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REA
김상욱 “패가망신 길 가고 있지만, 헌법 무너지는데 가만 있을 수 없다”
시사한매니져
2025. 3. 19. 11:51
인터뷰 |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즉시항고 포기’ 앞뒤 안맞는 검찰, 통치수단으로 전락
‘헌재 협박’ 국민의힘, 진영 승패·기득권 지키기 매몰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과 처음 통화하려면, 먼저 용건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보낸 다음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욕설 전화가 하루에도 수백통씩 쏟아져, 저장되지 않은 번호를 자동차단하는 기능을 설정한 탓이다. 변호사 출신의 ‘전도유망한 청년 정치인’이던 그는 12·3 비상계엄 이후 여권의 독보적인 ‘공식 밉상’이 됐다. 국민의힘 당론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고,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 찬성에 이어 최근 명태균 특검법엔 ‘나홀로’ 찬성표를 던졌다. 당 안팎에선 제명·탈당 요구가 빗발치고, 그를 지탱해온 정치·사회적 기반은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국민의힘 당헌은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패가망신의 길을 가고 있다”면서도 “헌법이 무너져 내리고 민주주의가 멈추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하루에 항의 전화가 얼마나 오나?
“예전보다는 줄었는데, 그래도 최소한 200~300통은 온다. 문자 메시지는 훨씬 많다. 특히 ‘탄핵 기각되면 죽을때까지 단식한다’는 기사가 난 이후에는 ‘제발 죽어라’ ‘죽는지 안죽는지 지켜보겠다’ 이런 문자가 많이 온다.”
―‘탄핵 기각되면 단식하겠다’는 말이 화제가 되긴 했다.
“사실 ‘기각되면 단식’에 방점을 찍은 말이 아니었다. 애초엔 ‘정치인들이 사회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나도 탄핵이 기각된다면 죽을 각오로 단식을 할 마음이지만 거리로 나서지 않는다.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취지였다. 앞뒤 맥락이 빠지고 ‘탄핵 기각되면 단식’이라는 말만 남았다. 다만 국회의원은 헌법 수호 의무를 선서한 자들이다. 만에 하나 탄핵이 기각된다면, 그건 헌법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때는 헌법 수호의 의무가 있는 자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선고가 늦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법리적으로만 보면 인용을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각하 주장을 하는 쪽에선, (심판 과정에서) 내란죄가 철회되면서 소추 사실의 동일성이 침해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헌재 심판은 형법상 내란죄로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헌법상 탄핵 사유가 되는 내란 사실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이건 법적 평가의 차이에 불과하지, 사실 관계가 바뀐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 재판부의 소추 사실 변경에 대해 상당부분 재량성을 인정한 선례가 있다. 이게 각하 사유가 된다면 박 전 대통령 재판도 잘못됐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 기각을 하려면 비상계엄이 정당하다고 인정해야 하는데 가능하지 않다. 다만 워낙 비상식적인 일이 많다보니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법대로 했다면 벌써 결정을 했어야 한다. (선고가) 너무 길어지는 그 자체가 재판관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명확한 사안인데 왜 이렇게 끌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 석방에 충격받은 이들이 많다. 특히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구속 취소 이후에 즉시항고를 해서 다시 구속시킨 사례가 여러 건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에 대해서만 하지 않은 것은 특혜다. 그러면서 검찰은 곧바로 구속 기간을 ‘시’가 아난 ‘날’로 계산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즉시항고나 보통항고를 하지 않은 것은 법원의 결정에 동의한다는 의미인데, 정반대의 지침을 내린 것이다. 앞뒤가 안 맞는다. 대한민국 검찰이 유독 대통령에게만 비상식적인 부분을 보이고 있다. 명태균씨 사안도 똑같다.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이 명확하게 드러나있다. 검찰은 이걸 수사 초기에 확보했을텐데, 그럼에도 일체 수사를 하지 않았다. 검찰이 정치의 통치수단이 되어버렸다.”
―탄핵 선고가 임박했는데 윤 대통령의 승복 관련 메시지가 안 나온다.
“대통령은 사회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해야 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계속 갈등을 유발하고 선고 결과에 대한 불복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 상태라면 헌재 결정 뒤에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헌재에 탄원서도 내고 협박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왜 이러나?
“정당의 가치는 당헌에 규정된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의힘 당헌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5‧18 민주화 운동 등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오직 진영의 승패에만 매몰되어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우리 진영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니 상대가 집권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생각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그게 비상계엄까지 이어진 것이다. 또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리 욕심과 사리사욕이 너무 많다. 정치적 유불리에 집중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매몰돼 있다. 정치적으로 이득이 된다면 거짓으로라도 국민을 선동해야 한다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멀윤’(멀어진 친윤)으로 분류되던 중진 의원들이 탄핵 반대에 앞장서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정치적 이익이 제일 큰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수위가 올라가서 계엄이 정당하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비상계엄이라고 하는 건 말 그대로 마샬로(martial law), 즉 군정이다. 민주주의가 정지되는 것이다. 계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를 부숴야 한다’는 진영 논리에 따른 것이다. 그런 주장을 함으로써 강성 지지층들이 본인을 지지하게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당권을 장악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을 순교자처럼 만들어서 강성 지지층이 집결하도록 하고, 그 세력을 지지 기반으로 삼아 당권과 그 이후까지 도모한다. 정치공학적 계산이다. 여기엔 사명감도, 국민도 빠져 있다. 그저 자기 자신을 위한 정치다.”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은 이런 모습에 회의적인 것 같다.
“보수·중도·진보, 이런 분류를 떠나서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일반 국민을 상정해야 한다. 보수층에서도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당 분위기가 바뀔까?
“바뀌어야 한다. 국민 신뢰를 되찾고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선보다는 당권을 생각하는 사람은 강성 지지층을 모아서 당내 주도권을 잡겠다는 생각을 할거다. 지금까지는 이런 사람들이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고 있다. 또 윤 대통령 입장에선 대선에서 이기든 지든 자기를 위해 일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것이다. 서로 니즈(필요)가 맞는거다. 그러니 아무래도 더 강성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대선 후보는 지금 상황에선 누가 제일 유력한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은 반헌법적·반보수적·반민주적인 행위였다.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던 후보라야 최소한의 자격 요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을 기준으로 할때, 당심과 민심 비중이 각각 50%이었다. 그런 후보가 선출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려스럽다. 특히 민심 50%도 역선택 방지 조항이 들어가 있어, 당이 점점 우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노출돼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당이 또다시 어려움에 닥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