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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손들어준 검찰…“증거인멸 소지” 경호처 문건에도 영장 기각

시사한매니져 2025. 2. 24. 16:26

검찰이 내란의 주요 증거 확보하려는 강제수사 막아선 셈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에 출석하고 있다. 김 차장은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저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대통령경호처 실무자들이 증거인멸 우려까지 나타내며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비화폰 데이터 삭제 지시를 거부한 문건까지 확보됐는데도 검찰이 김 차장 구속영장을 무리하게 기각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영장 기각을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내란의 주요 증거를 확보하려는 강제수사를 막아선 모양새여서 비판이 거세다.

 

23일 한겨레 취재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인한 내용을 종합하면, 경찰은 김 차장 구속영장을 세번째 신청하면서 경호처에서 확보한 ‘처(處) 보안폰 보안성 강화 방안 검토 결과’ 문건을 첨부했지만 검찰은 이를 기각하면서 “김 차장의 보안 조치 강화 주장에 일부 부합”한다는 사유를 밝혔다. 문건 제목과 마지막 문장(“단말기 보안성 확보를 위한 추가 방안 다방면 지속 검토 중”)에 ‘보안성 강화’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며 이렇게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목과 문구는 김 차장의 지시를 실무자가 완곡하게 거부하기 위해 삽입한 내용으로 보인다. 경찰도 이런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 차장에게 유리하도록 문건 내용을 검찰이 거꾸로 해석한 것이다. 나아가 문건에는 김 차장의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가 증거 인멸에 해당해 위법할 수 있다는 ‘검토 사항’(“형법 155조 증거인멸 관련 문제 소지”)이 명확히 담겼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 차장에게 유리한 대목만 떼어내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이다.

 

검찰은 또 김 차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에 형소법 110조 등 예외가 부기되는 등 논란이 있어 특수공무집행방해의 범의(범죄의 고의)가 있는지 다툼이 있다’고 했다. 한겨레가 이런 내용을 보도하자 검찰은 “체포영장의 적법성을 문제 삼은 것은 아니다”라고 추가 해명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경찰과 영장 재신청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법조인들에게 물어보니 영장에 형사소송법 제외 조항을 넣은 것은 문제라고 하더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영장 집행 저지는 공무집행 방해 시비가 있을 수 있다’는 경호처 내부 문건도 경찰이 확보해 제출했지만 검찰의 김 차장 구속영장 기각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김 차장은 앞서 국회에서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국회 내란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비화폰 서버 관리자에게 삭제 지시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김 차장은 “없다”고 답했다. 단말기 삭제 지시는 숨긴 것이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의 ‘체포 저지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윤 대통령이 김 차장에게 이를 지시한 문자메시지가 확인되기도 했다.

 

검찰의 무리한 영장 기각이 이어지다 보니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한 경정급 경찰은 “검찰의 영장 불청구 사유가 얼토당토않다 보니, 비화폰 서버를 열면 검찰에 불리한 내용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고 했다. 한 총경급 경찰은 “법원의 판단까지 가로막으며 검찰이 영장을 뭉개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은 한겨레에 “여러 사람이 증언하는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는 애써 외면하고 ‘보안성 강화’라는 김 차장 쪽의 궤변만 인정하는 검찰의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검찰도 이들과 한편이 아닌지 의심될 지경”이라고 밝혔다.  < 한겨레  이지혜  정환봉 기자 >

 

이틀에 한번씩, 윤석열 ‘내란 증거’들이 삭제되고 있다

 
지난 20일 탄핵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수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구속영장을 세차례나 기각하면서 내란의 핵심 증거가 사라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이 비화폰 서버 기록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가 이를 번번이 막아섰고 그 정점에 김 차장이 있기 때문이다.

 

비화폰은 통화 내용이 녹음되진 않지만 경호처가 관리하는 서버에 통화 기록은 남아 있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과 통화했다.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전화해 주요 인사를 체포하고 국회에 모여든 의원들을 국회의사당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통화 기록이 확인된다면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경찰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다섯차례나 비화폰 서버 기록 확보에 나선 이유다.

 

그러나 김 차장이 지휘하고 있는 경호처는 ‘군사·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의 압수나 수색은 책임자 승낙이 있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조항(110·111조)을 들어 이를 모두 거부했다. 검찰이 김 차장 구속영장을 세차례나 기각해 경호처를 지키게 함으로써, 비화폰 서버의 빗장이 열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비화폰 서버 기록은 이틀 간격으로 자동 삭제되고 시간이 지나면 여러번 삭제와 덮어쓰기가 반복되면서 복구가 어려워진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인데 비화폰 서버 기록을 살려내지 못하면 윤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의 주역들이 누구와 통화했는지 영원히 알 수 없게 된다.

 

한 경찰 간부는 “압수수색과 신병 확보는 초동수사의 가장 중요한 과정인데, 검찰의 영장 기각으로 비화폰 서버를 틀어쥐고 있는 경호처 수사를 사실상 개시도 못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는 “경호처를 장악하고 있는 김 차장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검찰 영장 기각으로 경호처 내부자의 진술을 오염시킬 시간을 벌어준 꼴”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고검에 영장심의를 신청하는 등의 불복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장심의위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지 않고 기각했을 때, 검찰 처분의 적정성을 관할 고검에서 심사하는 기구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에도 검찰의 통제력이 작동하고 있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 한겨레 이지혜  정환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