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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에 "배아픈" 조선일보의 '놀부 심보'
시사한매니져
2025. 4. 9. 14:25
헌재 선고 다음날 드러낸 '말기암 환자' 불안감
이재명·민주당에 악담? '악마가 천사 욕하는 격'
개헌론 불지피는 이유? '윤석열 잊어달라는 것'
국힘 대통령 '3연속 감옥· 2연속 탄핵’' 어쩌나
확증편향에 거짓으로 쌓은 성 무너질까 불안감

마침내, 결국, 드디어, 윤석열은 탄핵되었다. 온갖 분탕질로 나라를 어지럽힌 윤석열 부부 정권은 막을 내렸고, 윤석열의 이름 뒤에는 ‘전(前)’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란 수괴 윤석열이 파면된 것 빼고 달라진 건 없다. 기가 꺾이긴 했지만 내란 세력은 여전히 준동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창출에 ‘일등공신’인 조선일보도 그러하다.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해야 성이 차는 ‘대(大)’ 조선일보는 윤석열에 이어 또 다른 윤석열을 창출하려고 안달하고 있다. 윤석열이 탄핵된 다음날의 조선일보에 그렇게 쓰여 있다.
헌재의 윤석열 파면을 전하는 조선일보의 1면 제목에는 별 감흥이 없다. 조선일보의 1면 제목은 ‘“국가 긴급권 남용” 윤석열 대통령 파면’인데, 의도적으로 어려운 법률 용어를 써서 물타기를 한 게 아닌가 싶다. 참고로 동아일보의 1면 제목은 ‘8:0 전원일치 “윤 계엄은 위헌”’이고, 중앙일보도 1면에 ‘8:0’이라는 숫자를 큼지막하게 박았다. 한겨레는 ‘윤석열 파면...민주주의 지켰다’로 제목을 뽑았고, 경향신문은 1면을 기사 없이 ‘끝내, 시민이 이겼다. 다시, 민주주의로’라는 15글자로 채웠다.

배가 아프다. 속이 쓰리다. 요즘 조선일보가 그렇다. 조선일보 활자에는 놀부 심보가 묻어난다. 조선일보의 행간에선 놀부 마누라와 뺑덕어미가 고개를 삐죽 내민다. 윤석열은 결국 파면됐고 이재명은 마침내 대통령이 될 것 같다. 8:0 파면이라는 현실은 부정해야 하고, 희망회로를 풀가동하여 윤석열은 갔어도 정권은 뺏기지 않을 거라는 환상을 심어줘야 한다.
대선까지 시간은 촉박하지만 국힘당에는 후보가 많아 경선 흥행을 기대할 만하단다. 이재명 지지율이 높긴 하지만 ‘지지 후보 없음’이 이재명 지지율보다 높단다. 지난주에 나온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지지율은 34%다. 국힘당에서 가장 높은 김문수의 8%보다 네 배 이상 높고, 이재명 지지율은 국힘당 후보군을 다 합친 20%보다도 높다. 그런 여론조사 결과를 조선일보는 ‘차기 지도자는 1위는 '없음·모름'씨... 부동층이 이재명 제쳐’라고 보도했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지지율은 49.5%로 50%에 육박했고, 김문수· 홍준표· 오세훈· 한동훈 등 국힘 후보군을 합친 34.9%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왜 굳이 부동층이 1위이고 이재명 대표가 2위라고 보도할까? 배가 아프고 속이 쓰려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으로 1위라는 걸 제 입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거다. 국힘당 후보들은 그 누구도 실력이든 능력이든 자질이든 인성이든 그 무엇으로도 이재명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재명은 비호감이라는 ‘혐오 프레임’을 계속 씌우려는 거다. 지난 대선에서 그랬듯이 이재명을 이기는 유일한 선거전략은 이재명에게 혐오 프레임을 씌우는 것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보도를 하는 언론이 아니라 정치 선전을 하는 매체라는 걸, 조선일보는 그렇게 자백한다.

언론은 사실을 전해야 한다. 칼럼도 마찬가지다.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라는 게 언론 윤리이고, 조선일보의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 그런데 지키지 않는다. 조선일보에서 언론 윤리란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다.
윤석열 파면 다음 날,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은 기명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시종 찬성 측을 압도했던 것은 계엄 지지자가 많아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민주당 때문에) 나라가 잘못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토로하며 광장에 쏟아져 나와서 그런 거라고. 꼭 윤석열을 지지해서도 아니고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상황을 눈감고 있을 수 없어 나온 거라고. 진짜 그런가? 명색이 자칭 일등신문의 논설실장인데 사실 왜곡을 넘어 흑과 백을 바꿔 말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제 ‘탄핵의 강’을 넘어 ‘이재명의 강’을 넘어야 한단다. 국정 안정에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거대 야당 대표가 도리어 혼란을 부추기는 ‘리스크 유발자’라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악담을 늘어놓고 저주를 퍼붓는다. 고장난 레코드판이 같은 구간을 반복하는 듯한 그 악담과 저주를 옮기는 건 가짜뉴스를 살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차마 옮길 수 없다. 이재명을 악마화하다 자기가 악마가 된 조선일보는 ‘이재명 공포증’에 사로잡혀 이재명 대통령 탄생을 기필코 막으려 한다. 조선일보가 그러는 건, 이재명에게 지은 죄가 많아서다. 죄지은 자는 경찰서 간판만 봐도 가슴이 철렁하여 멀리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까.
사설도 그러하다. 윤석열이 파면된 다음 날의 조선일보에는 두 개의 사설이 실렸는데, 첫 번째 사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것이고, 두 번째 사설은 헌재도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비판했다는 내용이다.

먼저 첫 번째 사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좌절감은 클 거란다. 그들은 민주당의 줄탄핵과 방탄, 입법 폭주로 국정이 흔들리는 상황에 분노하여 거리로 나온 거란다. 그러하니 민주당과 탄핵 찬성 단체들이 그들을 폄하하며 탄핵을 자축하는 것은 옳지 않단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반헌법 행위자 처벌법’을 발의한 것은 경솔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란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본말이 전도되고 주객이 전도되고 흑과 백이 바뀌고 선악이 뒤바뀐 것 같아서. 박정훈 논설실장의 칼럼이 그러하듯 이건 사실 왜곡이 아니라 사탄이 천사를 나무라는 격이다. 일제 고등계 형사가 독립투사의 뺨을 때리는 격이다.
지금의 대통령제로는 더 이상 나라가 원만하게 운영되기 힘들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분명하게 드러났단다. 1987년 개헌 이후 선출된 대통령 8명 중 3명은 퇴임 후 구속됐고, 1명은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고, 3명이 탄핵 소추되어 2명이 파면됐다며 슬쩍 노무현 대통령을 끼워 넣는다. 고약하다. 그렇게 노무현을 모욕하더니 고인이 되었는데도 모욕을 멈추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비열함은 조선일보의 주특기 중 하나다.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이 나라의 보수정당은 간판을 바꿔 달아가며 3연속으로 감옥에 가는 대통령을 배출했고 그중에 2명은 연속으로 탄핵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그런 대기록을 이룬 정당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진정한 반성은 없었다. 박근혜 탄핵 때는 반성하는 척 사죄쇼라도 하더니 윤석열 탄핵 국면에선 방귀 뀌고 성을 낸다. 그러면서 개헌론에 불을 지핀다. 묻고 싶다. 보수정당이 달성한 ‘3연속 감옥행-2연속 탄핵’ 대통령 배출이라는 대기록이 대통령제 탓인가? 그런 대통령은 왜 보수정당에서만 나오는 건가?
보수정권이 게걸스럽게 배를 채우고 밥상을 어지럽히고 물러나면 진보정권이 설거지를 하고 새로 밥상을 차리는 내내 ‘베짱이’ 보수정당은 보수언론과 합동으로 뒤에서 훼방을 놓고 악담을 해대며 국민의 피로도를 높여 정권을 넘겨받아 밥상을 어지럽히고... 그런 악순환이 대통령제 때문인가? 윤석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나라의 보수정당야말로 ‘패악질을 일삼는 범죄자 집단’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조선일보가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건, 윤석열의 내란을 잊어달라는 거다.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법치를 무시한 윤석열의 분탕질을 잊어달라는 거다. 김건희도 잊고 디올백도 잊고 주가조작도 잊어달라는 거다. 이태원 참사도 잊고, 채 상병 사건도 잊고, 부산 엑스포도 잊고, 의료 대란도 잊고, 대파 한 단에 ‘875원’도 잊고, 다 잊어 달라는 거다. 내란이 종식되지 않았고, 대선을 바로 앞둔 지금 상황에서의 ‘개헌론’은 기억을 지우는 지우개로 유권자의 기억에서 지난 3년을 지우겠다는 거다. 나도 개헌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조선일보가 이른바 정치 원로들까지 동원하여 열심히 불을 지피는 개헌론은 유권자들에게 ‘윤석열의 시간’을 망각하게 하는 기억상실증 마약을 살포하여 국민을 개 돼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