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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공화국' 개헌 띄운 이재명…"검찰 영장 청구권 폐지"
시사한매니져
2025. 5. 21. 01:47
내란 종식 집중하다 대선 공약 개헌안 공식 발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 첫손에
오랜 지론 대통령 4년 연임제, 결선투표제 제시
'정권 돌격대' 전락 감사원, 국회 소속으로 이관
대통령 '묻지 마 거부권'과 계엄선포 권한 제한도
총리 국회 추천…검찰총장 임명 국회 동의 필수
검찰 영장 청구 독점 폐지, 수사권 근거 무력화
대신 공수처‧국수본 수사 역량 대폭 강화할 듯
"내년 지방선거 또는 2028년 총선 때 국민투표"
"4년 연임, 이번엔 적용 안 돼"…임기 단축도 일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8일 대통령 4년 연임제와 국무총리 국회 추천, 검찰의 영장 청구권 독점 조항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혔다. 개헌안을 이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나 늦어도 2028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맞춰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제안도 함께 내놨다.
그간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이 후보가 개헌에 소극적이거나 논의를 회피한다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으나 이 후보는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개헌 블랙홀'로 인해 전선이 흐트러지는 상황을 경계해왔다. 이제 고비를 어느 정도 넘기고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접어든 만큼 대선 공약으로서 정리된 입장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진짜 대한민국의 새로운 헌법을 준비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현행 우리 헌법은 1987년 우리 국민이 서슬 퍼런 군사독재에 맞서 직접 쟁취한 승리의 증표였다. 하지만 지난 12‧3 비상계엄으로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는 철저히 유린됐다"면서 "위대한 국민들이 오만한 권력자를 단죄했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의 취약점은 더 막중한 과제를 남겼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제 정당은 개헌의 일부 과제에 합의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에 수록하는 것과 계엄의 요건을 강화하는 데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라며 "하지만 4년 중임제와 책임총리제와 같은 주요 의제는 합의에 닿으려 했으나 이뤄내지 못했고, 국민투표법 개정이라는 절차적 한계까지 맞닥뜨리며 개헌의 발걸음이 멈칫거렸다. 멈춰진 걸음을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과 더 촘촘한 민주주의 안전망으로서의 헌법을 구축할 때다. 역사와 가치가 바로 서고, 다양한 기본권이 보장되며, 지방자치가 강화되고, 대통령의 권한이 적절히 분산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 후보는 가장 먼저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前文) 수록을 꼽았다. 그는 "우리 사회는 이미 이에 합의했다. 민주주의의 산 역사를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한층 더 굳건하게 지켜나가자"며 "또 부마항쟁과 6‧10항쟁, 촛불 혁명과 빛의 혁명으로 이어진 국민 승리의 역사가 헌법에 수록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했다.

다음으로 오랜 지론인 대통령 4년 연임제와 함께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의 책임을 강화하고 권한은 분산하자.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으로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가 가능해지면 그 책임성 또한 강화될 것"이라며 "아울러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집권 이후 '정권 돌격대'로 전락한 감사원의 헌법적 개혁 방안에도 중점을 뒀다. 이 후보는 "감사원은 행정기관의 사무와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는 엄정한 감시자로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더 이상 '감사원이 대통령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의혹과 우려를 낳아서는 안 된다"면서 "국회 소속으로 이관해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회의 결산 및 회계감사 기능도 강화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석열이 국회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해온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의 제한도 주요하게 거론했다. 이 후보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거슬러 '묻지 마' 식으로 남발돼 온 대통령의 거부권을 제한해야 한다. 본인과 직계가족의 부정부패, 범죄와 관련된 법안이라면 원천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삼권분립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통제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대통령이 비상명령이나 계엄을 선포하려면 사전에 국회에 통보하고 승인을 얻도록 하며, 긴급한 경우에도 24시간 내 국회 승인을 얻지 못하면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하게 해서 '아닌 밤중에 비상계엄'이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무총리 임명과 관련해서는 국회 추천을 받아야만 총리를 임명할 수 있게 하자고 했다. 대통령이 총리의 권한을 존중하도록 해 총리로서 맡은 바 직무를 더 든든히 수행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통령이 권력기관을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공수처, 검찰청, 경찰청과 같이 중립성이 필수적인 수사기관과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중립적 기관장을 임명할 때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자는 점도 제안했다.

특히 검찰의 영장 청구권 독점 규정을 폐지하자고 해 검찰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행 헌법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제12조 제3항)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제16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검사의 영장 신청권'을 헌법에 명시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검사의 수사권이 천부의 권리인 듯 헌법상 권한이라고 강변하며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검찰 수사권 축소 또는 박탈(소위 검수완박) 시도에 극렬 저항해왔다.
이 후보는 헌법에서 이들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을 공소청으로 전환하는 한편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의 수사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는 "적법한 권한을 가진 다른 기관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사기관끼리 견제가 가능해야 한다"며 "영장 청구부터 누구는 예외가 되는 현실, 불의한 폐해를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해 그동안 영장 청구권 독점으로 무수한 농간을 벌여온 정치검찰에 직격탄을 날렸다.
권력 구조 개편과 함께 국민 기본권 및 지방자치권 강화에 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안전권, 생명권, 정보 기본권 등 기본권 강화와 확대를 위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면서 "주민의 일상을 보살피고 삶의 질을 높이는 정부 역할이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방자치와 지역분권 강화는 필수적이다. 최대한의 지방자치권을 보장하자"고 했다.
나아가 "이를 위해 대통령과 총리, 관계 국무위원, 자치단체장 등이 모두 참여하는 헌법기관을 신설해야 한다. 기능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정책을 심의하고 위상은 국무회의와 동등하게 해야 한다"며 "법령에 위배 되지 않은 한, 자치법규 제정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 지방자치의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개헌 로드맵도 제시했다. 이 후보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자.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말씀드린 사항을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새로운 개헌을 완성하자"면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진다 해도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개헌 논의는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중요한 한 축이다. 논의가 국민의 뜻에 따라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그 뜻을 바탕으로 마침내 개헌이 실현되도록, 저 이재명, 맡은 바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새롭게 열리는 제7공화국, 위대한 우리 국민과 함께 진짜 대한민국을 열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개헌 구상에 관한 보충 설명을 했다. 개헌 시 4년 연임이 이번에 당선되는 대통령에게 적용되는지 묻자 그는 "우리 헌법상 개헌은 재임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이 없다고 명시돼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두고는 "대통령 직위를 개인적 영예나 사익을 위한 권력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발상"이라며 "국민을 위한 역사적 책임·의무라고 생각하면 그리 가볍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가 최종 책임자의 임기 문제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 안정과 민생 회복으로, 일과 국민 중심으로 보면 다음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개헌에 대한 입장 표명이 늦었다는 취지의 질문에는 "1987년 체제 헌법의 효용이 다해 개헌을 통해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도 많고 역사적 당위성도 있었지만, 여러 상황과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지금까지 해야 할 일을 못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4월 초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번 조기 대선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자고 제안했다가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이번에도 합의 가능하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선과 동시에 하고 싶었지만 시간상 불가능했다"면서 "국민투표법을 빠르게 개정해 개헌하자고 했지만 국민의힘 측에서 전혀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제는 각 후보가 개헌안을 공약으로 내고 누군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공약대로 국민적 논의를 시작해 국회에서 가급적 신속하게 개헌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개헌을 위해서는 구(舊)여권의 협조, 더 크게 보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은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순차적으로 개헌해 나가야 한다"면서 "무리하게 전면 개헌을 너무 잘하려고 하다가 아무것도 못 하기보다는 합의되는 것부터 하자"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개헌 공약을 두고 전직 국회의원들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회장 정대철)는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곧바로 호응했다. 종전부터 개헌의 당위성을 피력해왔던 헌정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헌정회가 추진해 온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안과 맥을 같이하는 방안으로 높이 평가한다"면서 "특히 헌정회가 지난 16일 각 당 대선 후보들에게 '오는 21일까지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안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혀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이 후보가 제일 먼저 공개적으로 화답한 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후보의 개헌안 입장 발표는 유력 후보의 공개적 제안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해 12·3 계엄 사태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민 통합이 필요한 시대정신과도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호평하며 "각 당 후보가 국민을 상대로 공식 공약 발표를 통해 개헌안 입장을 밝혀야 대선 이후에도 책임감을 느끼고 개헌 추진을 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