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라발에서 열린 자유당 선거 유세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오는 28일 캐나다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2일 BBC 등에 따르면 캐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치러진 사전 투표에 전체 유권자 2890만명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730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2021년 치러진 총선 사전투표 참여자(580만명)보다 25% 늘어난 수치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18일에만 200만명이 투표에 나섰다. 우편 투표자 수도 75만4000명으로 2021년 총선(66만명) 때보다 늘었다.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및 합병 위협에 따른 반미 감정이 유권자에게 투표 열기를 불어넣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지난주에 열린 두 차례 (대선 후보자) 토론이 이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점도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유권자를 자극했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전했다.
피에르 폴리에브 캐나다 보수당 대표가 22일(현지시간) 온타리오주 본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선거 운동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드는 가운데 여론조사에선 집권 여당인 자유당이 제1야당인 보수당을 앞서고 있다. 캐나다 CBC 방송이 각종 여론조사를 집계해 발표하는 여론조사 트래커에 따르면 자유당 지지율은 22일 기준 43.1%로 보수당(38.4%)을 약 5%포인트 앞섰다.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가 10년간 이끌어온 자유당 정부는 고물가와 주택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불만으로 지지율이 내림세를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캐나다를 향해 관세 압박과 ‘51번째 주 합병’ 발언을 이어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호전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캐나다 유권자의 애국심을 자극했고, 자유당으로 결집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당 대표 마크 카니 신임 총리는 캐나다와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이력을 강조하며 자신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응할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지지율 반등을 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 김희진 기자 >
캐나다 총선 28일, 트럼프 폭주에 맞설 차기 총리는 누구?
캐나다 총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자그밋 싱 신민주당(NDP) 대표, 이qm 프랑수아 블랑셰 퀘백당 대표,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가 지난 17일(현지시간)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열린 총리 후보 TV토론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의 첫 타깃이었던 캐나다가 오는 28일 조기 총선을 치르고 무역, 경제, 안보 등 의제에 대응할 차기 총리를 선출한다. 캐나다 언론이 이번 선거를 ‘트럼프가 장악한 총선’이라고 부를 정도로 미·캐나다 관계가 총선 승패를 가를 쟁점으로 부상했다. 여론조사에선 마크 카니 총리(60)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캐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부터 나흘간 진행되는 사전투표에서 첫날 약 200만명이 투표했으며,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고 20일 밝혔다. 캐나다 내 유권자는 28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번 선거는 지난달 9일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에 이어 자유당 대표가 된 카니 총리가 미·캐나다 관세 전쟁 여파로 반등하기 시작한 지지율을 등에 업고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지면서 시작됐다. 현재 하원 338석 중 자유당 의석은 151석으로 절반도 안 된다. 다음 의회 의석은 인구 변화를 반영해 343석으로 5석 늘어난다.
중도 좌파 자유당과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의 보수당, 인도 시크교도 이민자 출신인 자그밋 싱 대표의 신민주당(좌파), 이브 프랑수아 블랑셰 대표의 블록퀘베쿠아(프랑스어권 퀘벡의 민족주의 정당) 등이 경쟁하고 있다. 캐나다 CBC방송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자유당이 43.3%로 1위를 달리고 있고, 38.4% 지지를 얻은 보수당이 2위다.
금융 엘리트인 카니 총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해 통화정책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국인 최초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총재를 지내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한 경험도 있다. 다만 총리 취임 이전에는 선출직 정치 경력이 없다.
25세 때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폴리에브 대표(46)는 트뤼도 전 총리를 강력히 비난하며 반 자유당 세력을 결집했다. 호전적인 성격으로, 지난해 국회 정부 질의응답 시간에 트뤼도 당시 총리를 “미친놈”이라고 공개적으로 모욕했다가 회의장에서 강제 퇴장당했다. 2022년에는 코로나19 백신 의무접종에 반대하는 ‘자유 호송대’를 지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유당과 보수당은 대미 강경 대응, 감세, 안보 강화 등을 나란히 공약했다. 자유당은 캐나다의 대미 보복관세 유지, 무역 다각화 기금 투자 등을 무역 정책 노선을 정했다. 민간 시설 투자와 중산층·저소득층 대상 세율 인하로 내수 침체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카니 총리는 군에 대한 투자를 “전례 없는 속도로 확대하겠다”며 신형 잠수함과 대형 쇄빙선을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100만캐나다달러(약 10억원) 이하 신규 주택 구매자 감세로 주택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폴리에브 대표는 2026년으로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조기 재협상과 상호 상계관세 철폐 등을 미국에 제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간 세율 인하를 주요 의제로 밀어온 그는 양도소득세 감세도 공약했다. 북극 주둔 캐나다 병력 증강, 극지 쇄빙선 구매, 지방자치단체의 건축세 감면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자유당의 10년 집권이 마무리될지도 정해진다. 자유당의 지지율은 주택 가격 폭등, 이민자 유입 급증 등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16%까지 떨어졌다. 퇴진 압박을 받은 트뤼도 전 총리가 지난 1월 사임 의사를 밝혔을 때 자유당 지지율은 보수당에 20%포인트 이상 밀렸다. 이때만 해도 캐나다 언론들은 폴리에브 대표를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했다.
그러나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자유당이 보복관세 등 대미 강경책을 꺼내 들면서 당 지지율이 반등했다. CBC방송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6일 20.1%였던 지지율은 미국이 상호관세 계획을 발표한 지난 2일 43.5%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보수당의 지지율은 44.2%에서 37.4%로 줄었다.
미·캐나다 관계가 주요 화두가 되면서 캐나다 선거의 주요 의제였던 기후위기는 이번 총선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캐나다의 환경전문매체 나르왈은 2019년 총선 때만 해도 유권자들은 가장 주요한 현안으로 ‘기후 의제’를 꼽았을 정도로 기후 정책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번 선거 운동에서는 후보자들이 기후 행동과 관련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 경향 윤기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