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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내란] 윤 체포 촉구 집회 시민들, 언론에 분통 “찬반 집회란 말 그만”

시사한매니져 2025. 1. 12. 07:12

“극우와 내란 세력의 목소리를 기계적 중립으로 다루는 보도 많이 접해”

가짜뉴스 만들고 객관적 사실 왜곡하는 일 반복 “극우 결집 언론이 뒷받침”

 
 
▲시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와 구속을 요구하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범시민총궐기대회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한남동 관저 앞에서 밤을 새우는 동안 민주노총의 경찰 폭행이라는 가짜뉴스를 읽었다. 여러분, 우리나라 언론은 민주주의를 만든 자들이 아니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수혜자이고 헌법으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는 특권층이다. (…) 윤석열씨가 체포, 구속, 파면되고서 우리가 소리내어 뜯어내 고쳐야 할 것은 언론이다.”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한 범시민총궐기대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영하 4도의 혹한에 주최 측 추산 20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 즉각 체포’를 촉구했다. 

 

지난주 서울 광화문과 한남동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며 16시간 밤샘 집회를 한 ‘인간 키세스’라 소개한 이예지 씨는 자유발언에서 “언론이 가짜뉴스를 만들고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 반복되면 또다른 정치권력과 언론이 손잡고 대한민국엔 민주주의 위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며 위와 같이 말했다.

 

▲시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와 구속을 요구하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범시민총궐기대회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지난주 서울 광화문과 한남동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며 16시간 밤샘 집회를 한 ‘인간 키세스’라 소개한 이예지 씨가 자유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유튜브 갈무리
 

그는 “우리가 응원봉을 들고 한남동과 남태령으로 달려간 열정으로, 언론 집단도 해체되도록 아주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언론은 견제할 수단이 없어 더 크고 더 강한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며 “기사에 ‘좋아요’ 누르고, ‘후속’, ‘강추’를 누르고, 진실을 알리는 댓글을 쓰는 것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함께 해 달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네”라는 대답과 함께 환호가 터져나왔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의 집행을 준비하고 있다.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불응한 윤 대통령이 경호처의 비호를 받으며 체포영장에도 불응하는 가운데, 시민들은 현 상황에 대한 분통과 함께 언론을 향해 느끼는 답답함도 쏟아냈다.

 

집회에서 만난 조건희 씨(29)는 언론이 내란사태를 주도한 윤 대통령에 대한 단죄 요구를 ‘찬반 집회’란 단어로 다루는 데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일하는 그는 “극우와 내란 세력의 목소리를 기계적 중립으로 다루는 보도를 많이 접한다. 언론이 (내란 사태를) 잣대 없이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태도로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큰 문제”라고 했다. “이를테면 ‘여기 집회엔 몇만 명이 왔다’고 말하는 보도는 그 세력을 신경쓰게 만들고 결국 참가자와 보는 사람들을 피로하게 만든다”고 했다.

 

▲시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와 구속을 요구하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범시민총궐기대회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경기 오산에 위치한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에서 광화문을 찾은 이용덕 씨는 “현재 극우가 결집하는 데 언론이 큰 뒷받침을 해주고 있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란사태에서 쟁점은 쿠데타 시도를 처벌하는 일인데 이를 요구하는 집회를 두고 ‘충돌이 우려된다’며 양비론으로 다룬다. 보수언론은 ‘충돌이 우려되니 윤석열을 체포하지 말고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고도 한다. 충돌이 싫으면 수사를 받으면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가리고, 진정한 쟁점도 가리는데 그 본심은 윤석열 체포 반대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이 터졌을 당시 대중이 너무나 크게 분노하니 그 기세에 억눌려있던 언론이 이제 점점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언론 보도를 보며 엄청 답답하다”고 했다. “쿠데타가 온 세상에 다 드러났음에도 국민의힘처럼 윤석열을 옹호하는 세력이 국민 생각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허위주장을 한다. 이들이 자기 살려고 하는 주장은 공익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 이를 바로잡지 않고 보도하는 건 너무나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윤석열은 집권하는 동안에도 반국가세력이란 프레임으로 자기가 반대하는 이들을 다 몰살시키려는 정치를 해왔고 그 중 하나는 노동자였다. 언론도 마찬가지”라며 “아무리 장악된 언론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민주주의와 법치에 맞게 생각하길 바란다”고 했다.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와 구속 촉구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범시민총궐기대회에 참석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사진=김예리 기자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와 구속 촉구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범시민총궐기대회에 참석한 마야(28)씨와 이주노동자들. 사진=김예리 기자
 

시민들의 ‘윤석열 체포’ 요구 목소리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 사회적 약자 혐오를 선동하는 허위정보가 더욱 기승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투쟁 소식을 알리는 유튜브채널 ‘스튜디오 알’을 제작하는 양동민 씨는 “누군가를 배제하려는 황당한 가짜뉴스와 혐오 선동도 많은데 언론이 이 문제를 다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연대 사전집회에서 태극기와 카메라를 든 분이 제게 팔레스타인인지 물어 한국인이라 답했더니 ‘윤석열 탄핵과 무슨 상관이냐, 왜 이스라엘을 모욕하느냐’고 하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극우 지지자들 사이에 (비상계엄 국면에) 중국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에 유리한 의제를 얹으려 한다며, 사진 찍어 신고하면 추방시킬 수 있다는 ‘지라시’가 돌더라”고 했다. 최근 일부 극우 매체가 비상계엄과 관련해 중국인 등 이주민 혐오를 담은 허위 보도를 내기도 했다.

 

한편 집회에 참가한 2030 여성 가운데엔 이주노동자도 있었다. 네팔에서 온 28세 이주민 마야씨는 “언론은 비상계엄을 말하지만 올해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너무나 힘든 해였다. 우리에겐 365일이 계엄이었다”며 “한동훈 씨가 법무부 장관이 된 뒤 이주노동자들의 단속이 심각해져 집과 직장 외에는 외출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 또한 “이주노동자들은 집회에 나오면 사진이 찍혀 추방될 수 있다는 가짜뉴스가 돌아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랬던 윤석열 정부인데, 뉴스를 보면 범죄를 저지른 윤 대통령을 체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옥상달빛이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와 구속을 요구하며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범시민총궐기대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옥상달빛, 종합예술단 봄날 등이 이날 공연 무대에 올랐다. 옥상달빛의 김윤주 씨는 “여기에서 노래로 조금이나마 힘이 되려 나왔다. 기분이 좋아야 할 연초에 이렇게 찬 바닥에 앉아서 고생하시는 여러분들을 보면서 정말 아프고 슬프다”며 “분명히 좋은 결과가 하루빨리, 당장 오늘이라도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런 미친 상황에 상처받았을 여러분들을 위해서 온 마음을 다해 위로를 드리고 싶다. 여러분 지치지 마세요”라며 ‘달리기’와 ‘수고했어 오늘도’ 등 노래를 불렀다.

 

집회에는 참가자들이 직접 슬로건을 써서 피켓을 만드는 부스가 마련됐다. 비상행동 측은 이날 시민총궐기대회에서 어묵, 물떡, 붕어빵, 떡볶이, 순대, 커피, 스프, 츄러스, 핫도그, 감자튀김, 호떡 등을 집회 참가자에게 제공하는 푸드트럭도 준비했다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광화문에서 안국동 사거리와 종각역, 을지로입구역을 거쳐 명동 신세계백화점 앞까지 행진했다.   <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