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대피 위한 통로 개설했으나

마리우폴 “러시아가 공격 계속”

 

러시아군이 포위 공격을 하고 있는 흑해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주거 지역이 러시아군 공격 뒤 불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포위 공격 중인 남부 마리우폴 등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해 임시 휴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리우폴시 당국은 러시아군이 포격을 계속해 민간인 대피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5일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전 10시부터 휴전을 선언한다. 마리우폴과 볼노바하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한다”고 발표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당국자 말을 인용해 마리우폴에서 인도주의 통로는 모스크바 시간 기준으로 이날 정오부터 모스크바 시간 기준으로 오후 5시까지 5시간 열린다고 전했다. 이에 마리오우폴 시 당국은 당초 시민들이 북쪽에 있는 자포리자시 쪽으로 피란할 수 있으며 특별히 배정된 버스 또는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후 피란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마리우폴시 부시장은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리우폴에 러시아 쪽 포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 길(인도주의 통로)로 가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 쪽이 휴전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휴전과 인도주의 통로 개설을 위한 러시아와의 대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민간인 피란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을 점령한 뒤 마리우폴에 대한 포위 공격을 계속해, 봉쇄된 마리우폴에는 식수와 전력 공급까지 끊긴 상태였다. 인도주의 통로가 개설되는 또다른 도시 볼노바하는 동부 도네츠크주에 있는 도시로 러시아군 포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인도주의 통로가 필요하다고 우크라이나가 요구해왔다.

 

이번 인도주의 통로 개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지난 3일 벨라루스 브레스트 벨라베슈 숲에서 열린 2차 평화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으로 양국 간 협상이 일궈낸 의미 있는 첫번째 성과로 평가됐으나, 시작 단계부터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조기원 기자

 

러, 페이스북 차단…‘가짜뉴스 처벌법’ 통과에 BBC 등 보도 일시중단

 

러시아 미디어 감독청 “자국 매체 차별”

트위터도 접속 제한, 틱톡엔 항의 서한도

푸틴, 보도 이유로 최고 15년형 가능 법에 서명

 

러시아 국기 위에 놓인 페이스북 로고 합성 사진.러시아 정부는 4일 페이스북 접속 차단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니아를 침공한 러시아가 자국 매체를 차별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 접속을 4일(현지시각) 차단했다. 러시아가 자국 군사 활동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면 최고 15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서구 언론사들이 러시아에서 보도 활동을 일시 중단했다.

 

러시아 통신·정보기술·미디어 감독청(로스콤나드조르)는 “4일 페이스북 접속 차단 결정이 내려졌다”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로스콤나드조르는 성명에서 “지난 2020년 10월 이후 페이스북이 러시아 매체에 대해 26차례 차별 사례가 기록됐다”며 “페이스북이 (러시아 언론사들인) <즈베즈다> 텔레비전 채널, <리아 노보스티> 통신,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대한 접근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또다른 소셜미디어 트위터도 러시아 당국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에서 접속이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자신들의 주장이 배척당하고 있다며 주요 소셜미디어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왔다. 로스콤나드조르는 4일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에도 “러시아 (국영 뉴스 통신사인) <리아 노보스티> 뉴스를 삭제한 이유를 설명하라는 서한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페이스북, 트위터,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는 세계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뉴스를 접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어, 러시아 정부는 소셜미디어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러시아군에 대해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경우 최고 15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에 서명했다고 <모스크바 타임스>가 전했다. 앞서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군 운용에 관한 명백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면 최대 3년형에 처하고 이런 허위 정보가 국가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되면 최대 15년형을 부과토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 정부나 국민 등에 대한 제재를 외국 정부 혹은 국제기구에 촉구할 경우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한다는 법안도 함께 처리됐으며, 이 법안도 푸틴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러시안군 후퇴나 민간인 살해는 거짓 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방송 등은 이런 정부 주장을 주로 인용한 보도를 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 미국 <블룸버그> 뉴스와 <시엔엔>(CNN) 방송 등 서구 언론들은 러시아에서의 취재 및 보도 활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팀 데이브 <비비시> 사장은 “(러시아가 개정한) 법률은 독립적 언론 활동 과정을 범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인들이 단지 일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 소추 당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열흘 만에 ... 유엔, 최대 400만명 난민 예상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난민들이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인 폴란드의 메디카에 마련된 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메디카/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난민이 150만명을 넘는다고 유엔(UN)이 6일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난 열흘 동안 150만명 넘는 난민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인접 국가들로 국경을 넘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빠른 난민 증가 위기”라고 설명했다.

 

유엔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에 공세를 키울수록 난민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이후 92만2400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접경국인 폴란드로 도피했다고 폴란드 국경보호대는 6일 밝혔다. 난민들은 헝가리, 몰도바,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지에도 도착하고 있다.

 

유엔은 이번 사태로 난민이 400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난달 25일 추산했다. 황준범 기자

 

러, 마리우폴 등 임시 휴전 선언…시 당국 “포격 계속 피란 연기”

민간인 대피 위한 통로 개설했으나

마리우폴 “러시아가 공격 계속”

 

러시아군이 포위 공격을 하고 있는 흑해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주거 지역이 러시아군 공격 뒤 불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포위 공격 중인 남부 마리우폴 등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해 임시 휴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리우폴시 당국은 러시아군이 포격을 계속해 민간인 대피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5일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전 10시부터 휴전을 선언한다. 마리우폴과 볼노바하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한다”고 발표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당국자 말을 인용해 마리우폴에서 인도주의 통로는 모스크바 시간 기준으로 이날 정오부터 모스크바 시간 기준으로 오후 5시까지 5시간 열린다고 전했다. 이에 마리오우폴 시 당국은 당초 시민들이 북쪽에 있는 자포리자시 쪽으로 피란할 수 있으며 특별히 배정된 버스 또는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후 피란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마리우폴시 부시장은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리우폴에 러시아 쪽 포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 길(인도주의 통로)로 가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 쪽이 휴전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휴전과 인도주의 통로 개설을 위한 러시아와의 대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민간인 피란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을 점령한 뒤 마리우폴에 대한 포위 공격을 계속해, 봉쇄된 마리우폴에는 식수와 전력 공급까지 끊긴 상태였다. 인도주의 통로가 개설되는 또다른 도시 볼노바하는 동부 도네츠크주에 있는 도시로 러시아군 포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인도주의 통로가 필요하다고 우크라이나가 요구해왔다.

 

이번 인도주의 통로 개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지난 3일 벨라루스 브레스트 벨라베슈 숲에서 열린 2차 평화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으로 양국 간 협상이 일궈낸 의미 있는 첫번째 성과로 평가됐으나, 시작 단계부터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조기원 기자

 

러, 페이스북 차단…‘가짜뉴스 처벌법’ 통과에 BBC 등 보도 일시중단

 러시아 미디어 감독청 “자국 매체 차별”

 트위터도 접속 제한, 틱톡엔 항의 서한도

 푸틴, 보도 이유로 최고 15년형 가능 법에 서명

 

러시아 국기 위에 놓인 페이스북 로고 합성 사진.러시아 정부는 4일 페이스북 접속 차단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니아를 침공한 러시아가 자국 매체를 차별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 접속을 4일(현지시각) 차단했다. 러시아가 자국 군사 활동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면 최고 15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서구 언론사들이 러시아에서 보도 활동을 일시 중단했다.

 

러시아 통신·정보기술·미디어 감독청(로스콤나드조르)는 “4일 페이스북 접속 차단 결정이 내려졌다”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로스콤나드조르는 성명에서 “지난 2020년 10월 이후 페이스북이 러시아 매체에 대해 26차례 차별 사례가 기록됐다”며 “페이스북이 (러시아 언론사들인) <즈베즈다> 텔레비전 채널, <리아 노보스티> 통신,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대한 접근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또다른 소셜미디어 트위터도 러시아 당국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에서 접속이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자신들의 주장이 배척당하고 있다며 주요 소셜미디어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왔다. 로스콤나드조르는 4일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에도 “러시아 (국영 뉴스 통신사인) <리아 노보스티> 뉴스를 삭제한 이유를 설명하라는 서한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페이스북, 트위터,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는 세계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뉴스를 접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어, 러시아 정부는 소셜미디어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러시아군에 대해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경우 최고 15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에 서명했다고 <모스크바 타임스>가 전했다. 앞서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군 운용에 관한 명백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면 최대 3년형에 처하고 이런 허위 정보가 국가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되면 최대 15년형을 부과토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 정부나 국민 등에 대한 제재를 외국 정부 혹은 국제기구에 촉구할 경우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한다는 법안도 함께 처리됐으며, 이 법안도 푸틴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러시안군 후퇴나 민간인 살해는 거짓 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방송 등은 이런 정부 주장을 주로 인용한 보도를 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 미국 <블룸버그> 뉴스와 <시엔엔>(CNN) 방송 등 서구 언론들은 러시아에서의 취재 및 보도 활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팀 데이브 <비비시> 사장은 “(러시아가 개정한) 법률은 독립적 언론 활동 과정을 범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인들이 단지 일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 소추 당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러, ‘유럽 최대’ 자포리자 원전 장악…“폭발시 체르노빌 10배”

우크라 남동부 ‘유럽 최대 원전’ 러 추가 공세 결국 장악

핵심시설 300m 거리 화재, 원자로 등 무사했지만 아찔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청(한국의 재난안전관리본부)은 4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던 중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시 원전 부지 내 ‘훈련용 시설’에서 불이 났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벌어지는 곳 근처에 있는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에서 4일(현지시각) 새벽에 불이 나,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1986년 체르노빌 참사보다 피해가 “10배는 더 클 것”이라며 자제를 요구했지만, 결국 러시아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발전소를 내줬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청(한국의 재난안전관리본부)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던 중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시 원전 부지 내 ‘훈련용 시설’에서 불이 났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자료를 내어 “화재가 원전의 ‘필수 장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양쪽 간 교전으로 우크라이나 소방관들이 한때 현장 접근을 못하다, 새벽 6시40분께 불을 껐다. 러시아군은 3일 남부 거점 도시 헤르손을 장악한 뒤 북진 중이다.

 

이번에 불이 난 건물은 원자로를 포함한 원전 핵심 시설들과 불과 300여미터 떨어져 있다. 미국·유럽 수준의 안전설비가 갖춰져 있지만, 무차별적인 포격이 이어지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탱크들은 적외선 장비를 갖추고 원자력 지역을 공격했다. 자신들이 무엇을 쏘는지 알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화재 주변 지역을 분석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한겨레>에 “위성사진을 보면, 우크라이나군 쪽이 위치한 사무실 건물 뒤편에는 스위치 야드로 불리는 변전시설이 있고, 러시아군 탱크 쪽 뒤편 오른쪽 끝에는 사용 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쪽 방향의 공격이든 원전 안전에 위험한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변전시설이 손상되면, 원전에 전력 공급이 차단돼 핵연료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파괴되면 방사성물질이 대량으로 방출되는 재앙으로 이어진다. 미야노 히로시 전 호세이대 객원교수(원자로 시스템학)는 <요미우리신문>에 “이 원전은 노심이 콘크리트 구조물로 둘러싸여 있어,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설 손상 정도에 따라 방사성물질 유출은 있을 수 있다. 관측 데이터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시절 인류 최악의 원전 사고라 일컬어지는 체르노빌 참사를 함께 겪었다.

 

이날 화재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이다.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는 전력의 4분의 1을 공급하며, 세계 10대 원자력발전소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국제원자력기구는 6기 모두 옛 소련이 개발한 가압경수로(PWR)로 1980~1990년대 건설돼 가동됐다고 밝혔다.

 

불이 난 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남긴 메시지에서 “폭발이 일어난다면 피해가 체르노빌보다 10배는 클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러시아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세를 이어가 발전소를 점령했다. 원전을 운영하는 국영 원자력공사 에네르고아톰은 성명을 내어 ”발전소 내 행정동과 검문소가 점령군의 통제 아래 있다. 원전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발전소 직원들은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불행히도 발전소 내에 죽거나 부상당한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길 김정수 김소연 기자

 

푸틴 침공뒤 첫 공개연설 “계획대로 진행”…젤렌스키 “1대1 만나자”

 

푸틴, 국가안보위 개막연설 방송서 전쟁 정당화

“신나치 제거 중” 주장하며 전쟁 지속 뜻

젤렌스키 ‘항전’ 연설…‘단독회담·서방지원’ 촉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국가안보위원회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 화면 갈무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처음 공개 연설을 통해 자신이 일으킨 전쟁을 정당화하며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을 제안하며 굴복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푸틴 대통령은 3일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국가안보위원회 회의 개막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작전은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다. 모든 임무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신나치’들을 뿌리뽑고 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신념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쟁에서 결코 물러나거나 쉽게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연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의 거점 도시 헤르손을 점령한 뒤 이뤄졌다. 개전 8일 만에 의미 있는 군사적 성과를 거둔 뒤 전세계적인 비난에도 자신이 내린 결정을 정당화하고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뤄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집단의 전투요원들에 대한 비타협적인 전투를 지속할 것”이라며 타협을 거부했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이날 회담 결과를 공개하며 90분간 이뤄진 전화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키이우(키예프)가 러시아가 내건 조건을 수용하기를 거부해 자신이 전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에서 러시아가 철군을 하려면 △러시아의 안보 우려가 무조건 존중되고 △(2014년 3월 합병한)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영토로 인정받으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비나치화·비무장화되고 중립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이 조건을 수용하지 않아 전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들이댄 것이다. 엘리제궁은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푸틴은) 모든 쪽으로 갈 준비가 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외교적 혹은 군사적 수단으로 완전히 통제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우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밝혔다. 그는 이날 공개 연설에서 자신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만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단독회담을 제안했다. 하지만, “나와 함께 앉자”며 “(마크롱 대통령과 했던 지난 대면 회담 때처럼) 30m나 멀리 앉지는 말자”고 비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를 공격하지 않고, 공격할 계획도 없다”며 “당신은 우리한테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우리의 땅을 내버려둬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이번 침공을 막지 못하면, 다음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의 차례가 될 것이라며 유럽과 세계가 단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7분 남짓의 연설에서도 국민들을 독려하며 항전 의사를 밝혔다. “그들(러시아인들)은 우리를 여러 번 파괴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실패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겁먹고, 부숴지고, 굴복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을 향해선 “집으로 가서 러시아어를 하는 사람들을 지키라. 전세계를 지키지 말고 너희 나라를 지키라”고 말했다. 정의길 기자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지난주 최소 세차례 암살 위기

러시아 지원 와그너 용병·체첸 특수부대…러 스파이 정보로 무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주 최소 세차례 암살 위기를 넘겼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원하는 와그너그룹과 체첸 특수부대가 젤렌스키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지만 막상 러시아 연방 보안국(FSB) 내부에서 새나온 정보로 인해 작전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체첸 특수부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에서 암살 시도를 했다. 우크라이나 보안당국 관계자는 이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닿기 전에 제거됐다고 말했다.

 

와그너그룹도 암살 시도 중에 일부 피해를 입었다.

 

올렉시 다닐로프 국방안보위원회 서기(사무총장 격)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연방보안국 요원들이 암살 계획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와그너그룹은 젤렌스키 대통령 보안팀이 정보를 확보해서 자신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한 데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나 키이우에만 여전히 용병 약 400명이 있으며 러시아 정부의 강한 압박을 받아 조만간 또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와그너그룹은 6주 전에 키이우에 들어와서 암살 명단에 올라있는 고위급 인사 24명을 추적하고 있었다.

 

와그너그룹은 작년 12월 말 아프리카 작전 인력을 모스크바 외부 기지로 불러 조직을 재편성한 뒤 우크라이나로 파견했다.

 

이들은 러시아 특수부대가 들어와서 탈출 통로를 확보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러시아 탱크 진입이 예상보다 늦어졌다는 것이다.

 

와그너그룹은 러시아 특수부대 보다 장비 등에선 열위이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추적하기 어려워서 선호된다.

 

“러시아 국가 부도 우려”…S&P, 신용등급 8단계 수직 강등

 

원금 · 이자 상환 의심 ‘CCC-’로 낮춰

국가 부도인 D등급보다 세 단계 위

 

3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EPA 연합뉴스

 

서방 국가의 고강도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러시아의 국가 부도 위험을 우려하면서 신용등급을 대폭 강등했다.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3일(현지시각)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CCC-로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한 단계 내린 지 약 일주일 만에 무려 8단계를 또 낮췄다.

 

신용등급 CCC-는 투자 시 원금과 이자 상환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단계다. 국가 부도를 의미하는 등급 ‘D’보다 세 단계 위로,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또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러시아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앞으로 신용등급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국제신용평가사들도 러시아 경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무디스도 이날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Baa에서 투자부적격인 B3로 6단계 낮췄다. 피치 역시 지난 2일(현지시각)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인 B로 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러시아의 부채 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이번 러시아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디폴트 위험을 실질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는 조처가 시행된 데 따른 것”이라며 “서방의 경제 제재와 러시아 당국이 루블화 가치 보호 목적으로 내놓는 자본 통제 등의 조처가 국가의 부채 상환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 제이피(JP)모건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의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은 -7%로 예상했는데, 이는 2009년(-7.8%)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 수준이다. 제이피모건은 서방의 경제 제재로 국제무역이 중단되고, 이에 따른 산업 생산 감소와 공급망 붕괴 등이 러시아에 역성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전슬기 기자

 

“몸만 빠져나와, 오늘은 또 어디서 묵나”…우크라 난민의 하루

 

우크라이나 난민이 4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도착해 쉬고 있다. 부쿠레슈티/AFP 연합뉴스

 

전쟁을 피해 며칠씩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먹지 못하고 탈출에 나선 우크라이나인들은 국경을 넘은 뒤 비로소 이웃 나라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와 지원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제 앞으로 어떻게 이 험한 시간을 살아내야 할지 막막함에 걱정이 앞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벌써 국경을 탈출한 우크라이나인이 100만명이 넘었다. 이들이 어떤 고초를 겪고 어떻게 난민의 삶을 준비하는지, <워싱턴타임스>가 3일(현지시각) 막 국경을 넘어 몰도바로 피신한 한 가족의 하루 일상을 통해 소개했다.

 

이라 이바니츠카야(46)는 우크라이나의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미용사로 일했다. 러시아의 침공 전날에도 늘 그렇듯 오후 6시까지 손님들의 머리를 다듬었는데, 미용실에선 어느 누구도 불과 몇 시간 뒤 러시아군이 공격할 거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

 

이라는 집에서 아들 로만(7)과 함께 멀리 포성을 들으며 집에 포탄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직장 동료 아냐 야보르크사야(40)가 아들 데미안(9)과 함께 새파랗게 질린 채 피신을 왔다. 그의 집은 군사시설 옆이어서 더 위험했다. 옷을 모두 입은 채 누워 잠을 청했으나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하는 두려움에 잘 수 없었다.

 

결국 이라는 동료 아냐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부모님은 우크라이나에 남겨 놓은 채였다. 국경을 넘을 때까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어떻게든 전쟁을 피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허름한 여행가방 하나 들고선 국경을 넘어 몰도바에 들어서고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몰도바 국경에선 오데사에서 알고 지내던 타티아나의 주선으로 겨우 임시로 쉴 민가를 찾을 수 있었다. 타티아나는 전쟁이 터지자마자 먼저 국경을 넘어 피신한 친구였다.

 

국경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의 농가엔 두툼한 담요와 따뜻한 샤워가 기다리고 있었고, 부엌에선 집주인 루드밀라 이아로르시(55)가 음식을 준비 중이었다. 그는 이라 일행을 보자 “집을 떠난 것은 아이들을 위해 잘한 결정”이라고 위로해 주었다.

 

저녁을 먹고 나선 주변 다른 집에 묵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과 모여 앉았다. 와인을 마시며 전쟁 관련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했다. 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리키며 “마치 히틀러처럼 새벽 4시에 우리를 공격했다”며 “나는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타티아나는 “그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맞받았다.

 

이라는 그래도 이렇게 앉아 이야기하니까 스스로 긴장이 풀리는 게 느껴진다. 지난주 내내 그는 목이 졸린 듯 숨조차 쉬지 못할 것 같은 팽팽한 긴장을 느껴왔다. 몰도바 국경에 다가와서도 보드카라도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날 밤 루드밀라 집에서 이라는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편안한 잠을 잤다. 한적한 몰도바의 마을 하늘엔 경계하고 주의해야 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라는 몰도바에서 며칠 보내며 몸과 마음을 다스린 뒤 버스를 타고 루마니아, 헝가리를 거쳐 독일로 갈 계획이다. 독일엔 함께 온 동료 아냐의 형제가 살고 있다. 오데사를 탈출할 때 머리빗과 가위도 갖고 왔다. 독일에서도 미용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침이 되자 모처럼 편한 잠자리에서 잠자고 일어난 이라는 다시 냉혹한 현실로 돌아왔다. 당장 오늘 밤을 보낼 숙소부터 찾아야 했다. 이곳에는 오늘 국경을 막 넘은 우크라이나인 12명이 올 예정이다. 이라 일행은 그들에게 두툼한 담요와 따뜻한 샤워를 넘겨줘야 했다. 이라 일행은 소셜미디어에 두 여자와 두 아이가 머물 곳을 구한다는 메시지를 올린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루드밀라가 들어와 이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둘은 함께 울었다. 루드밀라는 자신도 한때 전쟁의 피해자라고 느낀 적이 있다며 이라를 위로했다. 1990년대 초 몰도바 내전 때 그의 집에서 10㎞ 떨어진 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에 나갔던 남편은 살아 돌아왔지만, 이웃집에선 전사자가 나왔다.

 

점심때가 되었고 루드밀라는 다음 손님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이라와 아냐는 아직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 난민 생활 이틀째가 그렇게 시작됐다. 박병수 기자

사고 나면 “체르노빌보다 10배 피해”

러시아-우크라 교전지역 주변 원전에 불

우크라 재난당국 “소방관 40여명 진화 중”

”유럽 최대 원전 공격 러시아 처벌될 것”

 

4일 새벽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화재 상황. 유투브(Запорізька АЕС) 화면 갈무리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벌어지는 지역 인근에 있는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에 4일(현지시각) 새벽 화재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에 이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는 1986년 체르노빌 참사보다 “10배는 더 클 것”이라며 포격 중단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남부에 자리한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발전소가 이날 아침 불에 휩싸였다. 인근 도시인 에네르호다르 시장인 드미트로 오를로프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유럽에서 가장 큰 원자력발전소의 건물과 시설들에 대한 적들의 계속된 포격의 결과로 자포리자 핵발전소에 불이 났다. 이는 전세계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화재 상황을 보여주는 유튜브 계정(Запорізька АЕС)을 보면, 이날 새벽 1시50분께 원전 부속 건물의 하나로 보이는 건물에 불길이 솟아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주차장으로 보이는 도로 한 가운데 탱크나 장갑차인 듯한 차량들이 보인다. 방사선량 정보 공개 사이트를 보면 자포리자 원전과 주변 지역 등 15개 지점에서 측정하는 방사선 선량은 0.1μSv(시버트) 안팎으로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상태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청(한국의 재난안전관리본부)은 “불이 난 것은 주 원자로 시설 밖에 있는 연수용 건물”이라며 “오전 5시20분 현재 비상사태청이 화재에 대응하고 있다. 40명의 소방관과 10개팀이 화염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을 공격을 한 점령군은 엄한 처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6대의 원자로를 갖춘 유럽 최대 원전으로 주변을 흐르는 드니프로강을 끌어와 냉각수로 사용한다. 러시아군은 3일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남부 거점 도시 헤르손을 장악했고, 북진하며 에네르호다르 인근에서 교전 중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남긴 메시지에서 “러시아군이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인 자포리자를 을 향해 사방에서 포격을 하고 있다. 이미 불이 났다. 만약 폭발이 일어난다면 체르노빌보다 10배는 클 것이다(큰 피해가 날 것이다). 러시아는 즉시 포격을 멈추고 소방관들이 안전지대를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 사태를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 대응 태세를 갖추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소통 중이다. 미국 백악관도 자료를 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화재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와 통화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러시아에 “이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멈추고 소방관들과 긴급대응 요원들의 시설 접근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2일 러시아군을 상대로 원전을 지키기 위해 도로를 막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앞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군이 이 발전소를 점령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고, 탱크를 몰고 인근 마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발전소를 지키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며 대치 중이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을 보면, 2일 지역 주민들이 원전을 지키기 위해 대거 몰려와 도로를 막았고 차량·타이어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이들이 저항하는 모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상과 사진으로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자포리자 원전 자체의 통제권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의길 김정수 기자

국제원자력기구 “러시아군 자포리자 원전 주변 장악 통보”

지역 주민들 ‘바리케이드’ 치며 원전 지키기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2일 러시아군을 상대로 원전을 지키기 위해 도로를 막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을 놓고 러시아와 지역 주민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원전 주변까지 진입했고, 지역 주민들이 발전소를 지키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며 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일(현지시간) 자료를 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을 장악했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가장 큰 원전이다. 우크라이나는 원전이 전체 발전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원전을 러시아군이 장악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을 보면, 2일 자포리자 원전을 지키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대거 몰려와 도로를 막았으며 차량, 타이어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자포리자 지역 주민들의 저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상과 사진으로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자포리자 원전 자체의 통제권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핵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 위치한 핵폐기물 저장소에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국제원자력기구에 통보한 바 있다. 주요 건물이 파손되거나 방사성 물질 유출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폭발 사고로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 시설 통제권은 러시아가 장악한 상태다. 김소연 기자

 

러-우크라 2차 협상 시작…우크라 주요 도시 헤르손 점령당해

 

푸틴, 우크라 비무장·중립화 조건 제시

“무슨 수를 써서든 목표 이뤄낼 것”

수도 키이우 쪽으로는 러시아 진격 느려

 

미 국방부 “전열정비 뒤 총공세 가능성”

유엔, 러 규탄 결의안 만장일치로 채택

미, 러 정유사들에 대한 기술 수출 차단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어린이들이 3일 폴란드 국경지대의 프셰미실에 마련된 대피소에 모여 있다. 프셰미실/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침공 8일째인 3일(현지시각)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을 장악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저지하고 있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황이 이어지고 있다. 속전속결로 전쟁을 조기 종결하는 데 실패한 러시아가 ‘포위전 뒤 총공세’로 전술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는 무슨 수를 쓰든 우크라이나 비무장화와 중립화 목표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지연시키려 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요구사항을 더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두 나라는 이날 오후 벨라루스 서남부 브레스트에서 2차 협상을 시작했다.

 

인구 30만의 요충지인 헤르손의 이호르 콜리하예우 시장은 이날 <뉴욕 타임스>에 무장한 군인 약 10명이 시청 건물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군이 도시 내에 없으며, 거주민들은 “시 정부로 들어온 무장한 이들(러시아 병력)”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시엔엔>(CNN)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를 처음 점령했다며, 이를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2대 도시인 동부의 하르키우에선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도심의 시 의회, 전화국, 텔레비전 탑 등을 겨냥해 포격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소련 사이에 처참한 격전이 이어졌던 전투를 빗대 “하르키우가 21세기의 스탈린그라드”가 되고 있다고 평했다.

 

수도 키이우에선 외곽에 구축된 길이 64㎞에 달하는 러시아군 전력이 여전히 도심으로 진입하지 않고 대기 중이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일 러시아군이 “지난 24~36시간 동안 주목할 만한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며 그 이유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 △예상치 못한 군수지원 차질 △전열 재정비·재평가를 꼽았다. 미군은 수도를 기습 타격해 전쟁을 손쉽게 끝내려던 러시아군이 이제 주요 도시들을 포위하고 물자 공급과 탈출로를 차단해 항전 의지를 분쇄한 뒤 기갑부대를 동원해 일거에 공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방부는 2일 개전 후 처음으로 러시아 병사 498명, 우크라이나 병사 2870명이 사망했다며 피해 규모를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앞서 러시아 병사를 최소 5840명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유엔은 2일 긴급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라는 압도적 지지로 채택했다. 백악관은 러시아의 주요 산업인 정유산업을 타격하기 위해 석유·천연가스 추출 장비 기술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는 추가 조처를 내놨다. 이 조처가 이어지면, 에너지산업에서 러시아의 지위는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에 대한 금수 조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테이블 밖에 있지 않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전쟁의 포화를 피하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탈출 행렬은 이어졌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는 개전 후 2일까지 100만명의 난민이 폴란드 등 이웃 나라로 탈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인구(약 4400만명)의 2%가 넘는 규모다. 황준범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러시아 루블화 가치 사상 최저…신용 ‘투기등급’으로

  3일 오전 한때 달러당 118.69루블

“정크” 수준 신용에 더 떨어질 가능성

 

2일(현지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민들이 전광판에 표시된 환율을 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세계 각국이 가한 경제제재 때문에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3일 또다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러시아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추면서 루블화 가치가 3일(현지시각)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이날 오전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에서 루블화 환율이 달러당 118.69루블까지 치솟았다가 소폭 하락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달러당 110루블을 넘어간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루블화 환율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달러당 80루블 아래였으나 지난달 24일 80루블을 돌파한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28일 루블화 추가 하락을 막으려고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올렸지만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잇따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이른바 “정크” 수준으로 불리는 투기등급으로 낮추면서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디스와 피치는 이날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6계단씩 낮췄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피치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로 낮추고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 피치는 한 국가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6계단 떨어뜨린 건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 이후 처음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제재로 거시금융의 위험이 부각되고 은행들에 대한 제재가 추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Baa3’에서 ‘B3’로 등급을 낮췄다. 세계 3대 평가사 중 나머지 한곳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앞서 지난주 러시아의 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내린 바 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