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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 머스크, 결국 파국…“매우 실망” “폭탄 터뜨릴 것”
시사한매니져
2025. 6. 6. 14:4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간 동맹이 결국 파국을 맞았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법안을 “역겹고 혐오스러운 법안”이라 비난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 관련된 연방 계약을 전면 철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프리 엡스타인 연루 의혹을 조롱하며 공개적으로 탄핵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와 백악관 회담 중 머스크를 향해 “매우 실망했다”고 말하며 관계 악화를 공식화했다. 그는 “일론(머스크)과 나는 좋은 관계였다. 우리(관계)가 더 이상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놀랐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자신의 감세 법안을 비판한 이유로 전기차 보조금 혜택 폐지와, 머스크가 지지한 인사의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을 철회한 것,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임기를 의도치 않게 끝내게 된 것 등을 꼽았다.
머스크는 곧바로 반격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이 법안에서 전기차·태양광 인센티브 삭감을 유지해라. 하지만 법안 속의 역겨운 특혜의 산더미를 차버려라”라며 “크고 추악한 법안 또는 얇고 아름다운 법안 중 하나를 가져야 한다. 얇고 아름다운 것이 정답이다”라고 썼다. 이어 “내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졌을 것이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을 것”이라며 “이런 배은망덕은 처음 본다”고 비난했다. 또 “이제 정말 큰 폭탄을 터뜨릴 시간이다. 트럼프는 엡스타인 문서에 있다. 그래서 그 파일이 비공개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엡스타인 사건은 미 전역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온 사안이다. 수많은 온라인 이용자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수사 문서,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에 유력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고 의심하며 공개를 요구해왔다.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는 ‘1단계 공개’라며 일부 자료를 발표했지만 대부분 이미 알려진 내용이었다. 현재 법무부와 연방수사국은 남은 문서의 공개를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관련자 명예훼손 우려로 공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머스크는 또한 보수성향 정치평론가의 ‘트럼프는 탄핵돼야 한다’는 엑스 게시글을 재게시하면서 “예스”라고 적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대외 경제 정책인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관세로 올 하반기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고 비난했다.
‘마가’ 진영 전략가인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도 뛰어들었다. 그는 “머스크의 이민 신분과 마약 복용 여부 등에 대한 공식 수사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머스크는 불법 체류자일 가능성이 있으며, 즉시 추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 맺은 계약 전면 취소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머스크와 맺은 계약만 파기해도 엄청난 빚을 줄일 수 있다”고 적었다. 머스크의 전기차, 우주항공, 인공지능 기업들은 지난해에만 17개 연방 기관으로부터 약 30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따낸 바 있다. 이번 사태의 여파로 테슬라 주가는 이날 오후 15% 가까이 급락했다.
머스크는 최근까지 연방정부의 지출 감축 자문역으로 활동하며 트럼프 정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머스크를 “세계 최고의 혁신가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에서 약 2억 5천만 달러를 트럼프 쪽에 지원하며 막대한 기여를 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머스크 “트럼프 탄핵 Yes”…불붙은 쌍방 보복 8가지 시나리오

한때 동맹에서 갈라선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에 대해 정부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머스크는 미 우주항공국(NASA) 업무에 필수적인 스페이스엑스(X)의 ‘드래곤’ 우주선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실질적인 보복 조처로 이어질 경우 서로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와 트럼프가 서로에게 가할 수 있는 8가지 압박 수단’이란 제목의 보도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짚었다.
머스크가 트럼프에게 할 수 있는 일
머스크는 첫번째로 막대한 자금을 공화당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려 정치 세력을 조직할 수 있다. 머스크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공화당 지원에 2억5000만달러 이상을 썼는데, 앞으로 미국 민주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에게로 자금을 돌릴 수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국가 지출을 늘리는 트럼프의 재정 정책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을 낙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머스크가 트럼프에게 약속한 1억달러의 후원금 중 미집행된 부분을 철회할 수도 있다.
둘째로 자신이 보유한 소셜미디어를 통한 여론 공세다. 머스크는 엑스에서 “미국에 중도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되었는가?”라는 여론조사를 올렸고, 약 200만 명 중 80%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 머스크는 ‘트럼프를 탄핵해야 한다’는 게시물을 재인용하기도 했다. 젊은 층에 소구력 있으며 뉴스 소비가 활발한 ‘엑스’를 통해 중도층 위주의 정치 세력을 조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또다른 강력한 무기는 ‘폭로’다. 머스크는 엑스에서 근거를 제시하진 않은 채 “트럼프 행정부가 ‘제프리 앱스타인 파일’을 고의로 공개지연한 것은 트럼프의 이름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라며 “이 글을 기억해두라. 진실은 곧 드러날 것”이라고 썼다. 제프리 앱스타인은 미국의 금융인이자 미성년 성착취 성범죄자다. 그의 성범죄 관련 수사·재판 과정에서 나온 방대한 자료 가운데 현직 정치인들이 연루된 흔적이 있다는 의혹이 줄곧 제기돼 왔다.
네번째로는 자신의 회사를 활용해 행정부 업무에 차질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보급에 쓰이는 자사 우주선 ‘드래곤’을 즉시 퇴역시키겠다고 경고했는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스티브 배넌은 “대통령령을 내려 스페이스엑스를 자정까지 국유화하면 된다”고 맞받았다.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할 수 있는 일
트럼프는 머스크의 회사들과 맺은 정부 계약을 끊어버리겠다며 위협 중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머스크 기업들과의 계약을 끊는 것이 예산을 절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썼다. 지난해 머스크 관련 기업은 17개 정부기관과 총 30억달러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귀화한 머스크의 체류 자격을 새삼 문제삼을 수도 있고, 약물 사용 문제도 거론할 수 있다. 배넌은 5일 “나는 그가 불법 체류자라고 강하게 믿으며, 그렇다면 즉시 추방해야 한다”며 체류 자격에 대해 공식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넌은 또 머스크의 약물 복용 문제와 중국 관련 기밀 접근 시도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머스크에게 줬던 보안 인가를 박탈할 수도 있다. 배넌은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머스크의 기밀 접근 권한을 즉시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만약 트럼프가 실행에 옮길 경우 머스크는 민감한 정보를 다루거나 정부기관에 출입할 수 없게 된다. 머스크의 기업 스페이스엑스가 하고 있는 정부 관련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동원해 머스크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을 할 수 있다. 대통령령, 법무부 지시, 규제기관 활용 등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행정 권한은 막대하다. 머스크가 추진해 온 ‘정부효율부(DOGE)’를 폐지하거나, 머스크가 지지해 온 남아프리카 공화국 백인 이민 지원 정책을 중단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면, 트럼프의 재정 정책과 머스크의 사업 기반 모두에 심대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주가는 양쪽이 날을 세웠던 5일 하루만에 14% 하락했다. < 정유경 기자 >
트럼프-머스크 결별에 뉴욕증시 ‘흔들’…테슬라 14% 급락
