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검사기구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

 

러시아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가 11일 베이징의 링크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도핑 양성 판정 발표가 나온 이날도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베이징/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여자 피겨 스케이팅 스타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가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가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 스케이팅 싱글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도핑 검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국제검사기구(ITA)는 발리예바가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11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로 흥분제로도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2014년 금지 약물 목록에 올랐다. 국제검사기구에 따르면 발리예바 선수는 지난해 12월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대회 때 한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샘플은 스웨덴 연구소로 보내 지난 8일 트리메타지딘 양성 판정이 나왔다. 그가 속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팀이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 금메달을 받을 시상식이 열리기 불과 몇 시간 전 나온 판정이었고, 시상식은 결국 연기됐다. 시상식 연기 뒤 그에 대한 도핑 의혹이 영국 온라인 매체인 <인사이드 더 게임즈>를 통해 나와 파장이 일었다.

 

그는 이의를 제기했고 지난 9일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그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였다. 도핑 판정으로 자동적으로 내려졌던 출전 정지 조처는 철회됐다. 국제검사기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대신해 러시아반도핑기구의 결정을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했다. 이에 따라 여자 피겨 스케이팅 싱글 강력한 우승 후보인 그가 뛸 수 있을 지 여부는 스포츠중재재판소 결정에 달렸다.

 

올해 만 15살인 그는 올림픽에서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쿼드러플(4회전)에 성공한 등 압도적인 기량으로 이번 대회에 큰 주목을 받은 선수다. 조기원 기자

 

러, 발리예바 도핑 확인에도 "오해…단체전 우승 유효" 주장

 

"베이징올림픽 훨씬 전에 수집된 샘플"…"검사결과 뒤늦게 발표" 음모론까지

러 반도핑기구 출전금지 해제도 논란…IOC·빙상연맹 "출전금지 복원" 제소

 

2022년 2월 11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특급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16)가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16)의 도핑 위반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문제의 도핑 샘플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 채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ROC 소속 러시아팀의 피겨 단체전 결과는 재고돼야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ROC는 11일(현지시간) 보도문을 통해 "양성 판정을 받은 이 선수(발리예바)의 도핑 샘플이 올림픽 기간에 채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선수와 러시아 팀의 올림픽 성적은 자동적 재고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ROC는 또 올해 1월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유럽선수권대회 이후와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채취한 발리예바 선수의 도핑 샘플 결과는 음성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달리 결정하지 않는 한 (발리예바는)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고 온전히 경쟁에 참여하고 연습할 권리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ROC는 "러시아 팀의 권리와 이익, 정직하게 딴 금메달을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발리예바 선수의 도핑 문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사건의 모든 법적·사실적 정황들이 규명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타니슬라프 포즈드냐코프 ROC 위원장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문제의 도핑 샘플이 채취된 지난해 12월 25일과 결과가 공표된 2월 8일 사이에는 큰 시차가 있다면서 "샘플 처리 기간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샘플 처리 기간은 채취 뒤 20일"이라면서 발리예바 샘플의 경우 누군가가 베이징 올림픽 피겨 단체전이 끝날 때까지 처리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크렘린궁도 발리예바 지지에 가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 스포츠 관리들은 발리예바 샘플 처리 기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면서 "우리는 오해가 있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크렘린은 전폭적으로 발리예바를 지지한다"면서 그녀를 향해 "카밀라, 얼굴을 숨기지 말고 의기양양하게 모든 곳에 다니라"고 응원했다.

 

한편 타스 통신은 이날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 선수에게 내렸던 잠정 출전금지 징계를 취소한 데 대해 ISU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ISU는 보도문에서 "기구는 RUSADA의 9일 결정(발리예바 출전 금지 취소 결정)에 대한 항소권을 사용할 것"이라면서 "CAS에 출전 금지 조치를 복원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날 일일 브리핑에서 발리예바가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공식 발표했다. 언론을 통해 유포되던 발리예바의 불법 약물 사용 의혹을 확인한 것이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수집한 발리예바의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제이나, 혈류량을 늘려 지구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흥분제로도 사용될 수 있어 WADA가 2014년 금지약물로 지정했다.

 

IOC를 대신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검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단체인 국제검사기구(ITA)는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결과를 지난 8일 확인했다.

 

발리예바를 앞세운 러시아 피겨팀이 7일 단체전에서 우승한 다음 날이었다.

 

이후 IOC는 8일 진행할 예정이던 피겨 단체전 공식 시상식을 '법적 문제' 때문에 연기했다고 9일 발표했다.

 

RUSADA는 양성 반응 결과 확인 후 8일 발리예바에게 잠정 출전 금지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발리예바는 9일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RUSADA는 회의를 거쳐 징계를 철회하고 발리예바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계속 뛸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ITA와 IOC가 RUSADA의 결정에 반발했다.

 

ITA는 RUSADA의 징계 철회가 부당하다며 IOC를 대신해 CAS에 제소했다. 여자 싱글 경기가 15일에 시작하는 만큼 그 전에 결론이 나도록 CAS에 긴급 청문회 개최를 요청한 것이다.

 

ISU도 CAS에 항소할 예정인 가운데 CAS가 IOC와 ISU의 손을 들어주면, 발리예바는 싱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ROC의 피겨 단체전 금메달 박탈 여부도 CAS의 결정에 달렸다.

 

ITA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여자 피겨스케이팅 개인전이 치러지는 15일 이전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논란에 대한 CAS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과거 조직적으로 도핑 샘플을 조작해 국제 사회의 징계를 받으면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20 도쿄 하계올림픽, 그리고 이번 베이징 대회까지 3회 연속 올림픽에 자국명을 쓰지 못하고 러시아출신올림픽선수(OAR)나 ROC라는 명칭으로 출전했다.

에이스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평창때 심석희의 고의충돌 논란에

이번엔 혼성계주 ·500m 불운 딛고

마침내 폭발적 질주로 시상대올라

 

최민정이 11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에이스’는 끝내 메달을 목에 걸었고, 참았던 눈물을 빙판 위에 쏟아냈다.

 

최민정(24·성남시청)은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28초443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첫 메달이다. 세계랭킹 1위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에 단 0.052초 뒤졌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이번 대회 여자 1000m에는 쉬자너 스휠팅,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 크리스틴 샌토스(미국) 등 강자들이 즐비했다. 최민정은 이날 준결승에서도 조 3위로 가까스로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결승에서는 유감없이 자기 실력을 발휘하며 메달을 목에 걸었다.

 

긴 여정이었다. 특히 최민정에겐 더욱 그랬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2관왕인 최민정은 뛰어난 실력에 비해 유독 아쉬운 기억이 많았다. 평창 대회 땐 500m에서 실격해 메달을 놓쳤고, 1000m에선 팀 동료 심석희(25·서울시청)와 충돌해 탈락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베이징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굴곡이 많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제대로 된 훈련을 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한국은 지난 시즌 국제대회 참가가 사실상 막히며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없어, 다른 나라보다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지난해 10월 터져 나온 심석희의 고의충돌 논란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2018년 평창 대회 때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와 나눈 개인 메시지에서 최민정과의 고의충돌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조사위를 꾸려 고의충돌 의혹은 입증할 수 없다고 밝혔으나, 최민정은 심정적으로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베이징에서도 고된 날들은 계속됐다. 최민정은 이번 대회 최대 5관왕까지 노렸다. 하지만 5일 열린 혼성계주 2000m부터 예선 탈락했고, 7일 열린 여자 500m 준준결승에서는 ‘꽈당’ 불운을 겪으며 탈락했다. 그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한국 500m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온갖 어려움에도 에이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최민정은 인터뷰 때마다 단단하고 의젓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그는 이번 대회 500m 때 자신을 비롯해 많은 선수가 빙판 위에 넘어져 탈락했음에도, 빙질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는 맞설 수 없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한계와 마주하려고 애썼다. 그는 결승선을 지나고 나서야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최민정은 한국 쇼트트랙의 자부심이다. 개막을 앞두고 쇼트트랙이 부진과 내홍을 겪으며 ‘위기’라는 말을 들을 때도, 최민정은 “이번 대회에서 ‘쇼트트랙은 역시 한국’이라는 말을 다시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다. 9일 열린 여자 3000m 계주에서 마지막 반바퀴를 남기고 폭발적인 질주로 순위(3위→2위)를 뒤집으며 팀을 구하는 모습이야말로 최민정의 진면모다.

 

이제 첫 메달이다. 아직 최민정은 여자 1500m와 3000m 계주를 남겨두고 있다. 에이스의 질주는 이제야 시작됐을 뿐이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눈물쏟은 최민정 “기뻐서 운다…오늘까지 즐기고 내일은 또 도전”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은메달

‘금’ 쉬자너와 0.052초 차…1500m·3000m 계주 채비

 

최민정이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간이 시상식에서 2위로 단상에 올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최민정(24·성남시청)의 눈물에는 단 하나의 의미만 있지 않았다. 그가 달려온 시간 만큼이나, 눈물의 농도도 진했다.

 

최민정은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뒤 기자들과 만나 “저도 이렇게 많이 울 줄 몰랐다”라며 “(그동안) 되게 힘들었는데, 힘든 시간이 결과로 나타나서 울었던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최민정은 2018년 평창 대회 1000m 경기를 돌아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힘들었던 시간이 저를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힘들었기 때문에, 은메달이라는 결과를 일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최민정은 당시 1000m 결승에서 팀 동료 심석희(25·서울시청)와 충돌해 넘어지며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심석희가 당시 대표팀 코치와 나눈 개인 메시지에서 고의충돌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발견돼 고통을 겪기도 했다.

 

다만 최민정은 “지금은 기뻐서 많이 눈물이 나는 것 같다”라며 “오늘 아쉬웠던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일단 지금 우는 건 기뻐서 우는 것”이라고 웃기도 했다. 그는 “아쉬운 부분은 제가 노력을 많이 하고 더 성장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최민정은 이날 세계랭킹 1위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에게 0.052초 차이로 밀려 은메달을 차지했다.

 

최민정이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은메달이 확정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최민정이 은메달을 따는 과정도 꽤 험난했다. 특히 준결승에선 조 3위를 기록해 가까스로 결승에 올랐다. 최민정은 “준준결승뿐만 아니라 결승 진출하는 데까지 어려운 상황들이 많이 일어났는데,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최대한 침착하게 하려고 했던 것이 결승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대회 첫 메달을 따낸 최민정은 이제 여자 1500m와 3000m 계주에 도전한다. 최민정은 “오늘 결과는 오늘까지만 즐기고 끝내는 거로 하겠다. 내일부터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노력할 테니, 계속해서 응원과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울렸다 웃긴 안경선배…팀 킴, 짜릿한 ‘첫 승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풀리그

12일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3번째 경기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의 스킵(주장) 김은정이 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영국과의 풀리그 경기에서 스톤을 투구한 뒤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8엔드의 실수와 9엔드의 반격. 롤러코스터 같던 경기였지만 ‘팀 킴’은 경기 후반 침착함을 유지했고 극적인 ‘첫 승’을 거뒀다.

 

팀 킴은 11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풀리그 영국과 경기에서 9-7로 승리했다. 전날(10일) 열린 대회 첫 경기에서 캐나다에 7-12로 석패했던 한국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면서 1승1패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5-4로 앞선 8엔드 때 뼈아픈 실수가 나오면서 위기에 몰렸다. 후공이었던 팀 킴은 3점 확보까지 노렸으나 스킵(주장) 김은정이 마지막 투구 때 반칙을 범했다. 투구자는 19.96㎏의 스톤을 던질 때 스톤이 호그라인(빨간선)에 도착하기 전 손에서 스톤을 놔야하는데 김은정이 조금 늦게 스톤을 놨다. 손잡이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한 전자장치가 붙어 있는데 빨간 불이 들어왔고 무효 투구가 되고 말았다. 결국 하우스 안의 영국 팀 스톤 2개가 점수로 인정되면서 8-4까지 됐을 수 있는 상황이 5-6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팀 킴은 위축되지 않았다. 9엔드 때 상대 미스샷 등으로 흐름을 가져오면서 김은정의 마지막 샷으로 4점을 쓸어담으며 재역전에 성공했다.

 

김은정은 0-0이던 2엔드 때 3점을 얻을 기회에서도 마지막 투구가 한국의 스톤을 때리면서 오히려 영국에 선취점을 내줬다. 컬링은 리드(김선영)-세컨드(김초희)-서드(김경애)-스킵(김은정) 순으로 투구가 이뤄지는 터라 김은정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몇 차례 투구 실수가 나오기는 했지만 ‘안경 선배’ 김은정은 가장 중요할 때 정확한 샷을 날려주며 팀 킴을 구해냈다. 김은정의 샷 정확도는 이날 78%였다. 반면 영국 스킵 이브 머헤드의 샷 정확도는 59%에 불과했다.

 

한국은 12일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풀리그 3번째 경기(오전 10시5분)를 치르고, 13일에는 경기장 빙질에 익숙한 중국(오후 3시5분)과 상대한다. 이번 대회는 10개팀이 참가했으며 풀리그(팀당 9경기)를 거쳐 준결승(18일)에 진출할 4개팀을 결정한다. 결승전은 20일.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의 스킵(주장) 김은정(맨 뒤)이 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영국과의 풀리그 경기에서 스톤을 투구한 뒤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진 컬링은 총 10엔드로 이뤄진다. 경기장은 가로 5m, 세로 45m의 얼음판인데, 페블(미세 얼음알갱이)이 있어서 스톤(돌)의 속도와 방향 조절을 위해 브룸(빗자루)이 필요하다. 엔드 때마다 각 팀은 8차례 스톤을 던지며 하우스(지름 3.66m) 맨 중앙(티)에 가장 가깝게 있는 스톤 순으로 점수가 1점씩 주어진다. 상대 팀 스톤보다 티에 가까운 스톤은 점수로 인정되기 때문에 2점 이상의 다득점이 가능하다. 경기장 뒷편 전광판에 표기되는 시간은 남은 작전타임(총 38분)을 보여준다. 작전타임 때 각 팀은 상대 스톤을 하우스 밖으로 밀어낼 묘수를 짜내야만 한다.

 

한편, 2018년 평창 대회 때 은메달 영광을 함께 했던 김영미는 후보 선수며 당시 후보 선수였던 김초희가 세컨드의 임무를 맡았다. 팀 킴 경기 때 “영미야~”가 아니라 “초희야~”라는 말이 들리는 이유다. 김양희 기자

 

유영과 김예림… ‘김연아 키즈’들이 올림픽 링크를 난다

차준환 한국 남자피겨 사상 최고 성적(5위) 기록에 힘내

 

국내 유일 트리플 악셀 선수 유영 · 김예림 등

15일,17일 쇼트프로그램 · 프리스케이팅 출전

 

유영이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공식훈련에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트리플 악셀, 또 트리플 악셀….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유영(18·수리고)이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수도)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훈련에 나섰다. 이날 오전 서우두체육관 메인 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친 유영은, 오후 훈련에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출국 날인 9일에도 새벽 4시에 일어나 경기도 과천에 있는 훈련장에서 아침 훈련을 마치고 나서야 비행기에 올랐다던 연습벌레다웠다. 유영은 “(오전에 훈련했던 메인 경기장은) 올림픽 링크장이다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무래도 (얼음이) 새롭다 보니, 빙질 차이가 있어서 적응하면서 타고 있다”고 했다.

 

대회 부담감 때문에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유영은 “열심히 안 하면 불안한 마음도 있고 해서, 열심히 해서 마음이 편한 게 나은 것 같다”며 “많이 떨리고 부담도 되지만, 그걸 이겨내면서 올림픽 때 제가 연습한 만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유영은 오전과 오후 훈련 때 각각 트리플 악셀(공중 3.5회전)을 10번 정도 시도했다. 점프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유영은 국내 여자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트리플 악셀을 수행하는 선수다. 트리플 악셀은 김연아(32)조차 하지 못했던 고난도 기술이다.

 

유영은 대표적인 ‘김연아 키즈’다. 어린 시절 싱가포르에서 자랐던 유영은 6살 때인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 때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운동을 위해 2012년 한국으로 돌아온 유영은 만 11살8개월이던 2016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상 김연아가 세운 최연소 기록(만 12살6개월)을 갈아치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선 나이 제한 때문에 피겨스케이팅 유망주로 개막식 무대에 올랐지만, 이번엔 주인공이 돼 베이징 은반 위를 누빈다.

 

첫 올림픽 부담에 걱정도 많지만, 유영에게 힘을 심어준 이는 전날(10일)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고 성적(5위)을 기록한 차준환(21·고려대)이다. 이날 직접 경기를 지켜봤던 유영은 “오빠(차준환)가 워낙 잘하고 있다 보니 성적이 잘 따라온 것 같다. (차준환이) 떨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잘하고 오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김연아도 유영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응원을 전했다. 김연아는 10일 대한체육회를 통해 “지금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제가 시니어(성인) 무대에 있을 때 스케이팅을 시작하거나 그 이후에 스케이팅을 시작한 선수들이라고 알고 있다”며 “첫 올림픽이고, 얼마나 기대하고 간절할지 알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정말 많이 응원하고 있다. 선수들이 너무 큰 부담 없이,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즐기긴 힘들지만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한편, 유영과 함께 베이징 은반 위에 서는 김예림(19·수리고)도 이날 베이징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예림은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드디어 꿈꾸던 올림픽에 가게 돼 설렌다”며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한 만큼,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올림픽인 만큼 한 장면, 한 장면 소중히 기억에 담아오고 싶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유영과 김예림은 15일 쇼트프로그램과 17일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남자 1500m 결승에 한국 선수 3명 전원 진출

황대헌, ‘완벽한 승리’로 금메달 거머쥐며 설욕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쇼트트랙은 역시 한국이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남자 1000m 준결승에서의 편파 판정 설움을 털고 제 실력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한국은 9일 에이스 황대헌(23·강원도청)이 7일 실격의 아픔을 딛고 1500m 금메달을 따내며 쇼트트랙 강국임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반면 중국은 단 한 명도 결승조차 올려보내지 못하며 무너졌다.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을 가득 채운 중국 관중은 일제히 침묵했고, 대한체육회 관계자를 비롯해 태극기를 든 한국 관중은 뜨거운 함성을 보냈다. 베이징을 잠재우는 시원한 질주였다.

 

황대헌은 이날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09초219를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다.

 

빙판 위의 한국은 강했다. 7일 충격의 페널티 탈락과 부상까지 겪으며 흔들릴 법도 했지만, 더욱 강해져서 돌아온 듯 보였다. 8일 열린 훈련에서 취재진과 만나 “앞으로 경기가 더 있지 않나. 더 잘 먹고 잘 잤다”(황대헌) “지난 일이니까 다 털어버렸다”(이준서)고 말하던 여유에는 어떤 과장도 없었다. 그야말로 실력으로 한국 쇼트트랙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특히 이날 한국은 1500m 준준결승에 나선 황대헌, 이준서(22·한국체대), 박장혁(24·스포츠토토)이 모두 결승에 오르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준서는 5위(2분09초622), 박장혁이 7위(2분10초176)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남자 1500m에 3명이 출전했지만 아무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쑨룽과 장톈이는 준준결승에서 하위권에 머무르며 일찌감치 탈락했고, 이번 대회 혼성계주 2000m와 남자 10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런쯔웨이는 준결승에서 반칙을 범해 실격했다.

 

한국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인 건 뛰어난 실력에 기반한 강한 정신력 덕분이다. 전날 훈련에 나선 황대헌은 “결과는 아쉽지만, 어찌 됐든 계속 이 벽을 두들겨서 돌파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이날 작전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 한국말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위트를 보이기도 했다. 중국 대표팀엔 김선태 감독을 비롯해 안현수(빅토르 안) 기술코치가 코치진으로 있다.

 

박장혁의 부상 투혼도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박장혁은 7일 1000m 경기 때 왼쪽 손을 11바늘이나 꿰매야 할 정도로 크게 다쳐 기권을 했다. 하지만 이틀 만에 다시 빙판 위에 올라 좋은 성적을 거뒀다.

 

쇼트트랙 남자팀은 이제 11일 열릴 남자 500m 예선과 5000m 계주 등을 남겨두고 있다. 500m는 황대헌이 2018 평창겨울올림픽 때 깜짝 은메달을 선물했던 종목이고, 5000m 계주는 자존심을 걸고 총력전을 벌일 전망이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역시 최민정! 딱 ‘반 바퀴’ 만에 계주 3000m 승부 뒤집었다

3000m 반 바퀴 남기고 추월해 2위... 13일 결승서 올림픽 3연패 도전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최민정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계주 3000m 준결승에서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시 최민정이었다. 막판 폭발적인 스퍼트를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2위로 골인해 결승행을 확정한 순간은 통렬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최민정(24·성남시청), 김아랑(27·고양시청), 이유빈(21·연세대), 서휘민(20·고려대)이 9일 베이징 서우두(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계주 3000m 준결승 2조에서 2위로 통과하면서 결선에 진출했다. 한국은 역대 8차례 여자계주에서 6번 우승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3연패에 도전한다.

 

한국은 이날 캐나다, 미국,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등과 2조에서 경쟁했다. 첫 주자는 맏언니 김아랑이었다. 출발부터 3위권에 포진한 김아랑은 한 바퀴를 돌면서 최민정과 교대했다. 최민정은 상대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서서히 예열했고, 이어 다음 순번인 이유빈에게 주행을 넘겼다. 마지막 주자는 서휘민.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계주 3000m 준결승 2조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결승진출에 성공한 뒤 안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순번으로 질주하던 한국은 두번째 턴에서 이유빈이 속도를 내며 2위권으로 진입했고, 계속 선두를 달리던 캐나다와 간격을 유지하면서 추월을 노렸다. 하지만 캐나다는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고, 뒤의 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미국의 추격도 강화됐다. 한국은 막판 1위 캐나다를 추격하는 듯했으나, 마지막에 김아랑이 최종주자 최민정에게 바턴을 넘기면서 3위로 밀리는 등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최민정은 마지막 두 바퀴를 책임진 최종 주자답게 폭발적으로 질주했고, 결국 결승선을 반 바퀴 남겨둔 시점에서 총알처럼 파고들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판 스퍼트 능력이 가른 2위 진입이었다.

 

한국은 간판 심석희가 징계를 받아 출전하지 못하면서 온전한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끈끈한 팀 호흡과 최선의 노력으로 값진 결승 진출을 일궈냈다.

 

한국은 13일 결선에서 네덜란드, 중국, 캐나다와 대결한다.

 

한편 여자 1000m에서는 최민정과 이유빈이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김아랑은 아쉽게 탈락했다. 김창금 기자

“심판이 경기 지배하면 안 돼…정확히 판단해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직접 항의 계획도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이 8일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쇼트트랙 판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판정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과 관련해 한국 선수단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재발방지를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윤홍근 선수단장, 유인탁 선수촌장,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 이소희 쇼트트랙 코치는 8일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MMC)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젊은 청년들이 4년의 청춘을 바쳐가며 피땀 흘려 이 자리를 준비해왔다”라며 “가능한 방법을 모두 찾아 절차에 맞게끔 즉각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전날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부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23)과 이준서(22)가 잇달아 뒤늦은 레인 변경 반칙 등을 이유로 페널티를 받아 실격됐다. 이어진 결승에서도 1위로 통과한 헝가리 류 샤오르 샨도르가 역시 페널티를 받아 실격되고 중국이 금·은메달을 차지하자 편파 판정 논란이 일었다. 중국은 이날 한 차례도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선수단은 즉각 황대헌·이준서에 대한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다만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심판 판정에는 이의제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윤 단장은 “과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제소 경험을 살펴 변호사단을 즉시 선임했고, 현재 제소 절차를 확인하고 있다. (검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시 제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제빙상경기연맹 국제심판이기도 한 최 지원단장은 “황대헌 실격 상황은 중국 선수가 몇 번에 걸쳐 추월을 방해했고, 황대헌 선수가 인으로 파고 들어가는 작전을 썼다. 코너 입구에서부터 충분히 공간이 있어서 무리 없이 들어갔고, 어떤 충돌도 없었다. 중국 선수가 제스처 취하는 걸 심판이 잘못 보고 판단한 것 같다.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실격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이준서 선수는 정상적으로 인코스 출발을 해서 두번째 자리 코너로 들어왔고, 같은 코너에서 정상적인 주로 활주를 했다. 세번째에 헝가리, 네번째에 중국 선수가 있었는데 심판진은 이준서 선수가 안으로 급격하게 들어왔기 때문에 실격이라고 판단했지만, 영상을 보고 판단한 바로는 헝가리와 중국 선수가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을 인코스로 추월하고 있다. 심판은 이 상황을 황대헌의 반칙으로 인정해 실격 처리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최 지원단장은 “심판 판정이 경기를 지배하면 안 된다”라며 “심판은 경기 조력자로 잘못된 부분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결승 경기 때는 다섯명 모두 실격 상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피니시 라인(결승선)에선 (중국 선수가) 팔을 벌린 상태에서 양손을 이용해 잡아당긴다. 헝가리가 실격당한 부분은 심판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오심이 반복되면 고의”라고도 했다.

 

다만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한다고 해도, 판정이 번복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판소에선 과거 명백한 오심인 경우에도 심판 매수 등 명백한 부정이 아닌 실수라면 판정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체육회는 남은 경기 등에서 부당한 판정을 막기 위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직접 항의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할 계획이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빙속 괴물’ 김민석 1500m 동메달…“한국 선수들에게 힘 됐으면”

 

11조에서 나위스와 접전 1분44초24

평창서 ‘깜짝 메달’ 이어 연속 입상

베이징올림픽 한국 첫 메달 ‘물꼬’

 

김민석이 8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빙속 괴물’ 김민석(23·성남시청)이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했다. 개인적으로 올림픽 두 대회 입상의 기쁨도 만끽했다.

 

김민석은 8일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1분44초24로 동메달을 따냈다. 김민석은 평창 대회에 이어 올림픽 두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김민석은 이번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주인공이 됐다.

 

김민석은 이날 11조에서 평창 대회 2관왕(1000m, 1500m) 키얼트 나위스(35·네덜란드)와 각축을 벌였다. 인코스에서 출발한 김민석은 초반부터 힘있게 치고 나갔지만, 중반 이후 나위스의 가속에 밀렸다. 나위스는 1분43초21,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평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민석은 300m 구간을 23초75로 주파했고, 700m까지 49초13을 기록했다. 이후 1100m 구간을 1분15초74로 통과한 뒤 마지막 구간에서 스퍼트하며 입상권에 골인했다. 올 시즌 자신의 최고기록(1분43초05)에 미치지 못했지만 극한의 힘을 발휘했다.

 

김민석은 4년 전 19살 때 출전했던 평창겨울올림픽에서 ‘깜짝 메달’을 안기는 등 큰 경기에 강한 선수다.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의 동메달이었다.

 

김민석은 코로나19로 오랜 기간 실전 훈련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지난해 11월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1500m 금메달을 땄고 2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일구는 등 막판 몸상태를 끌어 올렸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메달을 딴 국내 선수는 김민석이 유일하다.

 

김민석은 지난 4년간 웨이트 훈련을 통해 힘과 근력을 보강하는 등 부족한 부분을 개선했다. 이번 대회 전에는 “평창 때보다 기량이 확실히 올라왔다. 다시 한번 나 자신을 증명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관중석에는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이 찾아와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민석은 앞으로 스피드스케이팅 1000m, 팀추월에서도 또 다른 메달 도전에 나선다. 김민석은 평창 대회에서는 이승훈(IHQ), 정재원(의정부시청)과 함께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김민석은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 “챔피언을 향해 열심히 준비했다. 긴장을 많이 했지만 후회없는 레이스를 편 데 만족한다.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내가 딸 줄은 몰랐다. 저의 메달이 다른 선수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민석과 함께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 출전한 박성현(23·한국체대)은 최선을 다해 레이스를 펼쳤지만 1분47초59로 21위에 그쳤다. 박성현은 지난달 21일 남자 1500m에 결원이 생기면서 극적으로 출전권을 얻었다. 박성현은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월드컵 때 나를 이겼던 선수들을 이겨 만족한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이상호, 안타까운 0.01초…예선 1위 통과에도 8강서 패배

 

베이징올림픽 스노보드, 러시아 빅토르 와일드에 밀려

“스노보드는 30살 넘어서 전성기 많아…기회 더 있다”

 

‘배추보이’ 이상호가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8강전에서 러시아의 빅토르 와일드에 0.01초 차로 진 뒤 아쉬워하고 있다. 장자커우/연합뉴스

 

0.01초 차이의 명암. 평창의 영웅 ‘배추보이’가 이번엔 불운에 아쉬움을 삼켰다.

 

스노보드의 세계적 스타인 이상호(27·하이원)가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8강전에서 러시아의 빅토르 와일드에 0.01초 차로 뒤져 탈락했다.

 

2018 평창 대회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처음으로 메달(은)을 수확한 이상호의 올림픽 연속대회 입상 꿈도 물거품이 됐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이 종목 종합 1위에 올라 우승후보로 지목됐던 이상호로서는 아쉬움을 남긴 대회가 됐다. 이날 예선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토너먼트에 올랐던 만큼 아픔은 더 컸다.

 

이상호는 이날 32명이 치른 예선 1차 시기에서 39초96로 결승선을 통과해 1위를 차지했다. 30초대에 들어온 선수는 그가 유일했다. 예선 2차 시기(40초58)에서도 상위권에 든 이상호는 1~2차 합계(1분20초4) 성적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이상호는 토너먼트로 이뤄진 16강전에서 예선 16위로 올라온 이탈리아의 다니엘라 바고차를 0.92초 차로 따돌리며 8강에 진입했다. 일대일 대결이어서 이상호는 상대방을 살피며 여유 있게 골인했다.

 

하지만 8강전에서 와일드에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 이상호는 예선 성적 우위자에 주어지는 코스 선택권에 따라 16강전 때와 마찬가지로 8강전에서도 레드코스를 택했다. 정신력과 균형감이 뛰어난 이상호는 583m의 코스 전반부에 와일드와 대등한 경쟁을 펴면서도 앞서는 듯했다. 하지만 결승점을 향해 갈수록 둘의 간극은 좁혀졌고, 결국 결승점을 통과한 뒤 나온 계측에서 0.01초 차의 패배를 당했다.

 

강원도 정선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타 ‘배추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상호는 4년 전인 평창 올림픽 4강전에서는 슬로베니아의 잔 코시르를 0.01초차로 제치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두번째 올림픽 8강전에서는 야속하게도 0.01초 차로 무너졌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일대일 스피드 대결이 묘미다. 담력과 정신력은 가장 중요하다. 스노보드의 양쪽 면 가운데 하나(에지)로 급경사를 회전하면서 내려가야 하는 만큼 무게중심을 잘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나가야 한다. 이상호는 이 예민한 스노보드에서 기술적으로는 세계 최고 반열의 선수로 꼽힌다. 또 멘털도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이상호의 은메달 성취를 도왔던 이상헌 전 감독은 “스노보드에서는 30살을 넘어 전성기인 선수들이 많다. 이상호는 실력 면에서 최정상급이다. 앞으로도 기회는 더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팀 동료이자 주장 김상겸(33·하이원)은 이날 1차 시기에 삐끗해 블루코스 14위(42초40)로 들어왔고, 2차 레드코스에서 41초41로 당겼으나 1~2차 합계 24위로 16강에 오르지 못했고, 여자부의 정해림(27·경기도스키협회) 역시 1~2차 합계 18위로 결선에 나서지 못했다. 김창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