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숄츠 연립정부 붕괴, 내년 2월 조기 총선 실시
사민+녹색+자유민주 ‘신호등 연합’, 자유민주 이탈
야당과 재계 “과반수 미달 정권 조기 퇴진” 요구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속 숄츠의 SPD 패배 예측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끌어 온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SPD)과 야당연합인 기독교민주・사회연합(CDU・CSU)은 12일 내년 2월 23일로 총선거를 앞당겨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9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의회(연방 하원)를 임기 만료 전에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는 것은 2005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정권 이후 19년만의 일이다. 총선거에 앞서 오는 12월 16일 의회에서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가 실시된다. 신임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는데, “잃어버린 2년”이란 얘기를 듣는 독일경제의 장기 침체와 정치 불안정 속에서 숄츠 총리가 과반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의회 해산권을 가진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여야당이 합의한 선거일정을 승인했다.
사민+녹색+자유민주 ‘신호등 연합’에서 자유민주 이탈
이번 결정은 지난 6일 사민당+녹색당+자유민주당 3당 ‘신호등’ 연립정권(사민당의 붉은색, 녹색당, 그리고 자민당의 황색이 신호등 색깔인데서 따온 비유)의 한 축인 자유민주당(FDP)이 예산 편성을 둘러싼 이견으로 연정에서 이탈한 뒤 이뤄졌다. 자유민주당은 2025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거액의 군사 지원을 지속하는 재정 확대 정책을 고수한 숄츠의 사민당과 의견대립을 일으켰다. 독일에는 재정적자를 일정 규모 이하로 억제하는 ‘부채 브레이크’ 장치가 올해 5년만에 부활됐는데, 자유민주당 소속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장관은 이를 내년도에도 지속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숄츠 총리가 이를 다시 유보하고 재정 투입을 확대하려 함으로써 린트너 장관과 갈등을 빚었다. 숄츠 총리는 이로 인해 정권 운영이 어려워지자 린트터 장관을 해임했고, 이에 자유민주당이 3당 연립에서 이탈함으로써 연립정권은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자유민주당의 이탈로 연방의회 총의석 733석 가운데 여당 쪽의 의석 비율은 기존 57%에서 44%로 줄었다.
야당과 재계 “과반수 미달 정권 조기 퇴진” 요구
기민련과 기사련, AfD 등 야당들은 과반수를 채우지 못하는 정권을 계속 유지할 여유가 없다며 숄츠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를 압박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독일경제의 침체 속에 독일산업연맹 등 독일 재계도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는 행동력 있는 새 정권을 하루라도 빨리 발족시킬 필요가 있다”며 새 정부 구성을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
숄츠의 SPD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 높아
자유민주당의 이탈로 소수 여당이 된 집권 SPD+녹색당은 연금과 경제대책 관련 법안 등 주요법안 통과를 위해 최대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의 협력을 얻어내는 대신 기민련의 조기 총선 실시 요구를 수용했다. 총선이 실시될 경우 숄츠 총리의 집권 연립여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여당 쪽에서는 총선에서 대표 얼굴로 내세울 다음 총리 후보를 숄츠 대신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공영방송 ARD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별 지지율은 최대야당인 기민련・기사련이 34%로, 제1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2당은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으로 17%, 여당인 사민당은 그보다도 낮은 16%로 나왔다. 따라서 차기 정부를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련 당수를 총리로 한 새로운 연립정권이 맡게 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가별 지지율을 보여주는 여론조사에서는 피스토리우스가 55%로 가장 높고, 기민련 당수 메르츠는 그보다 훨씬 떨어지는 30%, 그리고 숄츠 총리는 극우 AfD 당수 알리체 바이델과 함께 19%를 얻는데 그쳤다. 그럼에도 숄츠는 집권 연장을 위한 작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정국 혼란으로, 총선이 실시될 경우 극우 AfD와 극좌 ‘사라 바겐크네히트 연맹’이 득세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민들레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