의회에서 독일 통일이 근대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지정학적 폭풍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예측대로 통일된 독일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전쟁인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주역이 됐다.

 

독-러 반전의 역사, 거듭될까?

 

독일 지정학의 핵심인 ‘독일 딜레마’를 디즈레일리처럼 적확하게 지적한 이는 없었다. 유럽의 한가운데 자리한 독일은 인구나 영역에서 유럽의 최대 국가이다. 현재도 독일은 인구 8천만명으로 유럽 경계선에 있는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유럽 최대 인구 국가이다. 지금 독일 영토는 과거의 독일 영역의 절반에 불과하다. 오스트리아가 독일 통일 때 배제됐고, 폴란드의 서부, 현재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체코의 일부, 크로아티아 북부와 이탈리아의 북동부를 포함하고, 심지어 루마니아의 일부까지 독일계 주민이 살았다.

 

이런 독일은 유럽에서 항상 딜레마를 제기했다. 독일이 커지면, 독일 자체가 유럽의 세력균형을 파괴하는 최대 세력이 됐다. 양차 대전은 그 결과이다. 하지만 독일이 너무 분열되어 허약해지면, 주변 강국들이 발호해 이 역시 세력균형을 파괴했다. 독일이 200개 이상의 국가와 공국으로 분열됐을 때, 프랑스의 나폴레옹 전쟁이 일어났다. 2차 대전 뒤 소련이 동유럽을 점령하고 위성국가로 만든 것 역시 독일이 패망한 결과이기도 하다.

 

독일은 너무 커져서도 안 되고, 너무 분열돼서도 안 된다는 ‘독일 딜레마’의 지정학이다. 2차 대전 뒤 전승국들은 이런 독일을 제어하기 위해 다양한 족쇄를 채웠다. 독일을 분단하고, 오스트리아를 다시 분리하고, 독일의 과거 영토를 박탈했다. 애초에는 독일을 4개로 분할하려 하다가, 서방은 소련의 팽창 앞에서 ‘서독’으로 긴급히 재건했다.

 

2차 대전 뒤 서방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독일 딜레마까지 고려한 복합적 산물이다. 헤이스팅스 이즈메이 초대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가 “소련을 막고, 미국을 개입시키고, 독일을 억누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규정했다. 전후 자본주의 진영의 최대 위협인 소련을 막기 위한 미국 주도의 동맹을 만들려면, 유럽 내 지정학적 경쟁의 근원인 독일을 제어하고 유럽의 단결을 담보하는 장치가 필요했고, 그게 나토였다.

 

독일은 그 안에서 순치됐고, 그렇게 순치된 독일은 동구 사회주의권이 붕괴되자 미국에 의해 ‘통일’이 허용됐다. 베를린 장벽 붕괴 뒤 독일의 통일에 대해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나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반대하기도 했고, 소련은 나토의 확장 금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전후 독일은 유럽 최대의 경제국이 되어 유럽의 경제를 책임지고 통일도 이뤘지만, 한가지 금지선은 남겨뒀다. ‘재무장’이었다. 독일 스스로 원하지 않았고, 주변국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독일 딜레마의 지정학 부활을 시험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27일 의회에서 국방비를 두 배로 늘리고,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전투기를 구입하고, 전략적인 에너지 비축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연간 국방비 지출을 나토 회원국의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맞서 독일 대외정책의 선회를 선언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정학적 의미는 열강들의 세력권 각축의 부활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통적 세력권 부활을 도모하자, 독일의 재무장을 촉발했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2차 대전은 1차 대전의 패전국 독일이 자신의 세력권을 다시 탈환하려는 전쟁이었다. 나치 독일은 독일의 지정학적 공간인 ‘레벤스라움’(생활권)을 다시 세워 확장하려 했고, 소련을 상대로 이루려고 했다. 이는 소련의 반격으로 동유럽 전체를 소련에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냉전의 패전국인 러시아는 이제 다시 러시아의 지정학적 공간인 ‘루스키 미르’(러시아 세계)를 다시 탈환하려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발했다. 이는 러시아의 오래된 숙적인 독일의 부활을 부르고 있다.

 

누가 러시아를 막을 것인가

 

2차 대전 전야에 유럽에서는 불만에 찬 독일을 견제할 세력이 없었다.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철수했고, 영국은 쇠약해진데다 유럽 대륙에 개입하지 않는 ‘영예로운 고립’이라는 전통적인 대유럽 정책을 고수했고,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 뒤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다. 허약해진 프랑스와 신생독립국들만이 독일 주변에 있었다.

 

지금의 유럽은 어떠한가? 도널드 트럼프 이후 미국에서는 나토 무용론이 거론되는데다 중국을 막기 위해 인도-태평양에 집중하려고 한다. 영국은 허약한데다, 유럽연합을 탈퇴하고 유럽 대륙 국가들과 불화 중이다. 불만에 찬 러시아를 누가 견제할 것인가? 장기적으로 보면, 독일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토를 중심으로 한 서방 동맹이 단기적으로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 그 중심 역할을 독일이 맡을 수밖에 없다. 독일의 재무장 등 역할 확대는 장기적으로 독일 세력권과 러시아 세력권의 충돌로 갈 개연성이 크다.

 

여기서 디즈레일리의 말을 변주해보자. “여러분들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갔다. 세력균형은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독일 딜레마의 지정학을 부활시키며, 유럽의 세력균형을 재편할 것이다.     정의길 기자

영 국방부 “러, 키이우 중심 25㎞까지 접근”

러, 하르키우 · 마리우폴 등 포위한 채 공격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서쪽 외곽의 지토미르에서 한 한교 건물이 11일(현지시각) 폭격으로 무너져있다. EPA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향한 진격 속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고 영국 국방부가 밝혔다. 키이우 포위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국방부는 1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관련해, 대규모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중북부에 위치한 키이우의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약 25㎞ 떨어진 지점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키이우 북쪽에 늘어섰던 러시아군 행렬은 현재 흩어졌다며 이는 “키이우 포위를 지원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국방부는 또한 “그것은 러시아군을 고전하게 만들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서방 군 당국은 키이우 북서쪽 외곽에 러시아군 행렬이 64㎞나 늘어선 채 정체 상태에 있다고 최근 밝혀왔다. 그러나 민간 업체인 맥사테크놀로지는 지난 10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근거로, 러시아군 행렬이 주변 숲이나 마을 등으로 분산 재배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엔엔>(CNN) 방송은 키이우에 있는 자사 취재진이 12일 오전 폭발음을 들었으며, 이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어느 쪽의 폭격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키이우 북동쪽에서도 러시아군이 도심 쪽으로 일부 전진했다고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워싱턴 포스트>가 러시아군이 지난 며칠과 비교해 약 5㎞를 이동해 키이우 중심부로부터 약 14㎞까지 접근했다고 미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 관리는 러시아군이 여러 방향으로부터 키이우를 포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는 12일 동북부의 하르키우와 수미, 북부의 체르니히우, 남부의 마리우폴 등 주요 도시가 러시아군에 포위된 채 공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황준범 기자

 

우크라이나 동 · 남부 치던 러시아, 서부까지 공격 확대

  폴란드와 가까운 서부 도시 2곳 공습받아

  동부 마리우폴 주민 40만명 “이틀째 지옥”

  미 · EU 등 러시아산 관세 대폭 인상 전망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에서 10일(현지시각) 소방대원들이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에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마리우폴/A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그동안 전선에서 비교적 떨어져 있다고 여겨졌던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에까지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11일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남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 북서부 루츠크의 비행장이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았다고 밝혔다. 두 도시 모두 폴란드와 가깝고 서쪽에 치우쳐 있으며, 지금까지 러시아의 주요 공격 지점인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등과는 떨어져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루츠크에서 우크라이나군 최소 2명이 숨졌다고 지역 당국자 말을 인용해 전했다. 러시아군은 두 도시의 군용비행장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에이피>는 러시아군이 이전과는 달리 서쪽 깊숙이까지 공격을 하기 시작한 것은 “전쟁의 새로운 방향”을 시사할 수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군은 중부 도시 드니프로의 민간인 시설도 공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양측의 협상에서) 특정한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다고 우리 쪽 교섭자들이 내게 전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중동 출신 1만6천명을 포함해 많은 외국 전투 자원자가 있다는 국방장관의 보고에 이들을 전투 지역으로 갈 수 있게 도우라고 지시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이날 열린 국가안보위원회에서 “돈이 아니라 자기 뜻에 따라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 활동 지역인) 돈바스 지역 주민들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분쟁 지역으로 가게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전에서 전투 경험을 쌓은 시리아 출신 등 외국 전투원을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에 들여보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는 시장이 40만명의 시민이 “지옥”을 겪으며 고립되어 있다고 말했다. 동북부의 수미와 주변 지역, 동부의 이줌, 수도 키이우 북부 지역에서는 4만여명이 대피에 성공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쏟아내는 미국과 유럽연합, 주요 7개국(G7) 구성 국가들이 11일 러시아와의 ‘정상무역관계’ 청산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에이피> 통신이 보도했다. 정상무역관계란 다른 나라들에 부여한 무역상의 유리한 지위를 해당국에도 적용한다는 것으로, 전에는 최혜국대우라고 부른 개념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무거운 관세를 물릴 수 있다.

신기섭 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일주일새 러 장군 3명 전사…"진군 답답해 앞장섰을 것"

 

  참전 장성 총 20명…후방 총괄지휘 않은 까닭 주목

"전략없는 침공…최전선 겁먹거나 우왕좌왕해 진두지휘"

 

우크라이나에서 전사한 러시아군 안드레이 수코베츠키 소장 [타스=연합뉴스]

 

러시아의 장군들이 우크라이나군에 사살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서방 군사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고전하는 상황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은 전투 중 러시아 29군 소속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소장을 사살했다고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밝혔다.

 

러시아의 소장은 미국의 준장(1성)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사한 러시아군의 장성만 세 번째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한 러시아 장군이 20명 정도이며 3명이 전사하는 데 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앞서 소장급 안드레이 수코베츠키 러시아 제7공수사단장, 마찬가지로 소장급인 비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41군 수석 부사령관을 전투 중 사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코베츠키 준장은 우크라이나 군 저격수의 총탄에 급습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들은 통상 후방에서 전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면서 예하 부대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등 작전을 지휘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부관 등의 엄중한 경호도 일반적이다.

 

이들이 전사했다는 것은 장성급 장교가 이례적으로 적군의 공격이 쏟아지는 최전선까지 나설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다.

 

더타임스는 "최전선의 장병들이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직접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찾아왔을 수 있다"며 "혹은 (우크라이나 군의 저항에 대한) 두려움에 전진을 꺼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서방 국가 관계자의 분석을 전했다.

 

브로바리에서 매복 우크라이나군에 초토화되는 러시아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아무런 전략 없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키이우(키예프) 도심에서 13㎞정도 떨어진 마을 브로바리에서 러시아군 탱크 부대가 주택가의 고속도로를 유유히 다니다 우크라이나 매복 공격에 괴멸당하는 일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군이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탱크가 주택가에 들어서는 순간 우크라이나 군의 포격이 비처럼 쏟아지고, 보병도 대전차 미사일로 러시아군 탱크를 완벽하게 파괴해버린다.

 

당시 상황에 대해 데일리메일은 "러시아 지휘관들이 키이우로 향하는 대로로 진격을 허용했다가 자국 장병을 사지로 몰아넣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군의 규모를 압도하지만, 그 큰 규모 탓에 개방된 도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노출이 쉬워져서) 우크라이나 군이 멀리서도 공격할 수 있게 되고, 매복에도 취약해진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열흘 만에. . 유엔, 최대 400만명 난민 예상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난민들이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인 폴란드의 메디카에 마련된 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메디카/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난민이 150만명을 넘는다고 유엔(UN)이 6일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난 열흘 동안 150만명 넘는 난민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인접 국가들로 국경을 넘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빠른 난민 증가 위기”라고 설명했다.

 

유엔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에 공세를 키울수록 난민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이후 92만2400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접경국인 폴란드로 도피했다고 폴란드 국경보호대는 6일 밝혔다. 난민들은 헝가리, 몰도바,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지에도 도착하고 있다.

 

유엔은 이번 사태로 난민이 400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난달 25일 추산했다. 황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