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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내란] "법이 짓밟힌다"면서 더 짓밟는 조선일보

시사한매니져 2025. 1. 25. 14:01

'법의 권위 추락' 지적하면서 '헌재 공격' 광고 실어


극우세력의 내란 선동 마당 제공해 법치 무너뜨려
실소 자아내는 '1등 신문의 헌법 유린 광고 장사'

 

조선일보가 법이 짓밟히는 현실을 고발하고 나섰다. 이 신문이 23일부터 새로 내보내고 있는 <법은 왜 짓밟혔나>라는 제목의 시리즈물은 서울 서부지법 난입 사태를 우리 사회에서 법의 권위가 얼마나 실추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고 법의 권위 실추와 붕괴 실태를 짚고 있다. 서부지법 폭동을 비판하면서 법이 얼마나 권위를 잃었으면 법원이 공격받겠느냐고 말하는 식의 이같은 시각에는 법원 공격 사태의 논점을 흐리려는 의도가 보인다. 조선일보의 전형적인 이른바 '프레임 비틀기'다. 

 

조선일보의 '법은 왜 짓밟혔나' 시리즈의 기사 제목들. 위쪽부터 2025년 1월 23일자와 24일자 제목. 

 

게다가 이같이 법의 권위 추락을 걱정하고 개탄하는 조선일보는 정작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며 '최종 판관' 역할을 하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을 공격하는 광고를 버젓이 내보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서부지법 폭동 사태 3일 뒤이며 <법은 왜 짓밟혔나>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날인 22일자에 헌법재판소를 향해 "엄중한 단죄와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로 집결하라"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실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해 "말 그대로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해 놓고서는 법치의 한 보루인 헌재를 공격하라는 광고를 실은 것이다. 

 

신문에서 흔히 기사는 위에 실리고 광고는 아래에 실린다는 점에 빗대 표현하자면 조선일보의 지면은 위에서 한 말을 아래에서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가당착을 보여준다. 극우세력의 내란을 선전·선동하며 ‘법을 짓밟고’ 있다.  할 말을 한다는 1등 신문의 '헌법 유린 광고 장사'가 실소를 자아낸다. 

 

<법은 왜 짓밟혔나> 시리즈는 첫날 ‘국회 입법 권한의 정파적 남용’을 성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들어 과반의석(170석)을 앞세워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들을 거침없이 통과시켜왔다면서 이를 ‘입법 폭주’라고 명명하고 이중 상당수가 ‘이재명 대표’로 귀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쓰고 있다. 입법부의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 신조어까지 지어내 붙였다. ‘특정 개인의 정치적·사적 이익을 뒷받침하는 법들’이라는 조선일보의 규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 신문이 거의 매일 쏟아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기사들의 결론과 일치한다. 정치에서의 입법 활동,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다수당이 된 야당의 정책 제시를 당대표 개인을 위한 법이라고 함부로 단정하고 있다.

 

이 대표 선거법 2심 판결을 앞둔 이른바 ‘방탄용 법안’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발행 시 중앙정부가 의무적으로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역화폐법’ 개정안, 식량주권과 농민 생존권 보장을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4법’까지 특정인을 위한 위인설법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24일 시리즈의 두 번째 기사는 사법부를 겨냥했다. <수사권 조정 후 늘어난 '법의 회색지대'… 여론에 휘둘리는 판사>라는 제목으로 사법부가 불신을 키운다고 비판했다. 12‧3 내란 수사 과정에서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 어느 수사기관에 내란죄 수사권이 있느냐로 논란을 빚었다면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유무 혼선을 법원이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해줘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주장을 펴느라고 윤석열 변호인단 소속인 윤갑근 변호사의 “수사권 없는 기관이 관할권 없는 법원에서 받은 불법영장을 집행한 것”이라는, 이미 무리한 주장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강변을 다시 인용하고 있다.

 

조선일보 2025년 1월 22일 26면에 실린 극우 단체들 명의의 전면광고. 헌법재판관들을 위협하는 내용이다. 
 

이같이 정치권, 정확히 말하자면 야당과 사법부를 겨냥한 비판을 매섭게 펼치면서 법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질타한 조선일보는 스스로 그 법을 흔들고 위협하는 이들을 위한 선전장을 내주고 있다. 22일 <조선일보>는 지면 26면에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정계선, 조한창 재판관 등 8인 헌법재판관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라는 표제의 전면광고를 실었다. <법은 왜 짓밟혔나> 시리즈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이다.

 

‘자유민주세력연합-자유민주총연합-자유대한민국모임 전국 300개 자유애국단체 300만 회원 일동’ 명의의 이 광고는 “불법적 탄핵 인용을 결정하는 경우 무서운 국민 저항으로 엄중한 단죄와 처벌이 내려질 것” “애국 청년학도들이시여! 헌법재판소로 집결하라!” 등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내용이다. 광고는 헌법재판관들을 ‘좌편향 재판관’이라고 비난하고는 "만에 하나 졸속 재판이나 편파적 재판 운영으로, 불법적 탄핵 인용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무서운 국민 저항으로 엄중한 단죄와 처벌이 내려질 것임을 강력 경고하는 바이다"라며 사실상 탄핵이 인용되더라고 불복할 것이라고 선언함과 동시에 '국민 저항'을 운운하며 헌법재판소를 협박했다.

 

이 광고는 비상계엄 이후 조선일보에 실린, 극우적 주장을 담은 일련의 광고들 중 하나다. 지난 13일 이 신문의 32면 광고에선 “청년 백골단과 자유민주 민병대는 반란군을 체포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을 행사해 공산 반란군을 토벌하라” “반역 헌재 재판관을 토벌하라”는 내용이다. 헌재 재판관들에 대해 '무력으로 쳐서 없앤다'는 뜻의 ‘토벌’이라는 말까지 써 가며 선동하고 있다. "자유민주 애국민들이여, 일어서라"라며 "이재명과 민노총 반란군과의 전쟁이다. 광화문광장과 헌법재판소로 집결하자"면서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의 결집을 호소하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노총을 향해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2일 내놓은 논평 <헌법유린 광고 장사로 내란 선전·선동 앞장선 조선일보를 규탄한다>는 “혼란한 정세 속에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가 국민 여론을 반영한 건강한 공론장 조성에 이바지하기는커녕 헌법 유린 광고 장사로 내란 선전·선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언련도 지적했듯이 이같은 광고는 ‘신문 광고는 사회 통념상 용납할 수 없는 저속한 표현 또는 폭력적인 내용을 게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을 위반한 것이랄 수 있다.

 

민언련은 “돈만 된다면 언론의 공적 책임은 내팽개친 채 극우 선동에 나서도 된다는 것인가. 조선일보는 친일과 독재 협력으로 점철된 부끄러운 과거에 민주주의 파괴 부역이란 오명까지 올릴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헌법유린 광고 장사를 통한 내란 선전·선동을 멈춰라”고 비판했다.   < 민들레 이명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