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소식

은퇴 송민호 목사 "서로 사랑, 귀하게 여기며 허물 덮어주길"

시사한매니져 2025. 1. 12. 04:45

36년 목회 은퇴한 송민호 토론토영락교회 담임목사

"성도들 세상에서 빛의 삶을...  이민교회 연결과 소통이 과제"

"목회 참 어려워...기교로는 실패, 하나님 도움으로 해나가길" 

 

토론토 영락교회를 36년 동안 섬겨 온 송민호 목사가 은퇴했다. 1988년 전도사로 부임해 20년간 담임목사 시무까지, 사실상 평생을 한 교회에서 헌신한 송 목사는 지난 연말 은퇴와 함께 원로목사와 파송선교사로도 추대됐다. ‘선교적 교회’를 목회소신으로 캐나다에서 가장 큰 교회를 든든히 세워 온 그는 은퇴 감사예배에서 ‘선교적 선지자’ ‘Man of PISTOS (충성된 사람)’이라는 평가와 칭송을 듣기도 했다. 짐을 내려 놓고 홀가분해진 표정의 송 목사에게 대담을 청했다.

● 먼저 은퇴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나의 은퇴 의미는 무엇일까’하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지?

▷영락교회의 정년 퇴임이 만 65세이기 때문에 은퇴에 대해서는 적어도 3년 전부터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목회자에게 ‘은퇴’란 시무하는 교회에서의 은퇴를 말하지, 복음 사역자로서의 끝은 아니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습니다. 그래서 ‘은퇴’ 후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한다기 보다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무엇인가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고 찾기 보다는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곳, 또한 내가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는 곳을 찾아 섬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삶의 여유를 가지고 반추하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 영락교회 담임목회 20년을 은혜롭게 마치셨는데, 기억에 뚜렷이 남는 사역 경험이라면?

▷너무나 많은 것들이 스쳐갑니다. 그중에서도 제자훈련, 성경공부, 부부행복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성도들과 밤 늦게까지 나누며 피곤한 몸을 끌고 집에 가던 수많은 날들이 떠오릅니다. 참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봄가을로 일년에 거의 열 차례 정도 알파, 제자1, 제자2, 부부행복교실, 목회자 교육 등 각종 수련회에서 말씀을 전했던 기억들도 생생합니다. 돌아보면 저의 목회는 훈련 목회였습니다. 성도를 훈련시키는 일에 정말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쏟아 부었습니다. 왠지모르게 그런 날들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 ‘선교적 교회’를 항상 강조하고 주창해 오셨는데, 얼마나 구현됐다고 자평 하시는지?

▷선교적 교회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목회자들과 많은 성도가 한 뜻이 되어서 노력했습니다. 첫번째 단계는 선교적 교회에 대한 교육, 두번째 단계는 가슴으로 와 닿는 확신, 그리고 세번째 단계는 삶에서 적용하는 실천이었다고 봅니다. 우리 교회의 많은 성도가 첫번째 단계인 선교적 교회의 이해는 통과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는대로 사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확신과 실천으로 이어지는 다음 단계로 가면 갈수록 쉽지 않습니다. 숫자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많은 성도님들이 각자 주어진 삶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저는 봅니다. 부활절이나 성탄절에 이웃을 돕기 위한 러빙패키지를 모으는데 수백 가정이 신속히 참여하는 것을 보면 알수 있습니다.

 

● 관련해서, ‘영락교회는 이런 교회다’라고 말씀하신다면? 또 미래는 어떤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영락교회는 성숙한 교회입니다. 불필요한 시비나 분쟁을 피하고, 그런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우리 교회 성도들에게 고마움과 존경심을 표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물질과 에너지를 선교를 위해 사용합니다. 그래서 해외선교와 국내선교에 지대한 관심과 투자를 하는 멋진 교회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 예로 우리 교회가 키르기스스탄에서 지난 25년 넘게 많은 일을 했고, 캄보디아에서는 거의 20년 가까이 놀라운 사역을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영락교회는 선교는 물론, 세속화된 캐나다 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교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일은 반드시 영락교회 뿐만 아니라 역사가 깊어져가는 이민 교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믿습니다.

 

● ‘사회에서 리더십’을 말씀하셨는데, 영락교회는 특히 그 몸집 만큼 교계와 동포사회의 기대도 작지 않다고 볼 때,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영락교회가 교계와 동포 사회에서 계속해서 책임있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리적으로 성결하며, 재정적으로 투명하며, 마치 거친 밤바다에서 불을 비추는 등대처럼 지역사회의 신뢰를 잃지않는 신앙 공동체로 굳건히 서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그렇게 되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때론 조용히, 때론 신중하게 그 역할을 감당하려고 해왔습니다.

 

● 현 한국교회, 그리고 이민교회에 대해서도 걱정과 고민의 소리들이 많습니다. 문제들, 과제들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

▷한국교회의 문제는 누구나 다 잘 아실 것입니다. 모든 한국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소위 말하는 ‘힘있는’ 교회의 문제입니다만 그것은 윤리적 성결과 재정적 투명성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믿지 않는 분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교회의 결정이 양심적이며 합리적인 판단에 근간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민교회의 과제는 연결과 소통입니다. 다음세대와의 연결과 소통, 주류사회와의 연결과 소통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다음 세대에게 임팩트를 주며, 세상을 섬기는 교회가 되어야 하지, 가족 (혹은 대가족) 같은 분위기로 자신 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토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 성도들은 세상 일에 초연한 것이 바람직 할까요?, 성도들의 사회적 소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도는 세상으로 보내심을 받은 존재입니다. 하나님께서 어둠 속에 있던 영혼을 부르시고 구원하셔서 다시 어둠 속으로 보내어 빛이 되도록 인도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도는 믿지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님의 진리, 공의, 그리고 사랑을 삶으로 보이며 살아가야 합니다. 일터, 가정, 마을에서 믿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음을 삶으로 말하고 살아내는 일을 해야 합니다. 불의를 보고 기뻐하지 않으며, 공의롭지 못한 세상에서 약자를 돕고 보호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 후배들에게 평생 목회의 깨달음이랄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의 말씀이 있다면?

▷목회는 참 어렵습니다. 사람의 기교로는 백퍼센트 실패합니다. 교회 안에는 목회자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도우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목회자를 만나도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힘듭니다. 사람을 의지하면 안됩니다.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을 의지하십시오.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말고 소신껏 목회하십시오. 그리고 늘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십시오. 목회에 성공하려고 너무 애쓰지 마십시오. 유명한 목회자로 이름이 알려지려고 노력하지도 마십시오. 다 헛된 것입니다. 성공보다는 신실함을 추구하면서, 하나님의 진실된 종이 되려고 노력하십시오.

 

● 36년의 현역 이민목회를 내려놓으면서 성도들과 교회, 그리고 동포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서로 사랑하십시오.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고, 남을 헐뜯거나 없는 말을 지어내는 일을 삼가십시오. 요즘 한국 정치가 바닥까지 왔다는 것을 봅니다.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서 제대로 퇴임한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너무나도 성숙하지 못한 부끄러운 모습 뿐입니다. 캐나다 동포사회는 해가 갈수록 더욱 성숙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로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파송 받으신 순회 선교사로 향후 활동 계획은?

▷일단 내년 초에는 한국과 동남아시아를 몇 달 다녀올 계획입니다. 필리핀 신학교에서 가르치고, 교회에서 말씀도 전하고, 또한 오랜 만에 쉼을 갖으려 합니다.

 

송 목사는 “파송선교사는 현지 선교사를 돕고 협력하는 사역자” 라며 앞으로 필요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사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신학교 사역과 멘토링을 통한 차세대 리더십 개발, 집회와 세미나 등으로 ‘미셔널 처치’와 구속적 삶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일, 국제 선교단체 볼런티어 선교사로 선교학 연구 등 각종 사역이 대상이라며 새로운 의욕을 보였다.

 

송 목사는 밴쿠버 UBC를 졸업(BA)하고 Regent 신학교(M.Div, Th.M)에 이어 Trinity 복음주의 신학교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영락교회 목회와 함께 2016년부터 Tyndale 신학교 강의도 해왔다. 저서는 ‘세상이 이기지 못한 사람들’ ‘선교적 교회로 가는 길’ ‘우리가 가야할 길’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