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REA
이재명, 외신 인터뷰서 “민주당 주된 가치는 실용주의”
시사한매니져
2025. 2. 2. 06:18
‘성장의 회복과 파이(자체를) 성장시키는 것’의 중요성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주된 가치는 실용주의”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이코노미스트 ‘대한민국의 잠재적 차기 대통령 이재명은 누구인가’란 제목의 기사를 보면, 이 대표는 ‘성장의 회복과 파이(자체를) 성장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2일 진행됐다.
이 대표는 외교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총선 유세 도중 정부의 대중 외교 기조를 비판하며 했던 이른바 ‘셰셰'(謝謝·고맙습니다)’ 발언에 대해 “실용외교 강조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당시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가 왜 신경 써야 하나. 우리부터 챙겨야 하지 않을까”라면서 “해당 발언은 단지 한국이 외교에서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국익을 해칠 정도로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매파’들은 달갑게 여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본에 대해서는 “현재 양국(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아 일본의 국방력 강화는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이코노미스트에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이라면서 “현재의 지정학적 현실을 감안할 때 일본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한미일) 3자 협력을 지속하는 데 이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은 한국을 침략해 끔찍한 인권 침해를 저질렀음에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아주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라고 생각하곤 했다. 변호사 시절 일본을 방문한 뒤 일본인의 근면함과 성실함, 예의에 충격을 받고 결국 정치로 인해 관계가 왜곡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외교는 ‘지나치게 복종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대북 문제에 대해선 ‘한국의 강력한 군대, 미국과의 동맹, 일본과의 안보 협력 확대’를 언급하며 “우리는 이미 북한을 억제할 만큼 군사적으로 충분히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소통과 참여를 통해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 국면에도 여당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더 높거나 양당이 접전하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서는 “현재 진행 중인 혼란에 좌절한 유권자들이 과거엔 민주당을 야당 세력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책임을 져야 하는 지도 세력’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 한겨레 손지민 기자 >
'이재명포비아'와 여론조작…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재명 악마화로 만들어진 강력한 혐오 프레임
정치검찰과 족벌언론이 만든 '사법 리스크' 본질
살인미수 테러에 무죄 판결 판사 체포 시도까지
이재명포비아 순응, 동조, 양비론, 침묵의 문제들
함께 연대해 혐오와 폭력의 작동을 멈춰야 한다
'이재명포비아'가 지금 한국 정치와 사회를 뒤흔드는 핵심 변수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것은 12.3 쿠데타의 실패로 궁지에 몰린 보수우파가 살아남기 위해 여론조작 등의 발버둥을 치며 매달리고 있는 핵심 무기이기도 하다. 이들은 '그래도 이재명은 막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즉, 이재명은 쿠데타를 일으켜 독재자가 되려던 윤석열보다도 더 위험하고 절대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이재명은 계엄보다 더한 짓도 할 사람이라는 건 상식이 있는 국민이면 동의할 것"이라면서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건 역사에 더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도 "이재명 대권 플랜을 위해서라면 경제가 망가져도, 위기가 찾아와도 상관없다는 그 무모함이 소름 끼친다"라며 공포를 부추겼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최고의 절대악으로 여기는 이 프레임은 2022년 대선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악마화로 만들어졌다. 정치검찰과 족벌언론, 극우 유튜버, 엘리트 지식인 등이 주도한 이 악마화 속에서 이재명 대표는 '인륜을 저버린 패륜아, 조폭뿐 아니라 북한 간첩과 손잡은 정치인, 수많은 부패와 비리를 저질러 왔고, 가족 전체가 범죄자들이고, 측근들의 계속되는 죽음도 사주한 파렴치하고 철면피하고 무시무시한 괴물'로 그려진다.
이런 혐오의 낙인은 지난 대선을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로 만들며 중도층에도 영향을 끼쳐서 윤석열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여기에는 완전히 사실이 아니거나 허구나 사실을 적절히 섞은 가짜뉴스들이 큰 작용을 했다. '이재명의 부모님은 공산당이었다', '이재명은 강간을 저질러 소년원에 갔다'라는 등의 가짜뉴스는 지금도 카톡방 등에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것을 막으려고 하면 국민의힘은 '카톡 계엄과 검열'이라고 반대한다.
이런 극단적 가짜뉴스들을 거부하는 대다수 사람들마저 '이재명은 공직 생활을 하면서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는 것을 보편적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비리 혐의들로 검찰에 몇 번이나 소환 조사를 받고 6차례 기소를 당했고, 지금도 10여 개의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이들은 '그래도 뭔가 문제가 많으니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의 핵심을 구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건인 '대장동 게이트'만 봐도 검찰은 2년 넘게 300번 넘는 압수수색으로 주변까지 탈탈 털고도 이재명 대표에게 간 돈을 한 푼도 찾아내지 못했다.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 증거인 '정영학 녹취록'과 검찰 수사기록 수만 쪽을 “눈에 염증이 생겨”가면서 샅샅이 뒤지고 몇 번을 읽었다는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는 이재명의 비리에 대한 근거를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고, 오히려 '검찰과 언론의 유착 속에서 전개된 법조게이트’가 대장동 사건의 본질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윤석열 검찰정권은 대선에서 승리한 후에 눈엣가시와 같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이재명을 표적 삼아 영혼까지 털어내는 마구잡이 압수수색과 표적 수사, '하나만 걸려라'라는 식의 투망식 돌려막기 기소를 하면서 정치 보복과 사법 살해를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메이저 언론들은 이런 진실을 거의 말하지 않고 오히려 검찰 받아쓰기 보도를 통해서 마녀사냥에 동참해 왔다.
이 때문에 '이재명에게는 사법 리스크가 존재하고 그것을 피하려고 방탄에 매달린다'라는 프레임은 대세로 굳어졌고, 심지어 이재명 지지자들도 '이재명은 도덕성에는 좀 문제가 있지만 실력은 증명되지 않았냐'라는 수세적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재명은 제거해야 마땅한 사악한 범죄자'라는 이러한 편견과 낙인은 지난해 초의 살인미수 정치테러의 바탕이 됐다.
12.3 쿠데타에서도 이재명에게 무죄를 판결한 판사까지 계엄군 체포 명단에 올라간 것은 이재명포비아말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쿠데타 실패 이후에도 국민의힘이나 극우 지지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재명 살해를 협박하거나 선동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주류 언론들이 수시로 대선 후보 중에 '누가 가장 좋은가'보다는 '누가 가장 싫은가'에 관한 여론조사를 반복하는 이유도 '이재명포비아'와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강력하게 작동하며 한국 정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재명포비아에 대해서 보수우파가 아니라 넓게 민주진보로 분류되는 언론, 지식인, 정치 세력들은 어떠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그러한 태도는 이재명포비아에 다시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째는 이재명포비아에 호응하고 동조하는 태도다.
정치검찰과 족벌언론들이 쏟아내는 "확정적 중범죄자", "개딸 전체주의" 같은 혐의와 낙인들을 기정사실로 단정하면서 이재명 악마화에 동참하는 것인데, 주로 '진보적 지식인'으로 불려온 사람들이 많았다. 윤석열에게는 우호적이던 이런 사람들의 일부는 결국 진중권, 김경율, 서민처럼 국민의힘 쪽으로 넘어갔다. 12.3 쿠데타 이후에는 아무 반성이나 변명도 없이 윤석열을 비난하는 흐름에 동참하면서 변신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둘째는 이재명포비아에 올라타서 오히려 그것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태도다. 이런 사람들은 '이재명으로는 야당이 비호감을 벗어나 중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없으니 사법 리스크를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찬성 때처럼 검찰의 칼까지 이용해서 유력한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이었는데, 이낙연 신당이 가장 두드러졌고 민주당 안팎의 이재명과 경쟁 관계에 있는 정치인과 세력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셋째는 '윤석열도 문제고 이재명도 문제다'라는 식의 기계적 중립과 양비론이다. 이런 태도는 지난 3년간 진보나 개혁, 또는 중도로 분류되는 주류언론들에서 많이 나타났다. 모든 양비론이 그렇듯이 이것은 실제로는 대립하는 두 세력 중에 더 강자, 즉 윤석열에게 득이 됐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들은 흔히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사라졌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윤석열의 반민주적 본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12.3 쿠데타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하지만 12.3 이후에도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과 그것을 막은 이재명이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논리는 여전히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예컨대 한국일보 칼럼은 "(이재명은) 반민주성과 독선, 부도덕, 부정의와 불공정 등에서 윤과 동전의 앞뒷면처럼 닮았다"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다시 조선일보 등이 '이번 기회에 윤석열과 이재명이 같이 한국 정치에서 없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이재명포비아'에 대한 침묵과 외면이다. 민주당보다 더 왼쪽의 진보좌파 진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런 태도는 마치 기득권 우파 카르텔의 이재명에 대한 혐오와 폭력 선동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한다. 모든 차별, 혐오, 폭력에 반대해야 한다는 원칙이 여기서는 사라져 버린다. 이재명은 권력자 중의 하나일 뿐이니, 검찰과 언론의 공격에도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이처럼 이재명포비아에 반대하고 선을 긋지 않은 상태에서 좌파적 관점에서 이재명과 민주당의 노선과 정책에 대한 여러 비판을 가한다. 그러한 비판은 대부분 타당하지만, 기득권 우파가 일으킨 이재명포비아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구분할 수 없이 섞여 버린다. 결국 이재명포비아에 동조하면서 같이 돌을 던지는 것처럼 보여지는 정치적 무능과 실패만이 남는다.
지금까지 설명한 이재명포비아에 대한 여러 대응과 태도들은 많은 부분이 겹치고 같은 사람과 세력에서도 여러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고는 한다. 하지만 기득권 우파 카르텔의 의도를 막아내며 이재명포비아의 효과를 약화시키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고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이재명포비아의 압박에 타협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 이재명 대표는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닌가"라면서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즉, '나는 당신들이 의심하듯이 기득권 세력에 정면 도전해서 급진적인 개혁을 추구하려는 위험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