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봄으로 기억한다. 섬기던 교회의 성도 중에 한 분이 8주 된 강아지를 선물로 주셨다. 감사했지만 아직 세 아이가 ‘강아지’와 비슷했기에 부담이 되는 것도 현실이었는데, 성도가 주신 선물이기에 우리 가족이 되었다.
오늘 6월2일 선물로 받은 강아지가 우리 가족과 이별한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기억하고 싶지않아도 스마트폰에 기록된 날짜는 여지없지 그날을 기억하게 만든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우리 아이들과 함께 어린 시간을 보냈고 아이들의 좋은 친구였으며 지금도 가끔 전화기 사진첩에 등장하여 옛시간을 기억나게 하는 것을 보면 한 가족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 것이 기억난다. “떠나 보내고 나면 좋은 기억보다는 늘 아쉽고 해주지 못했던 것만 기억난다”고. 그런 부분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똑같은 것 같다.
10여년 전 나는 첫 담임목회를 시작했다. 오랜 시간 부교역자로 섬기다가 주어진 첫 담임목회이기에 나름 여러가지 생각과 준비 가운데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지난 2023년 12월, 11년의 긴여정을 마쳤다. 첫 담임했던 교회이기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도 했지만, 돌아보면 누군가의 말처럼, 그리고 8주 된 강이지의 추억처럼 “좋은 기억보다는 아쉽고 더 섬기지 못했던 기억”만이 마음 한구석을 가득 메우는 것 같다.
2025년 두 번째 담임목회지에 부름 받았다. 52년 전에 세워진 하나님의 교회를 섬길 수 있는 기회를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것이다. 주변에 나를 아는 많은 분들이 “목사님 그럴 줄 알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준비된 사역자를 그렇게 두시지는 않지 않겠습니까!!” 하면서 축하들 해주시지만, 나는 이번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적’이라 정의하고 싶다.
지난 시간 나름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돌아보면 아쉬움과 아픔이 많았던 부족한 목회자를 다시 사역의 현장으로 부르신 것은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다른 말로 설명이 되지 않아서다.
20대 중반 첫 사역을 시작한 이래 이곳 캐나다 땅에서 사역하기까지 쉬지않고 교회와 함께했던 사역자의 입장에서 지난 2년의 쉼은 너무도 아프고 길었던 시간이었다. “이제 하나님의 부름심은 여기까지인가…!?”하는 극히 인간적이고 현실에 매인 생각이 나를 매일 광야로, 광야로, 몰아내고 있었던 것 같다. 광야는 참 차갑고 냉정한 곳이다. 누군가의 인간적인 위로가 아닌 차갑고 냉정한 현실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실망하고 좌절하게도 한다. 하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고.. 그 과정 중에 광야에서 기다리시는 “진정한 위로자 나의 주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다.
매일 습관처럼 반복되었던 기도생활이 ‘주님을 만난 광야’에서 기도의 간절함이 새롭게 회복되었고, 다시 한번 ‘영혼에 대한 소명’이 회복되는 순간, 기적과 같이 찾아온 부름심이기에 “기적”이라 고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3월 첫 설교와 함께 어제 주일 예배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은 ‘기적’의 일기를 써가고 계신다. 차가운 광야에서 좌절하고 낙심한 영혼을 다시 일으키시어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은 “선하시고 성실하심”을 진심으로 믿기에 그렇다.
소망하기는, 돌아보아 ‘아쉽고 섬기지 못했던 기억으로 가득했던 인생’이 아닌, 늘 기도보다 앞서지 않으며 우리 주님이 기록하는 ‘기적의 목회일기’에 최선을 다하여 등재되고 동참하는 목회자이고 싶다. 바울 사도의 지극하신 고백처럼…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행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