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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봉이 인도한 한 표’ ‘투표한 내향인’…광장 시민들 유쾌한 투표 인증
시사한매니져
2025. 5. 31. 15:54
광장에서 들었던 깃발과 응원봉 사진을 활용한 투표 인증 용지를 직접 제작해 투표 독려

“(내향인 깃발로 유명해져서) 저도 스피커가 생겼잖아요. 이 영향력을 이용해 20·30 청년층에 유행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독려하고 싶었어요. 투표를 권하고, 투표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 않은 문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탄핵 국면 광화문 집회에 ‘(내향인)입니다’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나와 소셜미디어상에서 화제가 됐던 ㄱ씨는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향인용 투표 인증 이미지’를 만들었다. 탄핵 집회에 깃발이 재미를 더했던 것처럼 투표에도 소소한 재미 요소를 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ㄱ씨는 30일 한겨레에 “집회에서 얻은 영향력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고 싶어 투표 인증 용지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12·3 내란사태 이후 매주 광장에 나와 “내란 종식”을 외쳤던 시민들이 광장에서 들었던 깃발과 응원봉 사진을 활용한 투표 인증 용지를 직접 제작해 투표 독려에 나서고 있다. 응원봉과 깃발로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뽐내며 “아무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외치던 광장의 분위기가 ‘민주주의의 축제’인 대통령 선거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는 점 복(卜)자 도장을 위한 자리가 마련된 투표 인증 용지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투표 인증 용지는 ‘전국 응원봉 연대’, ‘민주노총이 길을 엽니다’, ‘불꽃남자 정대만’ 등 실제 광장에서 자주 보였던 깃발의 문구를 적어 넣어나 응원봉 이미지를 활용했다. 야구·아이돌·만화 캐릭터 등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한 투표 인증 용지도 공유되는 중이다. 투표 인증 용지는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 당시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손등에 인증 도장을 찍지 못하게 되자 대안으로 등장한 뒤 어엿한 투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투표 문화를 조금이라도 즐겁게 만들어 투표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인증 용지 제작에 나섰다고 한다. 엑스에서 ‘아대리’라는 활동명을 쓰며 펭귄 캐릭터를 활용한 투표 인증 용지를 제작한 ㄴ씨는 “내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이 한 명이라도 더 즐겁게 투표장에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투표 인증 용지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투표 인증 용지에는 광장의 바람들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담겨있다. ㄱ씨는 “광장에서만 평등을 외치고 일상에서 외치지 않는다면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광장에서의) 경험을 어떻게 정치화해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적극적으로 투표 독려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장에 등장할 때마다 관심을 모았던 단두대를 활용한 투표 인증 용지를 엑스에 올린 최종인(34)씨도 “‘노조법 개정과 차별금지법 제정이 나중으로 미뤄지지 않아야 한다’는 등 광장에서 많이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 선거를 통해 꼭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정봉비 기자 김수연 기자 >

사전투표율 ‘역대 최고’ 행진…“내란 때문에 꼭 투표” “토론 처참”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아침부터 전국 곳곳 사전투표소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소망하는 유권자로 북적였다. 시민들은 내란 세력 응징부터 경제 부양, 소수자 배려까지 다양한 소망을 기표봉에 담아 보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투표율은 10.51%로 역대 사전투표가 적용된 전국단위 선거의 동시간대 투표율 중 최고치다.
이날 투표소에서 한겨레와 만난 유권자들 가운데는 ‘내란 종식’을 새 대통령의 제1과제로 꼽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주민센터에서 만난 직장인 전혜림(33)씨는 “내란을 종식시키겠다는 마음”으로 이른 아침부터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이 되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들어요. 새 대통령이 내란 공범들을 확실히 처벌하고 대한민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12·3 내란사태 이후 ‘투표의 의미’를 새삼 느꼈다는 목소리도 컸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직장인 양아무개(38)씨는 “계엄 때문에 꼭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에 출근 전에 일찍 나왔다”고 했다. 양씨는 “지난 대선에서 부동산 세금 때문에 윤석열을 뽑았는데 계엄을 보고 나니 세금보다는 대한민국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투표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생애 첫 대통령 선거 투표에 나선 청년들은 비상계엄으로 인한 조기 대선에 대해 착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회의사당 주변에 사는 대학생 권아무개(22)씨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사전투표소에 투표를 하러 오며 비상계엄 당시 생생하게 들었던 헬기 소리를 떠올렸다고 했다. 권씨는 “이렇게 투표를 하게 된 이유가 있으니 첫 투표를 하는 마음이 좋지는 않다. 출중한 인물이 두드러지지도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지금 이 혐오의 시대를 막을 방법은 투표뿐이라고 생각해 투표하러 왔다”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네거티브’로 점철됐던 대통령 후보 토론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직장인 박아무개(30)씨는 “토론이 처참해서 보다가 껐다”며 “대선 토론에서는 헐뜯기보단 건설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그게 너무 아쉬워서 지지 후보를 정하는데 끝까지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