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목회칼럼] 우리의 에밀들

시사한매니져 2024. 9. 8. 10:39

[목회칼럼- 기쁨과 소망]    우리의 에밀들

 

전상규 목사 (생명나무 교회)

 

「에밀, 집에 가자!」라는 어린이 동화가 있습니다.

알프스 산 중턱에 사는 마르타 할머니는 에밀이라는 아기 돼지를 기릅니다. 이 할머니는 매우 가난해서 늘 음식도 부족합니다. 그나마 여름에는 텃밭을 가꾸어서 채소를 얻고, 가끔 목장의 우유도 몰래 먹을 수도 있지만, 겨울이 되면 먹을 것이 없어서 배가 고픈 채 잠을 잘 때가 많았습니다. 이런 마르타 할머니가 아기 돼지 에밀을 기르는 이유는 배고픈 겨울을 나기 위해서입니다. 할머니는 에밀과 음식을 나누지만, 사실은 에밀이 어서 살이 통통해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자 마르타 할머니는 에밀을 데리고 도살장으로 향했습니다. 아기 돼지 에밀은 그것도 모르고 도살장으로 가는 길의 도시를 구경하면서 신나합니다. 그러나 도살장의 참혹한 실상을 직접 목격한 마르타 할머니는 아기 돼지 에밀을 도살장에 넘겨 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기 돼지에게 말합니다.

“에밀, 집에 가자!”

어느 새 할머니에게 에밀은 음식이 아니라 가족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희노애락의 감정을 나누며 그만큼 가까워진 것입니다. 마르타 할머니와 아기 돼지 에밀이 함께 집에 돌아오는 오후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마르타 할머니는 사람이 살아가는 힘은 먹을 것이 아니라 따스한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오히려 함께하며 생겨난 그 사랑이 한 겨울의 배고픔마저 이길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를 넘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각자도생, 먹고사니즘이 점점 우리의 머리를 갉아먹고 가슴을 굳어지게 합니다. 여름 한낮의 뜨거운 햇빛에 더위를 먹은 것처럼, 우리의 살갗에서 삶의 치열함의 열기가 잘 식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 필요하고 늘 부족하기만 합니다.

심지어 저만치 떨어져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언젠가 나의 삶의 필요를 채워줄 존재들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기다렸다가 도살장으로 데리고 가서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할 대상으로 보입니다. 내가 좀 더 높이 올라가야 할 디딤돌로, 나의 즐거움을 위한 쾌락의 도구들로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쌀쌀해지고 찬바람이 돌 때 같이 배고픔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는 가족들입니다. 그들과 더 가까이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우리의 허기진 겨울을 이길 수 있는 진정한 힘입니다. 아니 실제로 우리에게 더욱 절실한 것은 약간의 더 풍족함보다 이 따스한 사랑입니다.

지금 우리는 자신의 에밀들을 더 많이 생각하고, 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것들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가슴에 그들을 더 많이 담아내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더 어려워지는 시간들을 이겨낼 힘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