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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베네수엘라 이민자 추방 신속 개입…‘중지’ 명령

시사한매니져 2025. 4. 20. 14:21

행정부가 '반드시 사전 통지 및 법원 이의 제기 기회 보장' 안하자 제동

 

 
 
19일 미국 대법원이 18세기 제정된 법률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하던 베네수엘라 갱단원으로 지목된 이들의 추방을 중단시켰다. 워싱턴/AFP 연합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적성국 국민법을 근거로 추진 중인 베네수엘라 이민자 강제 추방을 일시 중단시켰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7일 ‘적성국 국민법으로 인한 추방 대상자들에게도 반드시 사전 통지 및 법원 이의 제기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행정부가 이를 따르지 않자 이례적으로 신속 개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방대법원은 19일(현지시각) 새벽 내놓은 결정문에서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법을 이용해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을 추방해선 안 된다고 명령했다. 대법원이 이 사안과 관련해 명시적으로 ‘추방 금지’를 명령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대법원은 하급 법원에서 추방을 금지하자 ‘이의 제기권 보장’을 조건으로 달아 이를 오히려 허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을 적용해 베네수엘라인 300여명을 갱단인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으로 규정한 뒤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이 법은 외국인 적으로 지정된 인물을 강제 추방할 수 있는 법률로 미국 역사상 세 차례, 그것도 전시에만 사용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이 갱단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한 뒤 사실상의 ‘전쟁 당사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의 리 게를런트 변호사는 “이 남성들은 재판 한번 받아보지 못한 채 끔찍한 외국 감옥에 수감될 위기에 있었다”며 “대법원이 행정부의 무리한 추방을 일단 저지한 데 대해 안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은 “정부의 조치는 법적 정당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미 추방된 베네수엘라인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의뢰인들 대부분 범죄 조직원이 아니며 범죄 전력도 없다면서 정부가 단순히 이들의 문신을 근거로 이들을 갱단으로 판단해 추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첫 추방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와 협정을 맺고 여러 차례 추방을 진행했다. 미국은 자신들이 범죄 갱단원으로 지목한 이들을 엘살바도르 감옥에 수용하는 대가로 비용을 지불한다.   < 한겨레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