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정적 말살”…이재명 ‘법카 유용’으로 6번째 기소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 기어이 기소한 정치 검찰
이재명 부부 1심 유죄 나오자 대놓고 기소 폭탄
'정적 죽이기' 의도…배임액도 16배나 뻥튀기
이재명 구속 실패에 권익위까지 동원해 재수사
직접 관여 증거 없다는데…간접증거 내세운 검찰
"상식과 이해 뛰어넘은 치졸한 공작수사 멈춰야"
검찰이 경기도 법인카드 등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씌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19일 또다시 재판에 넘겼다. 이른바 '법카 유용 의혹' 사건은 지난 2022년 9월 이 대표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사안이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대표 구속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자,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수사 의뢰라는 형식을 빌려 재수사에 들어갔다. 대통령의 '정적 제거'를 위한 하명 수사·기소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가 1심에서 벌금 150만 원형을 선고받은 지 닷새 만에,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지 나흘 만에 기소가 이뤄진 점은 '정치적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 대표가 오는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기소한 것은,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탄핵·하야 여론을 '물타기' 하기 위한 검찰의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허훈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 대표와 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정아무개 씨, 전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아무개 씨를 불구속기소했다.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에 대해서는 기소유예를 했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씌운 혐의는 구체적으로 ▲경기도 관용차를 공무와 무관하게 사용하고 ▲과일·샌드위치·세탁비·식사 등에 경기도 예산을 지출했다는 것이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의 배임액이 1억 653만 원이라고 주장했다. 제네시스 관용차 사용 배임액 6016만 원, 과일대금 지출(이 대표 외 나머지 2인 포함) 2791만 원, 샌드위치 685만 원, 세탁비 270만 원, 식사(이 대표와 비서실장 정아무개 씨) 889만 원 등이 검찰이 주장하는 배임액이다.
검찰이 주장하는 배임액은 '먼지떨이'수사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법카 유용 의혹'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진 곳만 130여군데에 이른다. 이에 검찰은 기자들에게 내놓은 보도설명자료에는 "검찰은 경기도청 등 10곳 미만의 장소에 대하여만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며 "경찰에서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매출전표 확보 목적으로 법인카드 사용 식당 10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불송치 사건 1년여 방치하더니
이재명 구속 실패하자 재수사
1년 만에 배임액 16배 뻥튀기
이 사건은 대선 기간이었던 2022년 1월 경기도청 별정직 공무원이었던 조명현 씨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그해 8월 이 대표의 배우자 김 씨와 전직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아무개 씨만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뒤, 이어 9월 이 대표에 대해 "직접 관여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불송치했다. 이 대표에 대한 '법카 유용 의혹'은 그 뒤 1년 정도 방치됐다.
그러다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백현동 개발사업 의혹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표결이 이뤄지기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8월 조명현 씨가 권익위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족벌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재등장한다. 수사기관에서 직원들의 법카 유용과 이 대표의 직접 연관성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 씨는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샴푸를 사려고 서울 청담동 일대로 심부름을 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카드를 유용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원에서 그해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상황이 반전됐다. 무리한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졌다.
이에 검찰이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반전 카드로 다시 꺼낸 것이 '법카 유용 의혹'이었다. 검찰은 수원지검에 '법카 유용 의혹'과 관련해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상황 반전을 꾀했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의 형님'으로 불리는 검사 출신 김홍일이 수장으로 있었던 권익위가 단 한 달여 만에 조사해서 "이 대표와 개연성이 있다"며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도 100여 곳 이상을 압수수색하고 6개월 이상 걸려 불송치 내린 사건을 권익위가 순식간에 조사해 혐의를 씌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인 2017~2019년 경기 성남시 청계산 자락 유원지 인근 유명 한우식당에서 943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사건에 대해서는 무려 6개월이나 조사해서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한 것과 비교하면, 이 대표에 대한 권익위의 조사는 정치적인 목적이 뚜렷했다.
권익위의 수사 의뢰로 동력을 찾은 검찰은 1년간 재수사를 통해 '경기도 법카 유용 금액'은 무려 16배나 불렸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지난 2022년 경찰이 수사할 당시 파악한 결제 금액은 총 150여 건, 2000만 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표와의 관련성은 전혀 찾지 못했다. 검찰이 이번에 배임으로 주장한 금액은 이 대표에 걸린 1억 653만 원을 포함해 총 3억 3235만 원이다. 130여 곳을 '먼지떨이'식으로 압수수색하면서 배임액을 극도로 늘린 것으로 보인다.
김혜경 150만 원으로 자신감 찾은 검찰?
이재명에 대해서도 간접 정황 주장할 듯
"터무니 없는 수사, 기소 폭탄 중단하라"
다만 검찰은 이 대표 부부가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직접 지시한 객관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핵심 인물인 전 경기도 공무원 배아무개 씨는 그동안 법정에서 "스스로 판단했다"는 취지로 진술해왔다. 이 대표나 부인 김 씨의 관련성을 부인한 것이다. '법카 유용'과 관련해 이 대표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힘 등 수구보수세력이 틈만나면 정치 수사로 쓰는 것이 청담동에서 샀다는 '일본산 샴푸'와 '샌드위치 야채 1000원 추가' 주장이다. 이 대표 개인에 한정해 제기된 주장이기 때문에 개연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검찰은 김 씨가 법카 유용에 대해 부인했음에도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은 만큼, 이 대표가 지시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간접 사실과 정황을 통해 혐의 입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 대표 부부에게 연이어 유죄가 나오면서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다. 김 씨 식비 7만 8000원을 통해 '연습'을 했으니, 이를 확장해 '실전'으로 간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소장에 김 씨의 1심 판결문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이 대표 불구속 기소 보도참고자료에서도 김 씨의 판결문을 여러 차례 인용하며 "통상적인 경험칙에 따라 공모관계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추가 기소에 격앙된 분위기다. 이번 6번째 기소로 이 대표는 일부 병합된 재판을 포함, 총 5개(서울중앙지법 3개·수원지법 2개)의 재판을 받게 됐다. 또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는, 오는 25일에도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앞두고 있다. 정치 검찰의 '제1야당 대표 죽이기' '대통령 정적 말살 시도'에 최근 법원까지 가담하면서 당 안팎에선 우려가 크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오전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검찰이 대장동, 공직선거법, 위증교사에 이어 또다시 핑곗거리를 만들어 대통령의 정적 죽이기에 나섰다"며 "검찰이 이토록 집요하게 억지 기소를 남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제1야당 대표이자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치 지도자를 법정에 가두고 손발을 묶으려는 속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수석대변인은 "명백한 억지 기소이자 야당 탄압"이라며 "검찰은 이 대표가 법인카드를 쓴 것도 아닌데 몰랐을 리 없다는 억지 춘향식 논리를 뻔뻔하게 들이밀었다"고 했다. 또 "이미 경찰 수사에서 이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며 "그런데도 검찰은 부득부득 사건을 되살려 기소했다"고 했다.
그는 "검찰에 부여된 기소권이 야당을 옥죄기 위한 수단인가"라며 "아무리 이 대표를 옥죄어도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을 가릴 수 없고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덮을 수 없다. 저열하고 흉포한 검찰 독재 정권의 민낯만 재삼 드러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는 검찰이 야당과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검찰은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각오하라"고 했다.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검독위)는 "검찰은 '이 대표가 지시했거나 인지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간접사실과 정황 사실 등을 토대로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한다"며 "검찰이 스스로 증거 없다고 자백한 것이고, 상식과 이해의 용량을 뛰어넘은 횡포"라고 했다. 검독위는 "법의 껍데기를 쓰고 영장과 강압수사로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살해하려는 치졸한 공작수사는 멈춰야 한다"며 "터무니없는 기소를 당장 철회하고, 정적 죽이기 '기소폭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이재명 지시·묵인 증거없이…‘관용차 혐의 추가’ 법카 유용 기소
경찰 수사"무혐의" 뒤집고, 없던 ‘관용차’ 사용까지 포함 배임 2배 늘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사건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하면서 이 대표가 경기도 예산과 관용차를 배우자 김혜경씨를 위해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선 없던 ‘관용차’ 사용까지 포함하면서 배임 금액이 1억원대로 갑절 가까이 늘어났다. 애초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 대표 무혐의(불입건)-배우자 김씨 입건’이 검찰로 넘어와 ‘이 대표 기소-김씨 기소유예’로 바뀌었다. 수사가 이 대표에게 맞춰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대표가 관련 업무를 지시하거나 가담한 구체적 증거, 핵심 증인들의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 사건과 연결된 김씨의 ‘10만4천원 결제’ 사건(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선고 취지에 부합하는 ‘통상적 경험칙’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혐의를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수원지검의 이 대표 공소 내용을 보면, 경기도는 2018년 7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직후 의전용(내외빈 영접 등) 관용차로 제네시스 G80을 6540만원에 구입했다. 이 관용차는 이 대표 주거지인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두고, 임기 내내 자가용처럼 사용했다는 것이다. 관용차는 퇴근 등 사용 뒤 청사에 반납해야 하지만, 따로 차고지를 지정하면 사용 뒤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통상 공공기관은 공무용으로 사용하는 관용차량을 여러대 보유하고 있으며, 공유재산 관리 부서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한다.
이 관용차는 이 대표의 배우자 김씨를 수행하는 이른바 ‘도청 사모님팀’이 개인 모임 등 김씨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운행했다. 감사 등을 피하려고 관용차를 공적 용도로 운행한 것처럼 허위 운행일지도 작성·제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조달청 나라장터 기준으로 제네시스 G80 렌트비(월 138만원 상당)를 추정해 사용 기간과 주유비·세차비·과태료 등으로 모두 6016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추산했다. 경기도청 한 관계자는 “의전용 관용차를 자택에 세워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다른 지자체의 관례에 비춰볼 때 검찰 수사가 매우 지나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경찰 수사에는 없던 부분이 검찰에서 살아나고 금액도 부풀려진 것을 보면 과잉 기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또 사모님팀이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아무개씨의 지휘 아래 도 예산으로 이 대표 부부가 요구한 소고기, 초밥, 복요리 등 음식 75건 889만원어치를 구입·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75건에는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0만4천원 결제 건도 포함됐다. 경찰 수사 당시 법인카드 사적 사용 배임금액은 2천만원 상당이었으나, 검찰 수사에서 8978만원(전 도지사 비서실장 정아무개씨, 배씨 배임액 포함)으로 증가했다.
검찰은 이 사건 배임 범죄가 공무와는 무관한 이 대표 부부 또는 김씨의 사적 활동 관리, 사적 소비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찰은 김씨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했다.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피해 정도, 범행 동기 등을 고려해 재판에 회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부부를 모두 기소하지 않는 관례와 10만4천원 결제 사건 1심에서 유죄를 받은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7월 이 대표 부부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김씨는 지난 9월5일 검찰에 출석했으나, ‘검찰이 결론을 정해 놓고 한 수사’라며 사실상 진술을 전면 거부했다. 검찰은 소환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던 이 대표 쪽에는 서면질의서를 발송했으나 답변서는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대표에 대한 피의자 진술 조사 없이 기소해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게 됐다.
검찰은 김씨의 공직선거법 사건 1심 유죄 판결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재판부는 직접 증거가 없는 ‘10만4천원’ 사건을 ‘목격자 없는 살인 사건’과 비교하며 “현장 목격자나 폐회로티브이가 없는 경우에도 간접사실을 종합해 증명력을 부여하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해당 판결이 이 대표 혐의 입증에 상당히 근접한 유의미한 것으로 보고, 이번 사건의 공소장에도 발췌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겨레 이정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