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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내란] 검찰 ‘명태균 게이트’ 인지 때 윤석열 계엄구상

시사한매니져 2025. 2. 22. 04:21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지난해 3월 인지”

“‘명태균 녹취록’ 검찰 제출 시기는 작년 4월”
검찰, 언론 첫 보도 9월 훨씬 이전부터 알아

‘윤석열 오른팔’ 김성훈, 창원지검장에 투입
‘명태균-김건희 게이트’ 덮으려는 수순이었나
김성훈 후임 지검장 정유미도 ‘윤석열바라기’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9. 연합
 

‘명태균-김건희 게이트’ 사건을 전담수사 해온 창원지검의 수사 결과를 두고 부실수사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이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최초 인지한 시점이 언론에서 관련 의혹을 첫 보도한 지난해 9월이 아닌 지난해 3월이었고, 검찰의 명태균 녹취록 확보 시점도 지난해 4월이라는 증언이 사건 중요 관계자 등으로부터 나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3월 말~4월 초순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김용현 국방부장관 등에게 ‘시국 상황이 걱정된다.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등의 발언으로 계엄을 구상했던 흔적이 공소장에서 밝혀진 바 있다.

 

윤 대통령이 2024년 4월 전후로 검찰 등으로부터  ‘명태균 김건희 관련 사건’ 등을 보고받고 계엄을 구상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새로 제기된다. 또 검찰은 첫 언론보도 6개월 전부터 명태균 김건희 게이트의 중요단서를 확보하고도 수사를 뭉개왔던 셈이어서, ‘명태균·내란 특검’ 여론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범정, 지난해 3월 ‘명태균 게이트’ 인지

‘명태균 녹취록’ 검찰 제출 시기는 작년 4월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명태균-김건희 게이트’ 사건 관계자와 검찰 등 상대로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명태균 게이트 공익제보자 강혜경 씨는 지난해 3월 창원지검에서 첫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4월 휴대폰을 임의제출 했다. 이 휴대폰에는 현재 언론에 공개된 ‘명태균과 김건희 공천 개입 및 국정농단 의혹’ 등과 관련한 녹취록 등이 모두 담겨 있었고 강 씨는 검찰에 자세한 설명과 함께 “모든 의혹을 제대로 수사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강 씨가 지난해 3월 창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은 2023년 12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조사해 검찰에 넘긴 데 따른 것이었다. 애초 강 씨는 2023년 5월쯤 받은 선관위 조사 때부터 “김영선 의원이 국회의원 세비를 명태균 쪽에 절반 보낸 것은 명씨가 공천을 위해 애써준 대가이고, 김건희 등과도 관련돼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다만 선관위는 2023년 12월 김영선 의원 등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만 검찰에 수사의뢰 했다.

 

지난해 4월 휴대폰과 각종 자료 등을 검찰에 임의제출한 강 씨는 명태균 게이트가 터진 지난해 9월 이전 이미 네 차례 검찰에 출석해 조사까지 받았다고 한다. 강 씨가 검찰 수사관에게 ‘김영선과 명태균, 김건희 등과의 관계’를 자세하게 진술했지만 수사관이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고, 결국 강 씨가 휴대폰 등을 제출해 주장을 입증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공천 개입 의혹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지 않고, 강 씨의 휴대폰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만 수사자료에 넣었다는 게 강 씨 쪽의 설명이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최초 수사 때부터 김영선 의원의 단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아니라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 등 사건이 수사의 본질이라는 점을 2023년 12월, 늦어도 지난해 3~4월부터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언론보도로 이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까지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이다. <워치독> 취재에 응한 한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이미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범정)에서 명태균 관련 의혹을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명태균 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들어가고 있다. 2024.10.23. 연합

 

2024년 3~4월 검찰, 명태균-김건희 증거 확보

2024년 11월 4일 창원지검 첫 수사보고서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이 지난해 9월 <뉴스토마토> 보도로 ‘김건희 명태균 사건’ 을 첫 인지한 게 아니라 지난해 3~4월께 명태균 녹취록 등을 확보해 자세한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12·3 계엄 내란사건이 ‘구국의 결단’이라는 식의 윤 대통령 설명은 신뢰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공소장을 보면, “윤 대통령은 2024년 3월 말~4월 초순경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대통령 안가에서 김용현 국방부장관, 조태용 국정원장 등과 함께 식사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시국상황이 걱정된다고 하면서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 ‘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면서 2024년 3월~4월 계엄을 첫 구상했던 사실이 확인된다. 이는 명태균 녹취록이 검찰에 넘어간 시점과 일치한다.

 

이어 윤 대통령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2024년 11월 9일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국방부장관 공관 2층 식당에서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함께 식사를 하였고, 이때 시국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취지로 비상계엄에 관해 이야기하였다”는 대목이 있다. 또 2024년 11월 4일 창원지검의 수사보고서로 명태균 컴퓨터에 ‘김건희 명태균 공천개입과 국정농단’ 관련 문자메시지 등이 대량 보관돼 있던 사실이 드러나고, 2024년 12월 2일 명태균씨 쪽은 이른바 ‘황금폰’을 민주당에 넘겨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12월 3일 계엄 내란사건을 일으켰다.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2024년 3월 말~4월 초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구상한 시점, 2024년 11월초 계엄 실행을 준비하던 시점, 2024년 12월3일 계엄일을 확정하던 시점 등은 모두 ‘명태균 김건희 게이트’과 관련한 결정적 고비들과 맞닿아 있었던 셈이 된다. 윤 대통령의 계엄 내란 사건 동기에 대해서도 특검을 통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명태균 게이트와 12.3 내란 사태 관련 타임라인.(그래픽 제작=굿모닝충청 디자인팀)

 

‘윤석열 오른팔’ 김성훈 창원지검장 투입

‘명태균-김건희 게이트’ 덮으려는 수순?

 

창원지검이 명태균 김건희 게이트의 결정적 단서들을 사건 초기부터 확보해놓고도 수사를 뭉개온 의혹 역시 12 ·3 내란 사건 특검의 중요한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

 

검찰이 ‘명태균-김건희 게이트’ 의혹을 접하고 수사를 뭉갠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은폐하려 애쓴 것처럼 해석되는 정황은 이미 공개된 명태균 녹취록에서도 확인된다. 민주당이 공개한 이른바 '충성맹세 사건’ 명태균 녹취록을 보면, 명태균 씨는 회계담당자 강혜경 씨에게 2023년 11월 25일, 12월 9일 통화 때 “창원에 지검장은 다 나때문에 왔는데 (중략) 경찰청장부터 해서 검찰부터 해서 김영선에 잡혀가 다 충성맹세 시킨 거 아냐. 내가 데리고 와서 김영선한테 ‘충성합니다’ 다 세 번씩 외쳤어. 선관위 (사건이) 아무리 넘어와도 경찰이 다 없애버려. 내가 해줬어. 그거 한 달도 안됐다”고 말했다. 

 

해당 녹취록에 근거한 <워치독> 취재를 더 하면, 명태균 씨는 처음에 “왜 쓸 데 없는 이야기를 선관위에 해서 일을 크게 만드냐”며 강 씨를 크게 나무랐지만 “다 조처를 해서 별일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강 씨는 이때 이미 명 씨와 김영선 의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있었고, 그는 명 씨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검찰에 출석해 휴대폰을 제출하고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자세하게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 당시 창원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김성훈 검사였다. 김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의 옆에 두게 해달라고 특별히 청탁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 검사는 윤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때부터 함께 하면서 신뢰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창원지검은 검사장들 사이에서 선호되는 곳이 아니다. 그곳에 특별히 윤 대통령의 핵심 오른팔이 지검장으로 갔다는 것은 무언가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영선 의원 관련 선관위 고발 사건을 경찰에 맡기지 않고 검찰이 직접 관리한 것도 이례적인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유미 창원지검장이 17일 대구지검 신관 7층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구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4.10.17. 연합

 

2024년 5월 정유미 창원지검장이 새로 왔는데 정 지검장 역시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바라기’ 검사로 알려져 있다. 정 지검장은 김영선 의원 사건을 소속 검사 없이 수사관들만 있는 수사과 형사4부에 배당했고, 지난해 10월에서야 검사가 있는 형사부로 옮긴 것이 드러나 국회에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강혜경 씨 등을 조력하고 있는 한 법조인은 <워치독>에 “검찰은 강혜경 씨의 진술로 선관위에서 사건이 넘어온 2023년 12월 혹은 강혜경 씨가 휴대폰을 제출한 2024년 4월쯤 이미 명태균과 김건희, 윤석열 관련 여러 의혹 등을 알고 있었는데 단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덮어온 듯하다. 검찰이 지난해 9월 말 강혜경 씨가 보관하던 명태균 피씨(PC)를 압수수색 했지만 언론 보여주기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창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한 참고인도 <워치독>에 “검사가 ‘정말 명태균이 들려준 통화에서 김건희 윤석열 음성 들은 게 맞냐?’고 계속 떠보았다. 검찰은 포렌식 해서 증거 다 갖고 있었으면서 그런 질문을 한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창원지검은 이와 관련한 <워치독>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9월부터 근 6개월 간 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명태균 특검만이 초유의 국정 농단을 제대로 밝혀낼 유일한 열쇠다”라고 17일 입장을 냈다. 그러나 검찰이 6개월보다 훨씬 앞선 1년여 이상 명태균-김건희 관련 의혹을 자세히 알고 있었던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명태균 특검’, ‘내란 특검’  여론은 더욱 높아질 듯 보인다.  < 허재현·김성진·조하준·김시몬 워치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