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t 뉴스

[윤석열 내란] 안중근마저 욕보인 '찐윤' 검사장…"출마? 파면해야"

시사한매니져 2025. 2. 15. 13:06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에도 '이영림 파문' 계속

'내란수괴'와 '순국선열'을 동렬에 두고 망발 쏟아

'윤석열 사단'으로 검사장 승진, 현직 춘천지검장
추미애 장관 땐 공보관 신분으로 '윤 총장' 엄호
'강원 출신 최초 여성 검사장'…국힘 출마 노림수?

"이런 정치 검사 빨리 파면해야" 각계 집회‧성명
독립운동단체들 "안 의사 존함을 함부로" 격앙
헌재 공격 팩트도 엉망…오히려 윤 방어권 과도

 

이영림(53·사법연수원 30기) 신임 춘천지방검찰청장이 16일 오후 강원 춘천지검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4.5.16. 연합
 

2월 14일은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이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는 일제에 의해 뤼순 감옥에 갇혀 형식적인 재판을 거치다 이듬해 2월 14일 마나베 주조 재판장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불과 한 달여만인 3월 26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안 의사 서거 115주년을 맞은 오늘날까지도 매국적 토착 왜구와 내란 세력이 준동하며 안 의사마저 욕보이고 있어 후손들의 부끄러움과 분노를 깊게 하고 있다.

 

이영림 춘천지검장이 '내란수괴' 윤석열 대통령을 '순국선열' 안중근 의사와 동렬에 두고 옹호했던 망발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검사 출신으로서 내란에 대놓고 동조하고 있는 인물은 국민의힘 '투톱'인 권성동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대리인단의 윤갑근‧석동현‧황교안 변호사, 국가인권위원회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 상임위원 등 여권에 부지기수로 존재하지만 이영림 지검장은 현직 검사, 그것도 지방검찰청을 지휘하는 검사장 신분이라는 점에서 그 노골적인 커밍아웃이 특히 도드라져 보인다.

 

그래서 이영림 춘천지검장이 지난 12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한 헌재를 보며>라는 글을 올렸을 때 조선일보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단독] 현직 검사장 "절차 존중 않는 헌재, 日帝 재판관보다 못해">라는 기사를 재빨리 보도했고, 심지어 <현직 검사장 "일제 재판만도 못한 헌재">라는 사설까지 내 국민 대다수가 모르던 이 지검장을 앞장서 띄워줬다. 대통령 변호인단 역시 잔뜩 고무된 채 <일제 강점기 재판관보다 못하다는 헌법재판관>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해 '찐윤' 세력끼리 짜고 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영림 춘천지검장이 서울남부지검 공보관이던 2020년 6월 8일 신라젠 경영진 등의 비리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 당시 검찰은 "정·관계 로비 의혹은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0.6.8. 연합
 

그도 그럴 것이 이 지검장은 윤 대통령 취임 후인 2023년 9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전고검 차장검사를 거쳐 지난해 5월부터 춘천지검장으로 근무 중인 '윤석열 사단'의 일원이다. 2005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직접적인 '근무연'도 있다. 이 지검장은 2020년 8월 서울남부지검 공보관 신분으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엄호에 적극 나서 검찰 안팎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장관 시절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골자로 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가 나오자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찰을 다루는 저들의 방식에 분개한다. 그 방식에 기생하려는 몇몇 인사들 또한 검사라는 사실이 한없이 부끄럽다"고 문재인 정부를 거칠게 비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부터 보직 경로가 풀려 현 정권 출범 뒤에는 더욱 승승장구한 이 지검장은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강릉여고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강원도 출신 최초의 여성 검사장'으로서 지역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던 이 지검장이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보수색이 강한 지역 정서를 고려해 의도적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벌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그분이 다음에 정치에 진출하려고 윤석열 집단에, '윤석열힘당'에 아부하고 있지 않는가"라며 "이런 정치 검사는 하루속히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오전 강원 춘천시 춘천지검 앞에서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최근 헌법재판소를 비판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린 이영림 춘천지검장(54·사법연수원 30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2.14. 연합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지검장 행태를 좌시하지 않고 일제히 들고 일어나 사퇴를 압박했다. 지역 내 많은 단체가 연대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 퇴진 강원운동본부, 강원민주재단, 민주주의와 민생사회 공공성 실현을 위한 춘천공동행동은 14일 춘천지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검찰청은 내란범을 옹호하고 친일 망언을 한 이영림 지검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 지검장은 스스로 친윤 검사임을 자임하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헌재 심리 과정을 왜곡했다"면서 "오늘은 안중근 열사가 일제 침략자들에 의해 부당한 판결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날이다. 거짓 선동으로 내란범을 옹호한 이 지검장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견 후에는 춘천지검 민원실을 방문해 '내란피의자 윤석열 비호 및 거짓과 왜곡된 근거에 의한 사법부 폄훼와 고위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에 대한 지검장 사과와 사퇴 촉구' 항의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항의서를 통해 "일본 제국주의 미화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이영림 지검장은 스스로 검사복을 벗고 극우 선동가로 나서든, 극우 정치인으로 나서든 선택을 하라"고 꼬집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도 이 지검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은 성명에서 "헌정 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을 섬길 것을 다짐한 검사가 내란 범죄자를 옹호하겠다고 안중근 의사의 존함을 함부로 사용했다"며 "안중근 의사는 나라의 독립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일제에 항거한 우리 공동체의 역사다. 내란 범죄자, 헌법파괴자, 국가 공동체의 안녕을 해친 범죄자에 비유해 거론될 수 있는 성함이 아니다"라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검사로서 기본적인 소양조차 없는 무지한 사람이고 고위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내란을 옹호하는 행위를 자행한 것"이라며 "이영림 춘천지검장은 즉시 사퇴해야 한다. 법무장관 대행과 검찰총장은 즉시 감찰을 하고 일벌백계해 공직자의 위상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다시는 이와 같은 망언과 역사 왜곡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5주년 기념 특별전시 '안중근 書'에 '독립'이라고 적힌 안중근 의사의 유묵이 전시돼 있다. 2024.10.23. 연합

 

앞서 이 지검장은 12일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절차에 대한 존중이나 심적 여유가 없는 재판관의 태도는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21세기 대한민국 헌법기관의 못난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헌법재판소 문형배 재판관은 지난 6차 변론에서 증인신문 이후 3분의 발언 기회를 요청한 대통령의 요구를 '아닙니다, 돌아가십시오'라며 묵살했다. 피청구인인 대통령의 3분 설명 기회마저 차단하고 대통령이 직접 증인을 신문한 것도 불허한 것"이라고 헌재를 정면 공격했다.

 

또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암살로 검거돼 재판받을 당시 일제 재판부가 안 의사에게 1시간 30분에 걸친 최후 진술 기회를 줬다면서 "재판부는 안 의사가 스스로 '할 말을 다 했으니 더 이상 할 말은 없다'고 할 때까지 안 의사 주장을 경청했다. 경청은 타인의 인생을 단죄하는 업무를 하는 법조인의 소양 중 기본"이라고 자신의 궤변에 안중근 의사를 동원했다. 나아가 "일부 재판관들의 자질로 인해 향후 헌재 또한 반헌법적, 불법적 행위로 국민의 판단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금 헌재가 대한민국 헌법의 수호기관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헌재에 대한 적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윤석열의 내란 행위를 옹호하며 동시에 일제까지 미화한 이 지검장의 주장은 사실관계부터 엉망이었다. 2월 6일 6차 변론에선 이 지검장이 말한 그런 상황이 아예 없었고, 2월 4일 5차 변론 때 비슷한 상황이 있긴 했지만 당시 '3분 발언'을 요청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 아니라 윤갑근 변호사였다. 당시 윤 변호사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대한 증인신문 뒤 윤 대통령이 8분 넘게 의견 진술을 마쳤는데도 그 직후 재판부에게 다시 3분을 더 달라고 무리하게 졸랐다. '대통령의 발언 기회'를 요청한 게 아니라 변호인이 사전에 합의된 증인신문 시간을 다 쓴 상태에서 '추가 증인신문'을 요구했다가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문형배 재판관에 의해 거절당한 것이다.

 

문형배 "증인 돌아가십시오. 수고하셨습니다."

윤갑근 "재판장님 3분만 질문할…."

문형배 "아닙니다. (증인) 돌아가십시오."

윤갑근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문형배 "아닙니다. 약속을 하셨고요."

 

여기서 문 재판관이 언급한 '약속'은 재판 시작 전에 정해진 신문 시간 제한을 뜻한다. 헌재는 청구인(국회)과 피청구인(대통령) 대리인들이 증인에게 주신문과 반대신문으로 각 30분, 추가 주신문과 반대신문으로 각 15분까지 쓸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헌재는 증인신문 절차가 끝날 때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시간 제한도 없이 발언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주고 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매번 헌재에 나올 때마다 "홍장원의 공작과 특전사령관의 '김병주TV' 출연부터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이다"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나는 '인원'이라는 말을 써 본 적이 없다" 등 온갖 아무말 대잔치를 장황하게 벌일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답변을 들은 뒤 발언을 하고 있다. 2025.2.6.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

 

국회 측 대리인단의 김진한 변호사는 1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 지검장을 향해 "헌재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동영상을 보기를 권한다. 동영상을 보면 본인 생각보다 피청구인(윤 대통령) 방어권이 과도하게 보호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우리 헌재를 일제 식민지 시대의 총독부 재판소랑 비교하는 잘못된 표현으로 국민을 혼란시키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공직자의 도리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놨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내란수괴를 향한 현직 검사장의 때아닌 충정이 눈물겹다. 나라를 구하려고 몸을 던진 안중근 의사와 나라를 망치려고 계엄을 던진 내란수괴 윤석열을 비교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며 "대한민국의 현직 검사장이 '천황 폐하 만세, 윤석열 만세'를 외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냥 검사복 벗고 국민의힘에 입당해 한 자리 받고 싶다고 외치라"고 힐난했다.

 

검사 출신인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의를 생각한 적도, 목숨을 바칠 각오도 없는 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자들이 감히 안중근을 입에 올리고 있다"면서 "조직의 명운이라면 정의를 내세우고, 사사로운 생존의 문제에는 부하와 나라를 팔기에 급급하지 않았는가?"라고 냉소했다.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도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어따 대고 검사장이 헌재 재판이 바르니 아니니 입을 떼고 있나. 검사 주제에 가만히 보자 보자 하니까 요즘 검사나 판사들이 오히려 사법부를 훼손한다"며 "엉터리 같으니라고. 그리고 안중근 재판이라니, 어따 대고 안중근과 윤석열을 비교하나"라고 기막혀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