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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내란] 참담한 인권위원들 "제2의 서부지법 폭동 위험해"

시사한매니져 2025. 2. 12. 13:58

남규선 "3년 만에 처음 회견…공포 분위기 조성"


원민경 "김용원 폭력 선동, 안창호는 제지 안 해"
소라미 "사임 고민하다 남아서 싸우자 결의 다져"

'윤석열 방어권' 의결 철회,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수사‧재판에 불복 조장해 폭동 발생시킬 위험성"
직원들도 "인권위 망치러 온 파괴자들" 규탄 회견

시민단체들 "인권위 의결로 극우 폭동 배제 못해"
"찬성 6인 즉각 사퇴해야"…전면적인 투쟁 선포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열리는 '2025년 제2차 전윈위원회'를 앞두고 로비에 모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5.2.10 [공동취재] 연합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죄 피의자‧피고인들의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안건을 의결하자 후폭풍이 거세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래 인권위를 장악한 극우 인사들이 반인권적 작태를 벌인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사실상 내란 세력에 동조하는 최악의 의결까지 강행하자 당장 인권위 내부에서부터 안창호 위원장을 포함한 해당 인사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인권위가 국가인권기구로서의 존재 가치를 송두리째 상실했다며 인권위 정상화를 위한 전면 투쟁을 선포했다.

 

인권위는 10일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김용원 상임위원 등이 지난달 발의한 뒤 일부 수정한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상정해 재적 위원 11명 중 찬성 6명(안창호·강정혜·이충상·이한별·한석훈), 반대 4명(남규선·원민경·김용직·소라미)으로 통과시켰다. 의결된 사항은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 시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조사 실시 등 적법 절차 원칙을 준수할 것 ▲박성제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탄핵소추의 남용 여부를 적극 검토해 남용이 인정되면 각하할 것 ▲서울중앙지법은 구속 피의자에 대해 형사법의 대원칙인 불구속 재판을 유념할 것 ▲수사기관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유념할 것 등을 권고하는 내용이다.

 

이에 반대표를 던졌던 남규선 상임위원과 원민경‧소라미 비상임위원은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의결의 철회와 안창호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어제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는 위헌 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해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의안을 의결했다. 이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옹호하고 향상시켜야 할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목적과 사명에 본질적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위법 부당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첫째, 위헌 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을 내용으로 삼아 위법 부당하다.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과 법을 위반해 대통령이 권력을 오남용한 범죄 행위이며 민주주의 파괴 시도로 법과 헌법에 따라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인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인권 침해에 대한 직권조사 의안은 부결한 반면, 위헌 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은 옹호하는 의안을 의결했다. 이는 입법‧행정‧사법부로부터 독립해 국가기관의 인권 침해 방지 업무를 수행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의 본질인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위법 부당하다.

 

둘째,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써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존재하므로 위법 부당하다. 수사기관과 재판기관을 상대로 무죄 추정 원칙과 불구속 재판 원칙을 준수하라는 의결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 결과 수사와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된 헌법재판소와 법원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발생했다. 또한 수사와 재판 절차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고 그 절차와 결과에 승복할 수 없도록 해 국가적인 혼란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제2의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를 발생시킬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들 인권위원은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비상계엄으로 인해 초래된 인권 침해의 문제는 외면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인권 보장에 앞장섬으로써 국가적 혼란을 야기하고 인권위 신뢰를 실추시킨 의결에 반대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인권위 설립 목적을 훼손시키는 의결을 주도한 위원장은 자격을 상실했다"고 규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남규선 상임위원(가운데)과 원민경(왼쪽)‧소라미 비상임위원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JTBC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이들이 성명 발표를 마치자 주변에 있던 인권위 직원들은 박수를 보내며 "힘내세요!" "지지합니다!"라고 외쳤다. 취재진과의 문답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남규선 상임위원은 "2021년 8월에 임명돼 3년여 동안 상임위원으로 재직 중인데 그동안 이런 기자회견을 자청하거나 나온 적이 없다"며 "그런데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다. 어제 그 의결은 매우 부당하고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의결 결과를 바꿀 수는 없지만 결정문에 반대 의견을 넣어서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와 전원위원회를 방청하며 반대 측 위원이 발언할 때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을 일으킨 데 대해 남 상임위원은 "현장에서 야유 등이 나왔을 때 사실 불쾌했다. 아침 일찍부터 인권위에 들어와서 저희가 위원실 바깥에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그렇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자체가 심의 의결권의 침해로 느껴졌다. 외부에서 위원들을 향해 물리력으로, 힘으로 압박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개탄했다.

 

원민경 위원은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안창호 위원장이 그런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용원 위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는 위험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안창호 위원장은 어떠한 제지나 의견도 없이 그대로 회의를 진행했다"면서 "김용원과 안창호, 이충상, 강정혜, 이한별, 한석훈 위원에 의해 인권위원회가 어제 사망했지만, 다시 새로운 인권위원회가 탄생할 것으로 믿고 활동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이 인권위원회를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소라미 위원은 "저는 공익변호사로 일할 당시 이주 여성이나 아동 인권과 관련된 활동을 했는데 인권위에서 내주는 권고와 의견 표명, 실태조사 이런 것들로 굉장히 큰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지난해 10월부터 인권위원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나도 우리 사회의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을 더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함께 힘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회의에 참여할 때마다 그 논의의 수준이나 태도 등이 제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분위기여서 굉장히 놀랍고 당혹스러웠다. 어제 그 의결을 거치고 더 이상 이런 결정에 이름을 올리고 싶지 않아 사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그래도 남아서 계속 인권의 목소리를 내보자고 오늘 사실 결의를 다지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오후 인권위 직원 50여 명도 따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인권위는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 안창호 위원장은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한석훈·이한별·강정혜 비상임위원과 합을 맞춰 국민의 인권 보호라는 역할을 저버린 채 윤 대통령의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허울뿐인 대통령 지키기에 급급했다"며 "이들은 인권위를 망치러 온 파괴자들"이라고 성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문정호 노조위원장 및 직원들이 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 권고안 가결 규탄 호소문 발표에 앞서 국민을 향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5.2.11. 연합

 

시민사회단체들도 대거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인권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건 의결이 윤석열의 구속취소에 대한 법원 판단이 임박한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도 매우 우려스럽다.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법원의 판단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나아가 만약 구속취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극우세력이 다시 폭동을 일으킬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만일 사법부를 부정하는 폭동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이 안건에 찬성한 6명의 인권위원, 특히 '헌법재판소를 두들겨 부수어야 한다'는 등 폭동을 선동한 김용원 인권위원이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더욱 경악스러운 점은 인권위가 이같이 내란 범죄를 옹호하는 안건은 통과시키면서도 정작 비상계엄으로 인한 시민들의 인권 침해를 인권위가 직권으로 조사하도록 하자는 안건은 같은 날 부결시켰다는 사실"이라며 "인권위는 설립의 목적도 역할도 모두 상실했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안건을 발의한 김용원‧한석훈‧이한별, 철회서를 내고는 수정안에 찬성한 강정혜, 애매한 입장을 취하다 끝내 동참한 이충상, 그리고 마지막 찬성표를 던진 안창호. 이 6인에 의해 반인권, 반헌법적 안건이 의결된 이 날은 인권위가 문을 닫은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 정상화를 위한 전면적인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따로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의결을 통해 스스로 인권이 아닌 권력에 굴종함을 보여준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 이충상, 한석훈, 강정혜, 이한별 위원은 즉각 사퇴하라"면서 "비상행동은 오늘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실, 유엔인권이사회,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등 국제사회에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퇴보와 6인 위원들의 만행을 알리는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다. 특히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등급 강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