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명태균' 된 이준석…윤석열 공천 게이트 어디까지
이준석 "7~8곳 공천에 부적절한 발언 있어"
현재 강원도·경남·포항·서울 강서·창원 의창
의혹 관계자 모두 공천 개입 의혹 전면 부인
김태우 "당 대표인 이준석이 공천을 준 것"
민주당 "대통령 개입 안 한 공천 있는거냐"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으로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주로 명태균 씨와 그의 녹취록으로 밝혀진 공천 개입 의혹이 이제는 이준석 의원으로 입이 옮겨간 모양새다. 공천 개입 의혹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 <엠비엔>(MBN)에 따르면,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이 의원은 MBN 취재진과 만나 "7~8곳 공천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밝혀진 공천 개입 의혹 외에도 추가 의혹 제기가 계속될 것을 암시한 것이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김진태 (강원도) 지사가 경쟁력 상으로 상당히 우위였는데, 현저하게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대통령께서 공천하려 했던 것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 개입 관련해 언급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당시 예비후보였던 김진태 현 강원지사를 컷오프하고, 황상무 전 KBS 앵커(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를 단수공천하기로 했다. 김 지사의 광주 5·18 민주화운동 비하 발언 등이 문제가 됐다.
이에 김 지사는 2022년 4월 14일 컷오프 다음날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 단식 농성을 했고, 나흘 뒤인 4월 18일 공관위가 컷오프 결정을 반복하고 김 지사에게 경선 기회를 부여했다. 공관위의 매우 이례적인 결정에 뒷말이 무성했다.
MBN 취재 결과, 윤 대통령은 당시 공천 과정에서 여권 핵심 관계자에게 "김진태도 경선하라고 내가 다 해주지 않았냐"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관계자는 "당시 윤핵관들은 황 전 수석을 밀었지만 대통령이 후보 경쟁력과 주변 이야기를 듣지 않았겠냐"라고 했다. 대통령 의중에 따라 번복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포항시장 공천에도 개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JTBC>에 따르면 2022년 6월 전국지방선거에서 포항시장 경선에 참여한 건 총 4명이었고 이강덕 포항시장이 경선에 앞서 컷오프됐지만, 재심이 받아들여져 경선에 이기면서 최종 포항시장 후보로 올라 최종 당선됐다.
JTBC가 취재한 국민의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포항시장 예비후보 컷오프가 이뤄진 2022년 4월 말 이 시장이 당의 결정에 반발해 경북도당에 재심을 청구했고, 그 직후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김정재 의원(당시 강북도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울고불고하며 에스오에스(SOS·구조신호)를 쳤다"면서 "(이 포항시장의) 재심이 들어왔는데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유라고 했다"고 JTBC는 전했다.
포항 지역 공천 권한이 있는 현역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전화해 '중앙당에서 재심을 받아줘선 안 된다'고 한 것이다. 또 JTBC는 윤 대통령이 특정 후보가 공천을 받지 못하게 당 지도부에 전화하기 전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사 등 여러 사람들과 상의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이를 두고 "도당위원장이 계속 반발하면서 그걸 대통령에게까지 가져가서 대통령이 저한테 '공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실제 공천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공천에도 윤 대통령이 등장한다. 이 의원은 강서구청장 공천에 윤 대통령이 개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강서구 당협위원장 셋이 (김태우 공천에) 다 반대하는 데 이렇게 가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자, 윤 대통령이 "그 사람들은 맨날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지면 민주당을 돕는 일 아니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또 "(윤 대통령이) 강서구는 '그 사람들 이상하니 민주당 좋은 일 하면 안 된다'고 김태우를 (공천)하라고 했다"면서 "원칙이 아니라 되는 대로 말하는구나, 사람을 보고 인별로 구체적으로 개입하는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공천 개입 정황에는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포함된다. 공천 개입 의혹의 시작이었던 창원시 의창 지역의 김영선 전 의원은 명 씨를 통해 윤 대통령 부부에게 공천을 받은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김 전 의원은 공천의 대가로 자신의 세비 중 절반을 명 씨에게 전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말한 7~8곳 공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의원이 언급한 강원지사, 포항시장, 강서구청장 외에 추가로 3~4곳이 더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는 이 의원이 언급한 곳 중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공천 개입과 관련해 추가 보도를 예고한 상태다.
아울러 명태균과 거래한 유력 정치인이 30명 이상은 되는 만큼, 이 의원의 폭로와 별개로 추가로 국민의힘 공천 파문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가운데 이른바 '명태균 명단'에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름이 정치권에서 오르내린다.
검찰은 명 씨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오 시장을 안철수 후보와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드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오 시장은 명 씨와의 관계에 대해 "전체가 다 엉터리"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어렵다.
오 시장은 지난달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 씨에 대해 고소장을 써놨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선 "터무니없는데 다 고소고발을 하면 사리에 맞지 않는다"면서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해 오히려 의심을 사고 있다.
앞서 공천 개입 핵심 관계자들도 모두 공천 개입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들 중 김태우 전 청장만 자신에게 공천을 준 것이 윤 대통령이 아니라 이 의원이라고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준석아 고맙다"며 "2022년도 지방선거 때 당대표인 자네가 공천줘서 강서구청장에 당선됐네. 그때 당대표 명의 당선 축하 화분도 잘 받았어. 흰색에 이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창원지검 가서 조사 잘 받길 바래"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제2의 명태균이라고 불리는 이 의원발 공천개입을 직격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여권 핵심 관계자에게 '김진태도 내가 경선하라고 해 주지 않았나'고 발언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것도 덕담이라고 우길 요량인가. 윤 대통령의 육성 파일이 공개된 이래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은 더 이상 의혹이 아니다"고 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당초 국민의힘은 강원도지사 후보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으로 결정했다가 나흘 만에 번복해 김 지사를 경선에 합류시켰다"며 "대통령의 힘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윤 대통령이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해 왔음을 시사하는 명 씨와 이준석 의원의 증언에 성명 미상의 여권 관계자까지 힘을 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 공천에 대통령 부부와 명 씨의 손이 닿지 않은 부분이 있기나 한지 의문스러울 정도"라며 "이제 더 이상 '당선인 시절'이라며 의혹을 외면하고 특검을 거부할 명분도 없다. 윤 대통령은 즉시 특검을 수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분노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