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결의대회' - 전농 '전국농민대회 · 퇴진총궐기' 집회
노동자·농민 "독재 권력 맞서서 역사 만들자"
오후 2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결의대회 시작
경찰 170명이라더니 인도 지나가기도 힘들만큼 빽빽
숭례문에서 민주노총과 농민의길 "공안탄압 박살내자"
민주노총 "윤석열 정부 노동·민생 개혁 법안 실피했다"
전농 "무차별적 농산물 수입하는 정권을 끌어내리자"
노동자와 농민, 시민들이 20일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며 총궐기 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이 시작된 지 2년 6개월 만에 노동자의 기본권과 농민의 삶이 무너졌다며, 정상화를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퇴진뿐이라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참지 말고 몰아내자! 윤석열 정권 퇴진! 노동기본권-사회공공성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주최 쪽 추산 1만 명)를 열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민주노총 조끼를 입은 민주노총 회원들이 집회 시간에 맞춰 질서정연하게 모였다. 이들은 머리에 '단결'이라고 쓰여있는 빨간색 띠를 두르고 '윤석열 정권 퇴진! 사회 공공성 강화!' 팻말을 들고 있었다.
경찰은 지난 9일 전국노동자대회 때처럼 완전 무장을 하진 않았지만, 당초 계획된 교통경찰 170여 명보다 10배 이상의 숫자가 배치된 것으로 보였다. 인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경찰에게 길을 비켜줘야 할 정도였다. 집회 중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결의대회는 특수교사들이 겪는 현장의 목소리로 시작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인천지부 김정희 조합원은 "지난달 24일 인천의 한 특수교사가 세상을 떠났다"며 "이 선생님은 이미 지난 9월 달에 교육청에 '살려달라'고 인력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육청은 '할 수 없다'고만 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떠난 뒤 몇 일 만에 다른 선생님을 발령냈다"고 했다.
숨진 특수교사는 혼자서 장애 아동 14명을 돌봤다고 한다. 김 조합원은 "어느 직장이 살려달라는 직원을 외면하냐"며 "교육청이 법을 지키고 현장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았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다. 그런데 (이 죽음에 대해) 아직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책임자를 처벌하고 교육감의 책임감 있는 약속을 받아 내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급격하게 기울어져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각하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와 국민의 삶에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다. 이 요구는 최소한의 출발점인데, 윤석열 정부는 이런 요구마저 철저하게 짓밟았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집회 시위에 물대포도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이건 윤석열 정권이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중대한 역사의 분기점에 서 있다"며 "노동자들이 새로운 활로를 뚫고 앞길을 개척해 투쟁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처우가 열악한 노동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서비스연맹 김광창 사무처장은 "학습지 선생님은 일하다 다쳐도 생계 때문에 쉴 수가 없고, 택배 노동자는 산재 보험료의 절반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배달 노동자는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없다. 이러면 고용보험료는 왜 가져가냐. 특수 고용 노동자가 이렇게 차별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특수 고용 노동자가 차별받는 이유는 단체활동을 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서"라며 "우리도 노동3권이 보장되면 알아서 투쟁하고 바꿔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원천적으로 막아놨다"고 했다.
그는 "국민 70%나 이 법을 바꾸자고 했는데 윤건희(윤석열+김건희)가 막고 있다"며 "윤건희 정권이 끝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서비스 노동자가 앞장서서 투쟁하겠다"고 외쳤다.
공공의료 서비스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이선희 부위원장은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공공의료 시스템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은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지방 의료원은 코로나19에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고 헌신했지만 현재 경영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확대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가짜 의료계혁을 당장 멈추라"며 "지금 당장 국민과 환자를 위한 의료계혁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외쳤다.
윤석열 정권 들어 공공서비스 질이 낮아졌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공공운수노조 김선화 부위원장은 "공공서비스는 국가가 책임지고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그런데 윤석열 정권 들어서는 공공서비스 질은 낮아지고 공과금은 올라가고 있다. 심지어 노동자는 죽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열차 선로를 작업할 때 노동자가 휴게시간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노동자가 휴게시간을 지키면 '열차가 지연된다'고 한다. 노동자를 얼마나 갈아넣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운수노조는 공공성 확대와 노동권 확대를 위해 파업을 예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민중가수 박일규 씨 공연 이후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출발해 을지로입구역 사거리, 서울시청을 지나, '2차 퇴진 총궐기'가 열리는 숭례문까지 행진하며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 "거부권 남발하는 윤석열 정권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쯤 숭례문 앞에 도착해 '국민과함께하는 농민의 길'(이하 농민의길) 등이 속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와 함께 '쌀값폭락, 수입남발, 기후재난! 힘들게 농사지어도 남는 게 없다! 농업파괴 농민말살 윤석열 퇴진 전국농민대회 및 2차 퇴진총궐기'를 시작했다.
농민의길 하원오 상임대표는 "박근혜 정권보다 더한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농어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농민은 쌀값 폭락, 기후재난으로 농사를 지어도 빈털터리다. 강력한 투쟁으로 우리의 의지를 보여줄 때다. 쌀값 300원을 반드시 쟁취하자"고 했다.
하 상임대표는 "그래야 내년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며 "윤석열 정권이 무차별로 농산물을 수입했다. 농민을 파괴하는 윤석열을 퇴임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경례 부회장은 "콩 농사를 짓고 있는데 11월인 지금도 푸른 콩잎이 지지 않아서 콩 수확을 할 수 없다"며 "폭우에 물에 잠긴 농작물, 폭염에 폐사한 가축 등 농축산물 품목은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기후재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부회장은 "윤석열 정권의 농업 정책은 어떻냐"며 "사상 최대로 쌀값이 폭락했다.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반성해도 늦었다. 끌어 내려서 끝을 봐야 시작할 수 있을 때"라고 강조했다.
쌀 농가를 대표해 연단에 오른 사단법인 전국쌀생산자협회 임만수 전북본부장이 "우리 식당, 급식 업체 등에 쓰는 쌀은 전부 수입 쌀"이라며 "지난 6월 말 쌀 재고량이 60만 톤(t)이 남는다고 했는데, 쌀 수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쌀이 남는다는 말은 반복될 것"이라면서, 정부의 쌀 수급 대책에 대해 비판했다.
민주노총과 전농은 결의문을 읽으며 '윤석열 정권 퇴진만이 살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이 망치는 것은 농업뿐이 아니"라며 "반노동, 반민생, 반민주, 반평화, 친일쿠데타까지 윤석열 정권의 폭주와 퇴행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지키자"면서 "윤석열·김건희·명태균 국정농단, 헌법 유린 민주 파괴, 불법 공천 개입 의혹, 윤석열 정권은 지금 당장 퇴진하라"고 외쳤다.
아울러 "지긋지긋한 공안탄압 박살내자"면서 "4·19 혁명, 5·18 민중항쟁, 87년 6월 민주항쟁과 7·8월 노동자 대투쟁, 박근혜 퇴진촛불항쟁까지 우리 국민들은 무도한 독재 권력에 맞서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왔다. 이제 우리가 나서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고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전환시키자"고 했다.
결의문이 끝나고 '상징 의식'이 있었다. 참가자들이 농악을 울리며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외치자, 일부 회원이 '농민 생존권 보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상여 모형을 들고 앞장섰다. 그 뒤로 현수막을 든 회원들이 상여 모형을 따르며 "농민말살 윤석열 정부는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