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내가 네 번째 선택하는 대통령
시사한매니져
2025. 5. 31. 14:23
지난 3년 나라가 너무 망가졌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며칠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 대한민국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돌아보면 참으로 아득하다. 어쩌면 ‘내란 수괴’ 윤석열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22년 3월 10일부터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날 우리의 정신적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0.73% 차이로 정권이 바뀐 그때, 정부 내 인권기구에서 공직자로 일하고 있던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불안감이 엄습했다.
온 나라가 김건희 모시기에 매달리지 않았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직후 나는 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고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갔다. 가서 들은 말은 간단명료했다. 내가 사무국장으로 일하던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 기간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일방적 통고였다. 2020년 5월 현재 국방부 공식 발표에 의하면, 징병제 나라에서 비순직 군인이 3만 8009명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 역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처럼 그 죽음에 억울함이 없도록 해 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그런 역할을 해 온 국가기관이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인데, 그들은 그런 의미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고 설명마저 귀찮게 여기는 태도였다.
그뿐인가. 윤석열 내란 권력은 집권 3년 동안 국민의 삶은 전혀 돌보지 않았다. 사실상 단 한 명을 위한 권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김건희, 그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 대한민국 검찰이 존재했고 거기에 모든 국정이 매달렸다는 말에 과연 어느 누가 부정할까. 지난해 12월 3일 내란 역시 ‘결국 막을 수 없는’ 김건희 특검을 저지하려고 무리수를 쓰다가 위대한 국민의 저항 앞에 좌절한 것이 아니겠는가.

윤석열의 3년 임기를 인권적 측면에서 살펴보자. 정부 내 인권기구의 황폐화는 측정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세계에서 ‘인권위 모범국가’로 평가받던 대한민국이 지금은 ‘등급 보류판정’ 중이다. 2002년 김대중 정부 출범 후 박근혜 집권 시기를 제외하고 줄곧 A 등급을 유지한 우리나라 ‘국가인권위’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바로 ‘윤석열 방어권 보장 권고 결의안’을 처리한 것이 이유였다.
왜 인권기구들이 집중적으로 무너졌을까?
‘군인권보호관’ 역시 마찬가지다.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한 사람의 악의로 어떻게 희화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빠른 시간에 한 조직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완벽하게 증명한 사례였다고 나는 평가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 박선영 역시 그렇다. 극우세력인 뉴라이트 출신 인사를 기용함으로써 악의의 임명권자가 기대한 그대로 진실화해위는 ‘배가 산으로’ 갔다. 유족들의 가슴 속 한은 산을 이루고, 눈물은 강처럼 흐르는데 파면된 윤석열이 임명한 이들 기관장들은 그 자리에서 사퇴할 생각이 없다.
인권위원장 안창호의 행보는 더욱 가관이다. 그는 경찰을 대동한 채 5.18 기념식장에 나타나 강제 진입을 시도하여 유족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자리에서 피해자 인권을 능멸하는 행동을 하고, 더 나아가 가해하는 발언을 일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 안창호의 법적 임기는 2027년 9월 5일까지다. 아직도 2년이 넘게 남았다. ‘내란 수괴’ 윤석열이 ‘알박기’한 ‘알’은 굵고도 두껍다.
나는 만 20세 성인이 되어 투표권이 생긴 이래 어떤 선거에서도 투표권을 포기한 적이 없다. 그래서 50대 중반이 돼 맞은 이번 투표는 여덟 번째 대통령 선거다. 지금까지 일곱 번 투표에서 내가 선택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경우는 세 번에 불과하다. 이제, 나는 내가 선택한 네 번째 대통령을 만들고자 6월 3일, 투표하러 갈 것이다.
내가 대통령 선거에 투표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한결같다. 나라가 나라다운 세상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간결하게 표현한다면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선택했던 ‘두 번째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1988년 국회의원으로 처음 당선되어 국회 단상에서 행한 연설이 생각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